췌장암인 줄 알았는데 완치 가능한 자가면역성 췌장염, 췌장암 오인 가능성 높은 췌장염 감별 진단 핵심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발견 시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아 치명적인 질환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건강검진이나 정밀 검사 과정에서 췌장암으로 의심받았던 환자 중 일부는 수술 없이 약물만으로 완치가 가능한 ‘자가면역성 췌장염(Autoimmune Pancreatitis, AIP)’으로 판명되기도 한다.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인체의 면역 체계가 자신의 췌장 세포를 공격하여 발생하는 희귀한 염증성 질환이다.
이 질환은 영상 의학적 소견상 췌장이 붓거나 종괴(덩어리)를 형성하여 악성 종양인 췌장암과 매우 흡사한 형태를 띤다. 이로 인해 과거에는 췌장암으로 오인하여 불필요한 절제 수술을 진행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현재는 진단 기술의 발달과 혈청학적 검사의 도입으로 두 질환을 정밀하게 구분하는 체계가 확립됐다.

종양으로 오인되는 췌장의 만성 염증성 질환 특징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주로 50대 이상의 남성에게서 높은 빈도로 발견된다. 환자들은 황달, 복통, 급격한 체중 감소 등 췌장암과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다. 특히 췌장 머리 부분에 염증이 집중될 경우 담관을 압박하여 황달이 발생하는데, 이는 췌장두부암의 전형적인 증상과 일치한다. 하지만 췌장암이 주변 조직으로의 침윤과 전이를 특징으로 하는 것과 달리,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췌장 전체가 소시지 모양으로 붓는 미만성 비대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췌장 이외에도 담관, 침샘, 폐, 신장 등 다른 장기에서 동시다발적인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IgG4 관련 질환’의 일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러한 전신적 특징은 단순한 국소 종양인 췌장암과 구별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2020.07.15. 학술지 Gut and Liver에 발표된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김명환 교수팀의 연구 [Long-term Outcomes of Autoimmune Pancreatitis: A Single-Center Experience in Korea] 결과, 자가면역성 췌장염 환자들은 적절한 스테로이드 치료를 통해 약 90% 이상의 높은 반응률을 보였으며 췌장의 형태적 이상도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진단만 정확하다면 고난도의 수술 없이 완치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영상 의학적 소견을 통한 악성 종양과의 정밀 비교
정밀 진단을 위해서는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소견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췌장암은 대개 혈관 분포가 적어 조영 증강 검사 시 주변 조직보다 어둡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조영제 주입 후 시간이 흐를수록 조영 증강이 서서히 나타나는 ‘지연성 강화’ 양상을 띤다. 또한 췌장 주변에 저밀도의 테두리(Capsule-like rim)가 관찰되는 것이 독특한 특징이다. 내시경 초음파(EUS)를 이용한 조직 검사 역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췌장암은 암세포의 침윤이 관찰되지만,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림프구와 형질세포의 심한 침윤, 그리고 섬유화가 관찰된다. 현재는 이러한 영상 및 조직학적 차이를 근거로 ‘국제 자가면역성 췌장염 진단 기준(ICDC)’에 따라 진단이 이루어지고 있다.

혈청 면역글로불린 G4 수치 확인과 스테로이드 반응성 평가
혈액 검사를 통한 혈청 면역글로불린 G4(IgG4) 수치 측정은 자가면역성 췌장염을 진단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다. 정상 수치의 2배 이상인 280mg/dL를 초과할 경우 진단적 가치가 매우 높다. 그러나 모든 자가면역성 췌장염 환자에서 이 수치가 상승하는 것은 아니며, 약 30%의 환자는 정상 범위를 유지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럴 경우 ‘스테로이드 진단적 투여’를 고려하게 된다. 췌장암 환자는 스테로이드 처방에도 종양의 크기에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악화되지만, 자가면역성 췌장염 환자는 투약 후 2주 이내에 췌장의 부기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임상 증상이 개선된다. 이러한 반응성 평가 자체가 치료인 동시에 확진의 과정이 된다.
2021.11.23.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에 게재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상협 교수팀의 연구 [Current Concepts in the Diagnosis and Management of Autoimmune Pancreatitis]에 따르면,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췌장암과 달리 조기에 발견하여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행할 경우 췌장 기능의 영구적인 손상을 막고 인슐린 의존성 당뇨병과 같은 합병증 발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합병증 예방을 위한 조기 발견 및 장기적 추적 관찰 체계
자가면역성 췌장염은 완치율이 높지만 재발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치료 종결 후에도 정기적인 영상 검사와 혈액 검사를 통해 재발 여부를 감시해야 한다. 재발 시에는 다시 스테로이드를 투여하거나 면역억제제를 병용하여 치료한다. 만약 췌장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췌장이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가 진행되어 외분비 및 내분비 기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이는 곧 소화 불량이나 당뇨병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체계적인 사후 관리가 필수적이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환자의 개별적인 면역 상태에 따른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비에비스나무병원 홍성수 병원장(소화기내과 전문의)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췌장에 혹이 발견됐다고 해서 무조건 암으로 단정 짓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라며 “자가면역성 췌장염과 같이 약물로 충분히 조절 가능한 질환일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숙련된 전문의와 상의하여 다각적인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불필요한 공포와 수술을 피하는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췌장암으로 오인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감별 진단 시스템과 더불어 질환에 대한 대중의 올바른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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