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환자의 마지막 희망 휘플 수술, 해부학적 절제 범위 및 체계적 회복 관리 팩트
현재 의료계에서 가장 난도가 높은 수술 중 하나로 꼽히는 췌장두십이지장절제술, 일명 휘플 수술은 췌장 머리 부분에 암세포가 발생했을 때 시행하는 표준 치료법이다.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 시 이미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지만, 수술이 가능하다는 진단은 환자에게 마지막 희망과도 같다.
그러나 이 수술은 단순히 췌장의 일부만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위장의 하부, 십이지장, 담도, 담낭을 한꺼번에 절제해야 하는 광범위한 과정을 포함한다. 소화기 계통의 해부학적 구조를 완전히 재편해야 하는 만큼 수술 시간도 길고 환자가 감당해야 할 신체적 변화도 상당하다.

췌장암 수술의 정점 휘플 수술의 해부학적 정의와 범위
휘플 수술은 췌장의 머리, 십이지장, 담관의 끝부분, 그리고 담낭을 절제하는 복합적인 외과 처치다. 경우에 따라 암세포의 침범 범위에 따라 위장의 원위부(아래쪽 절반가량)를 함께 제거하기도 한다. 췌장은 소화 효소를 분비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중요한 장기이지만, 췌장의 머리 부분은 소장의 시작점인 십이지장과 담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국소적인 절제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암이 발생한 부위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주변 장기를 함께 도려내는 방식을 취한다. 2021년 9월 2일 대한췌장담도학회·대한간담췌외과학회 등 8개 학회가 공동 발표한 ‘췌장암 진료 가이드라인 2021’에 따르면, 휘플 수술은 암의 완전 절제 가능성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으로 평가받는다.
장기를 절제한 후에는 소화액이 흐를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만드는 재건술이 이어진다. 남은 췌장과 소장을 연결하고, 담관과 소장을 잇고, 마지막으로 위와 소장을 연결하는 세 단계의 문합 과정이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바느질이 미세하게라도 어긋나면 췌장액이 새어 나와 주변 조직을 녹이는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과거에 비해 수술 기법과 장비가 발전하면서 현재는 수술 중 사망률이 1~2%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지만, 여전히 수술 후 관리의 중요성은 매우 높다.
위장과 십이지장 동시 절제에 따른 신체적 변곡점
위장의 일부와 십이지장이 사라지면 환자는 소화 기능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위장은 음식물을 저장하고 잘게 부수는 역할을 하는데, 그 용적이 줄어들면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의 양이 제한된다. 또한 유문(위와 십이지장 사이의 괄약근)이 제거되면서 음식물이 소장으로 너무 빠르게 내려가는 ‘덤핑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식후 어지러움, 복통, 설사, 빈맥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환자의 삶의 질이 일시적으로 저하되기도 한다.
2019년 3월 25일 대한외과학회지(Annals of Surgical Treatment and Research) 제96권 제4호에 게재된 삼성서울병원 간담췌외과 신상현 교수팀의 연구(‘Pancreatoduodenectomy in patients with body mass index’ 등 관련 분석) 결과에 따르면, 수술 후 환자들의 체중은 평균적으로 5~10%가량 감소하며 이를 회복하는 데 최소 6개월 이상의 집중적인 영양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췌장의 절제 범위가 클수록 인슐린 분비 능력이 떨어져 수술 전에는 없던 당뇨병이 발생하거나 기존 당뇨가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수술 후에는 내분비내과와의 협진을 통해 혈당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수술 후 주요 합병증 관리 및 장기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
휘플 수술 후 가장 경계해야 할 합병증은 ‘췌장루’다. 이는 췌장과 소장을 연결한 부위가 제대로 아물지 않아 췌장액이 새어 나오는 현상이다. 췌장액은 단백질을 분해하는 성질이 강해 혈관을 침식시킬 경우 대량 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술 시 배액관을 삽입하여 분비물의 양과 양상을 관찰하며, 감염 예방을 위한 항생제 투여가 병행된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암 환자의 수술 후 합병증 감소와 생존율 향상을 위해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질환 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2021년 5월 19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이 공개한 치료 가이드에서 간담췌외과 강창무 교수는 “휘플 수술은 췌장암 치료의 시작일 뿐이며, 수술 후 발생하는 다양한 신체 변화에 환자가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장기 생존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술 후 2주간의 급성기 관리가 지나면 환자가 스스로 식단 조절과 가벼운 운동을 통해 체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암의 재발을 막기 위한 보조 항암 화학요법을 견디기 위해서도 탄탄한 기초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일상 복귀를 위한 맞춤형 식이요법과 환자 가족의 역할
퇴원 후 환자가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어려움은 식사다. 위장의 크기가 줄어든 상태이므로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는 하루 5~6회로 나누어 조금씩 자주 섭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고단백 식단을 유지하되 지방 함량이 너무 높은 음식은 췌장 기능이 약해진 상태에서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음식을 충분히 씹어서 삼키는 것은 위장의 분쇄 기능을 대신하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환자 가족의 정서적 지지도 회복의 큰 축을 담당한다. 휘플 수술을 받은 이진석(가명, 62세) 씨는 “처음에는 물만 마셔도 배가 아파서 음식을 거부했지만, 가족들이 정성껏 준비한 부드러운 유동식을 조금씩 먹으며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24년 2월 1일 국가암정보센터가 업데이트한 ‘췌장암 환자의 생활 관리’ 자료에 따르면 환자가 식사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질 때 면역 체계가 활성화돼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 정기적인 외래 방문을 통해 종양 표지자 검사와 CT 촬영을 시행하며 재발 여부를 감시하는 정밀한 추적 관찰은 현재 의료 시스템 안에서 표준적으로 이행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