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사 X-ray 사용 논란, 법원 판결에 따라 한의사 X-ray 사용 가능?, 정부 지침과 의료계 반발로 논란 가열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사의 X-ray 사용이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의협은 법원의 확정 판결을 근거로 제시하며, 정부가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 자격 기준에 한의사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의협이 언급한 법원 판결은 지난 1월 17일 수원지방법원에서 나온 항소심 판결이다. 이 판결에서 재판부는 “한의사가 X-ray 방식의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한 것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후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해당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한의협은 “법원의 판결이 한의사의 X-ray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며, 정부가 이를 반영해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에서는 한의사를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로 포함하지 않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같은 날 이러한 한의협의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의협은 “법원의 판결이 단순히 특정 기기의 사용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일 뿐, 한의사의 X-ray 사용이 전면 허용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또한 의협은 “한의협이 법원 판결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한의사의 X-ray 사용이 법적으로 인정된 것처럼 발표하고 있다”며 이를 비판했다.

한의사 X-ray 활용이 가져올 효과
한의협은 “X-ray 활용이 환자의 진료 선택권을 넓히고,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의원에서 진료받는 환자가 골절 여부를 확인하려면, 추가로 병·의원을 방문해 X-ray 촬영을 해야 하는데, 한의협은 “환자가 병원을 이중으로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한의원의 X-ray 사용이 허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의협은 특히 “추나요법 등의 한방 치료 과정에서도 X-ray를 활용할 필요성이 크다”고 주장하며, “X-ray를 활용하면 환자의 상태를 더 정확히 진단할 수 있고,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협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의협 관계자는 “X-ray 촬영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판독 능력”이라며, “한의사는 영상 판독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X-ray를 사용할 경우 오진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또한 “X-ray 촬영을 한의사가 직접 시행하더라도, 판독을 위해 결국 병원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적용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한의학적 치료에 제한적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은 “한의사가 X-ray를 사용하게 되면 건강보험 적용 범위 확대 문제와도 연결되는데, 이는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X-ray를 진료에 자유롭게 활용하는 대만 중의사들
한의협은 “이미 해외에서는 한의사와 유사한 면허를 가진 의료인들이 X-ray를 사용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대만을 들었다.
대만 보건당국은 2018년부터 중의사가 △혈액검사 △소변·대변 검사 △일반 방사선 검사(X-ray) △심전도 검사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한의협은 “대만에서는 중의사가 X-ray를 직접 촬영하고 판독까지 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활용이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협은 한의협의 주장에 대해 “대만과 한국의 의료 체계는 다르며, 대만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의협은 “대만은 중의사와 서의사(양방의사)의 면허 체계가 한국과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한의사와 의사의 교육 과정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협은 “과거 한의협이 대만 중의사의 한국 한의사 면허 취득을 반대했던 사례가 있다”고 지적하며, “한의협은 과거에는 ‘한의학과 중의학은 다르다’며 대만 중의사의 면허 취득을 반대했으면서, 이제는 대만 사례를 근거로 삼아 한의사의 X-ray 사용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한의사 X-ray 사용 문제, 의료계 갈등 심화 전망
한의협은 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한의사의 X-ray 사용이 가능하다”며 적극적인 활용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은 “X-ray는 단순 촬영이 아니라, 판독과 진단이 핵심인 만큼, 영상 판독 교육을 받지 않은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이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단순히 X-ray 사용 문제를 넘어, 한의사와 의사의 권한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의협은 “이번 논란이 초음파 등 다른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법령 개정을 고려할 경우, 의료계 전체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의료법 해석과 직역 간 권한 문제까지 얽혀 있어, 한동안 치열한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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