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상속 공제 대상 병원 제외 방침에 따른 의료기관 지속가능성 위협과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 기류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가업상속 공제 대상에서 병원을 제외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일선 개인병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개편안은 가업의 범위를 전문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으로 재정의했으나 병원과 약국은 그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됐다. 의료계는 이러한 결정이 지역 의료 기반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재정경제부가 개편안 발표 직후 입법예고에 나서며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의료계도 총력을 다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실제 대한병원협회는 정부 발표 직후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하여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법률 자문에 착수했다. 병원협회 측은 이번 세제개편안이 법률적으로 타당한지 검토하고 대한약사회 등 유관 단체들과 공동 대응 전선을 구축할 방침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정책 변화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의견 수렴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비관적인 상황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의료계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의료기관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이번 개편안은 가업상속 공제 대상을 대폭 정비하면서 병원을 마트나 주차장업과 같은 자산보유형 업종으로 취급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크다. 병원은 개정 취지인 전문기술 및 경영 노하우 승계에 가장 부합하는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심사 기회조차 박탈당했다는 주장이다. 수십 년간 축적된 진료 프로토콜과 감염 관리 체계는 단순한 자산이 아닌 고도의 숙련기술에 해당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입법예고 기간 내에 정부에 공식 의견을 제출하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적극적인 의견 표명에 나설 계획이다.

숙련기술 승계 정의와 병원 운영 노하우의 부합성
개정안은 가업을 특허권이나 영업비밀, 산업기술 및 숙련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숙련기술은 산업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술로서 지속적인 경험과 학습을 통해 얻어지는 기술을 의미한다. 의료계는 수십 년간 축적된 의술과 진료 프로토콜, 다직종 협업에 기반한 병원 운영 노하우가 이 정의에 완벽히 부합한다고 강조한다. 의술은 문서화된 정보만으로는 이전될 수 없으며 세대 간 직접 전수를 통해서만 승계되는 대표적인 숙련기술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다수의 병원이 치료기술이나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 분야의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첨단 재생의료나 세포 치료 등 산업기술에 해당하는 고난도 기술을 축적하고 있는 병원들이 많음에도 업종 자체를 배제한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병원은 타인으로부터 기술을 제공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프랜차이즈 형태가 아니며 부동산 임대나 이자 소득이 주된 수입원인 기업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설되는 가업상속공제 심사위원회의 개별 심사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된 상황에 대해 병원들은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의료기관의 운영은 단순히 시설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환자 안전 체계와 지역사회 내의 신뢰를 계승하는 과정이며, 이러한 무형의 자산들은 단기간에 형성될 수 없으며 장기간의 운영을 통해 완성되는 고유한 경영 노하우다. 정부가 이러한 병원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기술 승계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 것은 산업 전반의 기술 경쟁력 강화라는 세제 개편의 본래 목적과도 배치된다. 의료계는 의술의 숙련도와 운영의 전문성을 인정받기 위해 관련 근거 자료를 수집하여 정부를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자산보유형 업종 분류에 대한 의료계의 논리적 반박
정부가 이번에 공제 대상에서 제외한 업종들의 공통점은 부동산 등 자산 보유 자체가 수익의 원천이 되는 경우다. 과도한 토지 보유를 통해 상속세를 회피하려는 유인을 축소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지만 의료계는 이러한 우려가 구조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의료기관은 의료인 등 법정 개설 주체만 운영할 수 있어 상속인이 면허를 보유하고 직접 진료에 종사하지 않으면 승계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자산만 물려받는 형태의 편법 상속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다는 논리다.
문제준 세무법인 서광 대표세무사는 ‘의료기관은 의료인 면허 보유자만 승계가 가능하므로 자산만 이전하는 편법 상속의 위험이 극히 낮다’며 ‘오히려 고용 유지와 직접 진료라는 엄격한 사후관리가 보장되는 업종임에도 공제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세제 혜택의 본질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병원 자산의 상당 부분은 의료장비나 특수 설비 등 타 용도로 전용하기 어려운 자산들로 구성된다. 자산 자체의 환가를 목적으로 승계할 실익이 없으며 개설과 변경 과정에서 행정관청의 엄격한 관리와 감독을 받는다는 점도 강조됐다.
오히려 병원은 개정안이 신설한 사후관리 요건을 가장 안정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업종으로 꼽힌다. 관리 기간 10년 동안 근로자 수와 총급여액을 90% 이상 유지해야 하는 조건은 의료 인력을 필수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병원 구조상 자연스럽게 충족될 수 있다. 상속인이 의료인으로서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면 병원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사후관리를 가장 잘 지킬 수 있는 업종을 지원 대상에서 먼저 배제한 것은 정책적 논리에서 벗어난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 및 필수의료 강화 정책과의 정면 충돌 양상
지역 의료 인프라 붕괴에 대한 우려는 이번 사태의 가장 심각한 쟁점 중 하나다. 의료법인이 아닌 개인병원은 상속 시 현행법에 따라 최고 50%의 세율이 적용되는데 가업상속 공제가 배제되면 막대한 세금을 조달해야 한다. 특히 지방 중소병원은 토지와 건물 등 비유동 자산 비중이 높아 납세 재원을 마련하기가 매우 곤란한 실정이다. 지방에서는 병원을 인수할 수요도 희박하여 결국 매각이나 폐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해당 지역의 의료 공백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 완결적 의료 체계 구축 및 필수의료 강화 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응급이나 분만, 소아 및 중증 진료 등 필수의료는 수익성이 낮아 민간 병원의 사명감과 숙련된 인력 체계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병원들의 승계가 단절되면 필수의료 서비스 제공이 즉시 중단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필수의료를 수행하는 병원일수록 상시 가동해야 하는 시설과 장비로 인해 상속 재산 평가액은 높게 산정되지만 실제 현금 창출력은 낮아 자산 규모와 납세 능력 간의 괴리가 크다.
한 지방 중소병원 원장은 정부가 지역 의료 강화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병원의 승계를 차단하는 모순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힐난했다. 경영 기간 요건을 30년 이상으로 강화해 장수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한 지역에서 오랜 세월 존속해 온 병원을 제외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병원의 공공성을 감안하여 가업상속 공제 대상을 유지해야 하며 전면 유지가 어렵다면 최소한 의료 취약지나 필수의료 수행 병원만이라도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병원협회 등 유관단체의 법적 대응 및 공동 전선
대한병원협회는 이번 세제개편안의 법률적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하기 위해 대규모 법률 자문단을 구성했다. 가업상속 대상에서 병원을 제외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병원과 함께 약국도 이번 예외 대상에 포함되면서 대한약사회와의 공조 체계도 강화되고 있다. 유관 단체들은 공동 성명 발표와 더불어 정부 관계자와의 면담을 통해 개정안의 부당함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병원협회는 이번 개편안이 병원의 사회적 기여도와 공익적 성격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고 보고 있다. 병원은 영리 추구만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기업과 달리 의료법에 의해 엄격한 제한을 받으며 공공재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공제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이다. 협회는 회원 병원들을 대상으로 예상 상속세 규모와 경영 타격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하여 구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를 압박할 예정이다.
정치권과의 접촉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번 개정안이 지역 의료에 미칠 파급 효과를 설명하고 법안 심사 과정에서 수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의료계는 이번 사안을 생존권의 문제로 규정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입법예고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병원계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정부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당면한 최대 과제다.
세제 개편안 입법예고 기간 내 주요 쟁점과 향후 절차
재정경제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은 현재 입법예고 기간을 거치고 있으며 이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의료계는 이 기간이 정책을 수정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보고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주요 쟁점은 병원을 가업의 범주에 포함시킬 것인지와 필수의료 수행 기관에 대한 별도의 특례 조항을 신설할 것인지 여부다. 정부는 세수 확보와 과세 형평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의료 공급의 안정성을 우선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도 지역 의료 공백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만큼 의료계의 주장이 어느 정도 반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어 전면적인 철회보다는 부분적인 보완책이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의료계는 단순한 공제 유지를 넘어 병원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근본적인 세제 혜택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가업상속 공제 논란은 한국 의료 체계의 허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개인병원의 승계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의료 안전망 유지와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부와 병원계가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입법예고 종료 이후 정부가 내놓을 최종 수정안에 의료계의 요구가 얼마나 반영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