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인 줄 알았던 식물성 기름의 조리 시 트랜스지방 변환 위험성 및 혈관 질환 기전
현재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이들이 동물성 지방 대신 식물성 기름을 선택하고 있다.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한 식물성 기름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건강식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특정 식물성 기름은 조리 방식에 따라 건강을 위협하는 독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발연점이 낮은 기름을 고온에서 가열할 경우, 분자 구조가 파괴되면서 인공 트랜스지방과 유사한 유해 성분이 생성된다는 점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건강을 위해 선택한 식단이 오히려 혈관을 막고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식물성 유지의 분자 구조가 고온에서 변성되는 화학적 기전
모든 식물성 기름은 고유의 발연점을 가지고 있다. 발연점이란 기름이 열을 받아 분해되면서 연기가 나기 시작하는 온도를 의미한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들기름, 참기름 등 정제되지 않은 압착유는 발연점이 상대적으로 낮아 섭씨 160도에서 170도 사이에서 연기가 발생한다. 이 시점부터 기름 내부의 트리글리세라이드 성분이 유리 지방산으로 분해되며 산화가 급격히 진행된다. 특히 고도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한 기름일수록 열에 취약하여 탄소 결합이 끊어지기 쉽다.
이때 생성되는 유독 물질 중 하나가 바로 트랜스지방이다. 자연 상태의 불포화 지방산은 시스(cis) 구조를 유지하지만, 강한 열 에너지가 가해지면 안정적인 트랜스(trans) 구조로 재배열되며 성질이 변한다.
2011.12.28.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에 발표된 바스크 대학교 Maria D. Guillen 교수팀의 [Study of the Evolution of the Lipidic Profile of Edible Oils Submitted to Frying Process by 1H Nuclear Magnetic Resonance] 연구 결과, 식물성 기름을 반복적으로 고온 가열할 경우 알데하이드와 같은 유독 화합물이 생성되며 지방산의 일부가 트랜스 구조로 변형되는 것이 확인됐다. 이러한 화학적 변성은 단순히 영양소의 파괴에 그치지 않고, 섭취 시 인체 내에서 대사되지 않는 노폐물로 작용한다. 인공적으로 경화시킨 마가린뿐만 아니라, 집에서 흔히 사용하는 건강한 기름도 잘못된 열 가공을 거치면 혈관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발연점 낮은 오일의 무분별한 사용이 초래하는 심혈관계 위협
현재 많은 주부가 볶음이나 튀김 요리에 올리브유나 들기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발연점이 낮은 기름으로 튀김을 할 경우, 기름은 끓는점에 도달하기 전에 이미 산패가 시작된다. 산패된 기름은 과산화지질을 형성하며, 이는 혈액 속에 유입되어 혈관 내벽에 상처를 입히는 주범이 된다. 트랜스지방은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수치를 높이는 동시에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수치를 낮추어 이상지질혈증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고 탄력을 잃는 동맥경화가 가속화됐으며, 심할 경우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 같은 급성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16.07.05. JAMA Internal Medicine에 게재된 하버드 T.H. 찬 공중보건대학원 Dong D. Wang 교수팀의 [Association of Specific Dietary Fats With Total and Cause-Specific Mortality]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공된 지방 뿐만 아니라 열에 의해 변성된 지방산 역시 관상동맥 질환의 위험을 유의미하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Dong D. Wang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불포화 지방이 변성될 경우 혈관 내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촉진하여 만성 염증 상태를 유발한다. 건강을 위해 챙겨 먹는 식물성 기름이 조리법의 무지로 인해 오히려 혈관 노화를 앞당기는 모순적인 상황이 현재 많은 가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산화된 불포화 지방산이 인체 내 세포막과 혈관에 미치는 영향
고온에서 변질된 식물성 기름은 세포 수준에서도 문제를 일으킨다. 인체의 모든 세포는 지방으로 구성된 세포막을 가지고 있다. 열로 인해 구조가 뒤틀린 트랜스지방산이 세포막의 일부로 편입되면, 세포막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물질 교환 기능에 장애가 생긴다. 이는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당뇨병 환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학계의 보고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불포화 지방산 중 오메가-3 함량이 높은 들기름의 경우 공기 중 노출이나 열에 매우 취약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021.11.23.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공식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튀김용으로는 발연점이 200도 이상인 카놀라유, 해바라기유, 포도씨유 등을 권장하고 있다. 반면 발연점이 낮은 압착 올리브유나 참기름 등은 가급적 가열하지 않고 그대로 섭취하거나, 조리 마지막 단계에서 불을 끄고 소량 첨가하는 것이 영양소 파괴와 유해 물질 생성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이미 연기가 난 기름은 아까워하지 말고 즉시 폐기해야 한다. 육안으로 보기에 투명하더라도 연기가 났다는 것은 이미 화학적 구조가 무너졌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안전한 조리를 위한 유지류 선택 및 온도 관리의 공학적 지침
요리의 목적에 맞는 기름 선택은 혈관 건강을 지키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이다. 무침용, 볶음용, 튀김용 기름을 엄격히 구분하여 사용하는 습관이 정착돼야 한다. 볶음 요리를 할 때는 팬을 먼저 달군 뒤 기름을 붓는 것보다, 차가운 팬에 기름을 두르고 중불에서 서서히 온도를 올리는 것이 기름의 급격한 산화를 막는 데 유리하다. 또한 수분이 많은 재료를 넣을 때는 기름의 온도가 일시적으로 내려가므로 발연점에 도달할 위험이 줄어들지만, 수분이 없는 재료를 고온에서 오래 조리할 때는 발연점을 넘기기 쉽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기름의 보관 상태 역시 중요하다. 열에 약한 식물성 기름은 빛과 산소에 의해서도 산패가 진행된다. 따라서 불투명한 용기에 담아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들기름은 냉장 보관이 필수이며 개봉 후 한 달 이내에 소비하는 것이 권장된다. 식물성 기름의 건강 효능은 ‘신선도’와 ‘올바른 온도 관리’에서 나온다. 현재 전문가들은 무조건 식물성 기름이 좋다는 맹신을 버리고, 조리법에 최적화된 기름을 선택하는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제주 자연주의의원 신영태 원장에게 듣는 고온 조리 시 기름 선택과 혈관 건강
Q. 식물성 기름은 무조건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왜 고온 조리 시 문제가 되나?
식물성 기름의 핵심 영양소인 불포화 지방산은 화학적으로 매우 불안정하다. 특히 탄소 결합 사이에 이중 결합이 많은 기름일수록 열에 노출됐을 때 산화 반응이 훨씬 빠르게 일어난다. 발연점을 넘기는 순간 기름은 독성 물질인 알데하이드를 내뿜고 지방 구조 자체가 뒤틀린다. 이렇게 변질된 기름은 체내에서 배출되지 않고 혈관 벽에 쌓여 염증을 유발하고 동맥을 딱딱하게 만든다. 건강을 위해 비싼 압착유를 샀더라도 이를 튀김에 사용한다면 오히려 싸구려 가공 지방보다 몸에 해로울 수 있다.
Q. 올리브유로 요리를 하는 것이 유행인데, 볶음 요리에 사용해도 괜찮나?
올리브유도 등급에 따라 다르다. ‘엑스트라 버진’ 등급은 발연점이 낮아 샐러드 드레싱이나 낮은 온도의 조리에 적합하다. 만약 고온 볶음 요리를 하고 싶다면 발연점이 더 높은 ‘퓨어 올리브유’나 ‘리파인드 올리브유’를 선택하는 것이 옳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팬에 두르고 연기가 날 정도로 가열하는 행위는 오일 내부의 유익한 폴리페놀 성분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트랜스지방을 직접 제조하는 것과 다름없다. 요리의 온도와 오일의 등급을 반드시 맞춰야 한다.
Q. 이미 조리에 사용한 기름을 재사용하는 것은 어떤 위험이 있나?
한 번 가열됐던 기름은 이미 산화가 시작돼 발연점이 처음보다 훨씬 낮아진 상태이다. 재사용 횟수가 늘어날수록 트랜스지방의 함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유해한 활성산소가 대량으로 발생한다. 식당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아깝다는 이유로 튀김 기름을 모아두었다가 다시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혈관에 시한폭탄을 심는 것과 같다. 기름은 1회 사용 후 폐기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며, 조리 시에도 연기가 나지 않도록 온도를 제어하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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