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포집의 혁명인가 재앙의 서막인가,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돌로 만드는 기술의 실체
대기 중으로 쏟아져 나오는 탄소를 붙잡아 지하 깊숙한 곳에 돌로 굳혀버린다는 발상은 공상과학 소설의 한 장면처럼 들린다. 하지만 아이슬란드 헬리셰이디 지열 발전소 인근에서는 이 기묘한 연금술이 현실로 구현되고 있다. 이른바 ‘현무암 주입술’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탄소 포집 및 저장(CCS) 분야의 혁신으로 칭송받으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수식어 뒤에 숨겨진 공학적 한계와 지질학적 리스크를 들여다보면, 이것이 과연 인류를 기후 재앙에서 구할 구원투수인지 아니면 막대한 자본을 탕진하는 위험한 도박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2년 만에 기체를 광물로 바꾸는 연금술의 민낯
아이슬란드의 카브픽스(Carbfix) 프로젝트는 2012년부터 본격적인 실험을 시작했다. 핵심 원리는 단순하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물에 녹여 탄산수 형태로 만든 뒤, 지하 400~800m 아래의 현무암층에 주입하는 것이다. 현무암에 풍부한 칼슘, 마그네슘, 철 이온이 탄산수와 반응하면 고체 탄산염 광물, 즉 ‘돌’이 된다.
자연 상태에서는 수천 년이 걸릴 이 과정을 카브픽스는 단 2년 만에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2021년 9월 8일 가동을 시작한 세계 최대 규모의 직접 공기 포집(DAC) 시설 ‘오르카(Orca)’는 이 기술의 상업적 가능성을 증명하는 전초기지다. 하지만 연간 4,000톤이라는 포집량은 전 세계 연간 배출량인 370억 톤의 0.00001%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미한 수준이다. 기술적 경이로움이 실제 기후 위기 해결에 기여하는 비중은 처참할 정도로 낮다.
물 25톤당 탄소 1톤, 자원 낭비의 극치와 에너지의 역설
현무암 주입술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자원 소비 효율이다. 이산화탄소 1톤을 지하에 가두기 위해서는 약 25톤의 물이 필요하다. 물 부족이 전 지구적 과제로 떠오른 시대에 탄소를 잡기 위해 막대한 수자원을 지하로 쏟아붓는 행위는 또 다른 환경 파괴를 정당화하는 꼴이다. 에너지 소비 역시 문제다. 대기 중 0.04%에 불과한 이산화탄소를 걸러내기 위해서는 거대한 팬을 돌리고 흡착제를 가열해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2024년 5월 8일 가동을 시작한 ‘매머드(Mammoth)’ 플랜트는 오르카보다 9배 큰 규모를 자랑하지만, 여전히 아이슬란드의 풍부한 지열 에너지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지열이나 태양광 같은 청정 에너지가 없는 지역에서 이 기술을 도입한다면, 탄소를 잡기 위해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각을 흔드는 인위적 주입, 예고된 지질 재해의 공포
지하 깊숙한 곳에 고압으로 유체를 주입하는 행위는 지질학적으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의 여러 지역에서 셰일 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 파쇄 공법이 ‘유도 지진’을 일으킨 사례가 보고됐다. 현무암층에 탄산수를 주입하는 과정 역시 지각 내부의 응력 균형을 깨뜨려 미세 지진을 유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카브픽스 측은 안전성을 강조하지만, 수십만 톤, 수백만 톤 단위로 주입 규모가 커질 경우 지표면 아래에서 어떤 연쇄 반응이 일어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또한, 주입된 탄산수가 예상치 못한 경로로 이동하여 지하수를 오염시키거나 지표면으로 누출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류가 통제할 수 없는 지질학적 변수를 무시한 채 ‘돌로 만든다’는 결과에만 집착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공학적 오만이다.
탄소 배출 면죄부로 전락한 기술적 환상과 기업의 탐욕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은 이 기술이 대형 배출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에어버스 등 글로벌 대기업들은 이미 카브픽스와 클라임웍스의 서비스를 구매하며 탄소 중립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화석 연료 사용 감축보다는 ‘돈으로 탄소를 지운다’는 안일한 태도를 조장한다.
톤당 600달러에서 1,000달러에 달하는 포집 비용은 일반적인 탄소 배출권 가격보다 훨씬 비싸지만, 기업들은 이를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며 그린워싱의 도구로 삼고 있다. 기술이 완성되기도 전에 마케팅이 앞서 나가는 형국이다. 기후 위기는 기술적 요행이 아니라 소비 구조의 근본적 변화와 화석 연료로부터의 즉각적인 탈피를 요구한다. 현무암 주입술이라는 화려한 포장지에 현혹되어 우리가 정작 해야 할 일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탄소 포집 기술 궁금증
Q: 현무암 주입술이 지진을 유발할 가능성이 실제로 있는가?
A: 고압의 액체를 지층에 주입하면 암반 사이의 마찰력을 줄여 지각 활동을 촉진한다. 이는 유도 지진의 전형적인 원인이며, 주입량이 늘어날수록 위험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Q: 아이슬란드 외의 지역에서도 이 기술이 적용 가능한가?
A: 현무암 지층이 풍부해야 하며 막대한 양의 물과 청정 에너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조건을 완벽히 갖춘 곳은 드물기에 보편적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Q: 탄소 포집 비용이 현재 어느 정도 수준이며 경제성이 있는가?
A: 현재 톤당 600달러 이상이다. 2030년까지 100달러로 낮추겠다는 목표가 있으나, 설비 구축 비용과 에너지 소모를 고려하면 경제적 자립은 요원한 상태다.
Q: 이 기술이 탄소 중립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
A: 보조적인 수단은 될 수 있으나 해결책은 아니다. 배출 자체를 줄이지 않고 포집에만 의존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