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 수가의 절반도 안 되는 도수치료 관리급여 적용, 국민 치료 선택권 침해 우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오는 6월 개최 예정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료계와의 실질적인 소통 없이 도수치료 관리급여 적용을 위한 고시 개정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의협은 27일 오후 6시 의협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국민의 치료 선택권과 의료 접근성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비급여 항목이었던 도수치료를 건강보험 체계 내의 관리급여로 편입시키면서 발생하는 수가 하락과 이용 제한에 있다.

관행수가 절반 이하의 저수가 책정과 의료기관 경영 위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도수치료에 대한 수가를 4만원대로 책정하고 일률적인 횟수 제한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 형성된 도수치료의 관행수가는 평균 10만원 선이다. 심평원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는 이를 본인부담률 95%의 선별급여 형태인 관리 급여로 편입하기로 결정했다.
이태연 의협 보험부회장은 구체적인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하며 의료기관의 경영 타격을 우려했다. 관행수가 10만원을 적용하던 의원이 관리 급여 수가인 4만원을 적용받을 경우, 일일 치료 인원 10명을 기준으로 연간 손실액이 약 1억 4400만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이는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던 기관들의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수치다.
선별급여 전환이 불러올 환자 부담 가중과 치료권 침해
의협은 정부가 내세우는 급여화라는 명분이 실제로는 치료 통제 정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95%라는 기형적으로 높은 본인부담률이 적용되면 환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비용 절감 효과는 미미하다. 오히려 정부의 획일적인 잣대로 치료 횟수와 이용 자체가 제한되면서 적기에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의 기회가 박탈될 가능성이 높다.
도수 치료는 근골격계 질환, 만성 통증, 수술 후 재활 등 환자의 기능 회복을 위해 필수적인 영역이다. 의협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수가 체계가 강제될 경우 의료기관은 정상적인 진료를 유지할 수 없으며, 결국 그 피해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손보험 손해율 관리 논리에 매몰된 보건 행정 비판
의료계는 이번 정책의 배경에 민간 실손보험사의 손해율 안정화 논리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비급여 관리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보험금 지급액이 큰 도수 치료를 규제하여 보험사의 재무 구조를 개선해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실손보험의 손해율 문제는 과거의 잘못된 상품 설계와 보험사의 부실한 지급 심사 등에서 기인한 측면이 큼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의료계의 비급여 진료로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행정 편의주의와 재정 논리가 의학적 전문성과 환자의 치료 선택권보다 우선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풍선효과 발생 가능성과 장기적 사회적 비용 증가 전망
의협은 특정 항목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다른 비급여 항목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도수치료 규제 이후 체외충격파나 증식치료 등 다른 항목으로 진료 패턴이 이동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는 단기적인 비용 통제 정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의협은 주장했다.
또한 적기에 적절한 도수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의 질환이 만성화되거나 중증화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더 큰 의료비 지출과 사회적 손실을 초래하게 되는데, 의협은 질환의 회복을 돕는 필수적인 치료 이용을 획일적인 잣대로 제한하는 행위가 국민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의사회 연대와 향후 대정부 투쟁 및 협력 방안
한편, 이번 기자회견에는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대한정형외과의사회,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등 도수치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문 의사회들이 참여하여 뜻을 같이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가 재정 논리와 행정 편의주의에 매몰되어 의료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택우 의협회장은 정부가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멈추고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협의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의협은 향후 뜻을 함께하는 환자 및 소비자 단체들과 연대하여 관리급여 제도의 부당성을 알리고, 올바른 제도 개선이 이루어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의료계와 소비자 단체의 연대 대응 및 향후 계획
의협은 향후 환자 및 소비자 단체들과 연대하여 관리급여 제도의 부당성을 알리는 대국민 홍보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의료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고시 개정이 강행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묻겠다는 계획이다. 의협은 정부가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의료계와 실질적인 협의 테이블에 마주 앉을 것을 요구했다.
6월 건정심 회의 결과에 따라 의료계의 대응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도수치료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