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인 줄 알았는데 의료사고? 의료기사법 개정안 의료체계 붕괴 우려 및 환자 안전 위협
현재 보건의료계에서는 의료기사의 업무 범위를 기존의 의사 지도 아래에서 수행하던 방식에서 처방이나 의뢰에 의한 수행까지 확대하려는 입법 시도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 국회에서 발의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의료기사가 의사나 치과의사의 직접적인 지도 없이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개정안이 현행 의료법 체계의 근간을 뒤흔들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료기사의 독자적 업무 수행 가능성이 열릴 경우, 의료 행위 전반에 걸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응급 상황에서의 적절한 대처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기사는 의사의 지도 아래에서만 진료나 의학적 검사에 종사하게 되어 있다. 이는 모든 의료 행위가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과 환자 상태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에 기반한다. 개정안이 통과되어 지도 외에 의뢰나 처방만으로 업무 수행이 가능해진다면, 이는 의사의 감독 권한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과적으로 의료 현장에서의 협업 구조가 무너지고 무자격자에 의한 의료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중요성이 커진 재활 서비스 분야에서 이러한 변화는 환자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로 평가받는다.

의료기사 업무 범위 확대의 핵심 쟁점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의료기사의 업무 수행 요건에 처방과 의뢰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의사가 실시간으로 의료기사의 업무를 확인하고 지도하는 구조였으나, 처방 개념이 도입되면 의료기사가 의사와 떨어진 공간에서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러한 변화가 의료기사에게 독자적인 개설권을 부여하거나 의료 행위를 독립적으로 수행하게 하려는 사전 단계라고 분석한다. 의사의 면허권은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치료의 전 과정을 총괄하는 권한인데, 이를 세부 직역으로 파편화할 경우 전체적인 의료의 질이 저하될 위험이 크다.
특히 환자의 상태는 시시각각 변할 수 있으며, 단순한 물리치료나 작업치료 과정에서도 예기치 못한 신체적 부작용이나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의사의 직접적인 지도와 감독이 부재한 상황에서 의료기사가 임의로 업무를 수행하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환자는 즉각적인 의학적 조치를 받기 어렵다. 또한 의료기사가 환자의 상태 변화를 의사에게 보고할 법적 의무가 약화될 수 있어 의료 전달 체계의 정보 공유에도 공백이 생길 우려가 크다. 이는 결국 환자가 입게 되는 피해로 귀결되며, 의료 사고 발생 시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법적 분쟁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처방 기반 업무 수행의 위험성
개정안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방문 재활과 같은 통합 돌봄 사업의 효율성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물리치료사가 환자의 자택을 방문하여 재활 서비스를 제공할 때마다 의사의 지도를 받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재 시행 중인 다양한 시범사업 결과는 이러한 주장을 반박한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시행한 재활의료기관 수가 시범사업에서는 전화나 인터넷 플랫폼 등 양방향 소통 수단을 활용하여 의사의 지도하에 방문 재활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음을 입증했다. 즉, 현행법 체계 내에서도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의사의 실시간 감독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안을 통해 처방이라는 용어를 삽입하려는 시도는 의료기사의 업무 영역을 의사의 통제 밖으로 끌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의사의 처방 이후 의료기사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에 대해 의사가 즉각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면, 이는 의료 행위의 연속성을 끊는 행위와 같다. 의료 사고의 책임 소재 혼란도 피할 수 없다. 의사는 처방의 적절성을 주장하고, 의료기사는 수행 과정의 정당성을 주장할 경우 그 피해는 오롯이 환자에게 전가된다. 명확한 책임 구조가 없는 의료 체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이는 국민 건강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다.

방문재활 서비스의 제도적 대안
정부가 발표한 추진 로드맵에 따르면 물리치료사의 방문 재활은 돌봄통합지원법 시행과 동시에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안정기에 접어드는 시점에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 이 사안은 관련 부처와 의료계 사이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 따라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 없이 졸속으로 법안을 개정하는 것은 부작용을 양산할 뿐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기관 외의 장소에서도 의사의 실무적인 지도가 가능하도록 지도의 공간적 개념을 확장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현행 의료 체계의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방문 재활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접근이다.
의료기사법 개정안은 환자의 안전보다는 특정 직역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한 입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의료 행위는 효율성보다는 안전성과 정확성이 최우선 가치가 돼야 한다. 의료기사가 의사의 지도 없이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은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하는 위험한 시도다. 대한의사협회는 통합 돌봄 체계가 차질 없이 안착할 수 있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지만, 의료 질서를 무너뜨리는 입법에는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으로도 의료계는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최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현행 의료 체계의 원칙을 수호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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