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선언한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추진, 단순한 예산 증액을 넘어선 실질적 자립의 길을 묻다.
📢 핵심 3줄 요약
1. 2026년부터 발달장애인 돌봄을 국가가 책임지는 체계로 전격 전환하며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한다.
2.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24시간 개별 1:1 지원 서비스를 주말까지 확대하여 가족의 돌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춘다.
3. 2027년까지 장애아 가족 양육 지원 시간을 연 1,320시간으로 늘리고 지역사회 자립 지원을 위한 본사업을 본격 시행한다.
10일, 보건복지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추진방안’을 발표하며 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공식화했다. 우리나라의 발달장애인은 2025년 말 기준 28만 8천여 명으로 전체 장애인의 11.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지와 의사소통의 제약으로 인해 일상생활 전반에서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동안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자녀보다 하루만 더 사는 것이 소원이었다. 이번 대책은 이러한 가족의 희생에 국가가 응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는 국정과제인 ‘장애인 삶의 질 향상과 기본적 권리 보장’을 실현하기 위해 3대 전략과 11대 추진과제, 그리고 50개의 세부과제를 확정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주체적이고 자립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특히 부모의 고령화로 인해 발생하는 돌봄 공백을 메우고 최중증 장애인에 대한 24시간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등 현장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르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포함됐다.

28만 명의 발달장애인 가족이 겪는 돌봄의 무게는 얼마나 무겁나?
발달장애인 가구의 현실은 통계 수치보다 훨씬 가혹한 양상을 띠고 있다. 2025년 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중 스스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비율은 26.4%에 불과하며, 이는 전체 장애인 평균인 64.8%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보호자의 46.2%가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있으며, 29.6%는 우울증 등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족 전체의 삶이 장애인 한 명의 돌봄에 매몰되는 구조적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난 결과다.
과거 발달장애인 돌봄은 오롯이 가족의 몫으로 치부됐으며 국가는 보조적인 역할에 그쳤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병 살인이나 동반 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발달장애인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부모 역시 노쇠해지면서 돌봄의 주체가 사라지는 ‘돌봄 절벽’ 현상은 단순한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사회적 재난에 가까운 상태다. 이번 국가책임제 선언은 이러한 비극의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황희숙 신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가책임제는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다만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으려면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와 서비스 전달 체계의 효율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교수는 특히 “실제로 현장에서는 서비스 대상자는 늘어나는데 이를 수행할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예산 투입과 함께 인력 양성 시스템의 혁신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국가책임제는 이름뿐인 구호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돌봄 서비스는 어떻게 사각지대를 해소할까?
이번 추진방안은 영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생애 전 주기를 아우르는 촘촘한 지원을 설계했다. 먼저 장애아동을 키우는 가정의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해 장애아 가족 양육 지원 이용 시간을 2026년 연 1,200시간에서 2027년 연 1,320시간으로 확대한다. 또한 장애아 전문 및 통합 어린이집을 2027년까지 2,088개소로 늘려 조기 개입과 적기 서비스 제공의 기틀을 마련한다. 이는 장애 발견 초기부터 국가가 개입하여 부모의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포석이다.
학령기 아동과 청소년을 위해서는 방과 후 활동 서비스 대상자를 2026년 1만 1,500명에서 2027년 1만 3,000명으로 증원한다. 특히 방학 기간의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특화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1인 집중 지원 서비스를 도입하여 개인별 필요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강화한다. 성인 발달장애인의 경우 주간 활동 서비스 대상자를 2030년까지 3만 명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여 대기 수요를 완전히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성인 장애인이 집안에만 고립되지 않고 지역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넓힌다.
백경우 나음재활의학과의원 원장은 ‘조기 진단과 개입은 발달장애인의 사회적 적응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며, ‘의료적 접근과 복지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통합 시스템이 안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단순히 돌봄 시간을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 발달 단계에 적합한 전문적인 재활과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부는 이를 위해 발달재활 서비스 대상자도 2027년까지 11만 6천 명으로 확대하여 치료 접근성을 높일 방침이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24시간 지원 체계는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자·타해 등 도전 행동이 심한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24시간 개별 1:1 지원 서비스의 확대다. 정부는 현재 평일에만 운영되는 최중증 돌봄 서비스를 2027년 하반기부터 주말까지 확대하여 보호자의 부재 상황에서도 장애인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최중증 통합 돌봄 대상자는 2026년 2,340명에서 2027년 2,760명으로 늘리며 긴급 돌봄 제공 기관 역시 39개소까지 확충하여 갑작스러운 사고나 경조사 시에도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이러한 고강도 돌봄 서비스의 성공 여부는 결국 현장 종사자의 처우에 달려 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소모가 큰 최중증 장애인 돌봄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2027년부터 장애 영유아 돌봄 인력 가산 수당을 신설하고 최중증 통합 돌봄 종사자의 전문 수당 인상도 검토 중이다. 종사자가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서비스의 질도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발달장애인 지원 사업 종합 공제의 보장 범위와 수준을 확대하여 현장의 위험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최중증 장애인 부모들은 이번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거주 시설의 확충과 더불어 지역사회 내 소규모 그룹홈의 활성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4시간 돌봄이 단순히 수용의 개념이 아니라 삶의 질을 보장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서비스 질 관리를 위해 관리 감독 모니터링과 품질 평가 체계를 마련하여 운영의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는 최중증 장애인도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인 것은 분명하다.
지역사회 자립과 일자리 확대가 가져올 발달장애인의 삶의 변화는?
돌봄의 최종 목적지는 결국 자립이다. 정부는 2027년 3월 시행 예정인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지원법’에 맞춰 자립 지원 시범 사업을 본 사업으로 전환한다. 자립을 희망하는 장애인에게 주거, 일자리, 활동 지원을 연계하여 제공하며 2030년에는 모든 기초 지방 정부가 이 사업에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는 시설 중심의 보호에서 벗어나 장애인이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이웃과 어울려 살아가는 ‘탈시설’ 기조를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적 자립을 위한 일자리 대책도 구체화됐다. 발달장애인의 직무 역량 강화를 위해 재직자 훈련 지원 대상을 2027년 720명으로 늘리고 중증 장애인 근로 지원인은 1만 2,200명까지 확대한다. 장애 유형과 정도를 고려한 맞춤형 직무 개발과 공공 일자리 확대를 통해 발달장애인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기여하고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단순히 보조금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부모 사후에도 장애인의 권리와 재산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공공 후견인 제도와 재산 관리 지원 서비스를 대폭 강화한다. 발달장애인 사법 지원을 강화하고 교육 조건부 기소유예 활성화를 추진하는 등 법적 보호망도 촘촘히 짠다. 장애 예술인의 창작 지원과 장애인 스포츠 강좌 이용권 확대 등 문화와 여가 생활의 참여 기회를 넓히는 것도 자립의 중요한 축이다. 자립은 단순히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촘촘한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해결해야 할 현장의 과제는?
아무리 좋은 정책도 전달 체계가 부실하면 현장에 닿지 않는다. 정부는 16개 시도에 지역 장애아동 지원 센터를 신규 설치하여 장애를 조기에 발견하고 복지, 교육, 의료 자원을 원스톱으로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지역 발달장애인 지원 센터가 통합 사례 관리의 중심 기관 역할을 수행하도록 기능을 강화하고 발달장애인 특화 정보 통합 앱을 개발하여 실시간 소통과 정보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부모들이 정보를 찾아 헤매는 수고를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여전히 과제는 산적해 있다. 지역별 인프라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수도권과 대도시는 서비스 제공 기관이 밀집해 있는 반면 지방 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은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모든 광역 지자체가 참여하는 2027년까지 지역 간 균형 있는 인프라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거주지에 따른 차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또한 예산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긴밀한 협력과 안정적인 재원 마련 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의 성공은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와 맞물려 있다. 장애인을 분리하고 격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동료 시민으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 정부는 편견과 차별 방지를 위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배려가 필요한 공공시설에 심볼을 도입하는 등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나선다. 28만 명의 발달장애인이 보통의 일상을 누리는 사회는 정부의 예산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우리 모두의 관심과 연대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