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마운자로 등 GLP-1 비만치료제 영구적 시력 상실 유발, 복용 후 시신경 손상 보고되며 환자들 손해배상 청구
📢 핵심 3줄 요약
1. GLP-1 계열 약물 복용 후 영구적 시력 상실을 유발하는 NAION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며 미국 내 소송이 90건을 넘어섰다.
2. 유럽과 일본 등은 제품 라벨에 실명 관련 경고를 추가했으나 미국 FDA는 현재 인과관계를 조사 중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3. 국내에서도 비만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며 오남용에 따른 췌장염 및 시신경 손상 위험에 대한 전문의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GLP-1 계열 비만 및 당뇨 치료제가 드물지만 영구적인 시력 상실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오젬픽과 위고비,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와 젭바운드 등을 복용한 환자들 사이에서 비동맥염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 진단 사례가 잇따르며 제조사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이 본격화됐다.
미국 뉴저지주에 거주하는 미셸 페널은 2형 당뇨병 치료를 위해 오젬픽을 복용한 지 6개월 만에 오른쪽 눈의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을 겪었다. 정면은 보였으나 오른쪽과 아래쪽 시야가 사라지는 전형적인 NAION 증상이었다. 의료진은 즉시 약물 복용 중단을 권고했으나 손상된 시력은 회복되지 않았다. 페널은 현재 노보 노디스크를 상대로 부작용 미고지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비동맥염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의 발병 기전은 무엇인가?
NAION은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가 갑작스럽게 감소하거나 차단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시신경 머리 부분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신경 세포가 괴사하며, 이는 한쪽 눈 혹은 양쪽 눈의 영구적인 시력 상실로 이어진다. 현재까지 승인된 치료법이 없다는 점에서 예방과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GLP-1 계열 약물 복용을 시작한 뒤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에 발병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검안협회는 약물 복용을 시작하는 환자들에게 정기적인 안과 검사를 통해 시신경 건강을 확인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당뇨병이나 고혈압, 수면무호흡증 등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NAION 발생 위험이 일반인보다 높으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나 현 가든안과의원 원장은 “NAION은 시신경 혈류 차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현재까지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며 “GLP-1 계열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들은 시야 결손이나 시력 저하가 느껴질 경우 즉시 투약을 중단하고 안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 제약사를 상대로 한 소송 규모와 쟁점은?
미국 손해배상 전문 법률회사 웨이츠앤룩센버그는 2025년 이후 뉴저지주 법원에 오젬픽과 위고비 복용 중 NAION이 발병한 환자들을 대리해 90건 이상의 소송을 제기했다. 필라델피아 연방법원에서도 일라이 릴리를 포함한 제약사들이 시력 상실 위험을 충분히 경고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제약사 측은 약물과 질환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는 해당 약물을 사용하는 환자군 자체가 당뇨나 심혈관 질환 등 NAION 위험 인자를 이미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일부 독립 연구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 복용군의 발병 위험이 비복용군보다 최소 2배에서 최대 8배까지 높다는 상반된 결과가 나와 법정 공방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글로벌 규제 당국과 미국 FDA의 대응 차이는 왜 발생하는가?
유럽의약품청(EMA)은 2024년 6월 NAION을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결론짓고 제품 라벨에 경고 문구를 추가하도록 권고했다. 영국, 일본, 호주 역시 라벨에 관련 정보를 포함해 환자와 의료진에게 주의를 환기하고 있다. 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4년 말 관련 가능성을 확인한 뒤 현재까지 조사를 진행 중이며 공식적인 경고 문구 추가는 보류하고 있다.
하버드 의대 애런 케셀하임 교수는 FDA가 라벨 변경에 있어 매우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확실한 인과관계가 증명되기 전까지는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신중을 기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노보 노디스크 본사가 위치한 덴마크에서는 이미 환자보상원을 통해 시력 상실 피해자 27명에게 약 150만 달러(한화 약 21억 원)의 보상금이 지급된 바 있어 미국의 대응 지연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김종민 민병원 병원장(외과전문의, 비만대사수술센터장)은 “최근 단순 미용 목적으로 비만치료제를 남용하는 사례가 급증하며 심각한 부작용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며 “체질량지수가 낮은 일반인이 영구적 실명이나 췌장염 등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고 지적했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의 급성장과 오남용 위험성은?
국내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은 2025년 약 5000억 원 규모를 넘어섰으며 2026년에는 최대 8000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본에서 저렴하게 약을 처방받는 ‘마운자로 원정’이나 온라인 불법 유통 등 오남용 사례가 늘면서 보건 당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접수된 비만치료제 관련 위해 신고는 116건으로 전년도 6건 대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주요 부작용으로는 복통, 구토 등 소화기계 증상이 가장 많았으나 급성 췌장염이나 담낭염 등 중증 질환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보고됐다.
이혁 제주자연주의의원 원장은 “체질량지수(BMI)가 기준치에 미달하는 사람이 단순히 미용 목적으로 약물을 사용할 경우 이득보다 실명이나 췌장 손상 등의 위험이 훨씬 크다’고 경고했다.
단순 체중 감량 목적의 복용이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
메이요클리닉의 존 첸 교수는 의사가 환자 스스로 위험과 이익을 평가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뇨병이나 심장병 등 생명과 직결된 질환을 조절하기 위해 약물이 필요한 경우라면 시력 상실이라는 희귀 부작용의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단지 2~3kg의 체중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영구적인 실명 위험을 안고 약을 맞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결국 비만치료제는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 하에 사용돼야 하며, 복용 중 시야 흐림이나 통증 등 이상 증상이 느껴지면 즉시 투약을 중단하고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제약사들의 책임 회피와 규제 당국의 엇갈린 행보 속에서 환자 스스로가 부작용 정보를 명확히 인지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청희 법무법인 CNE 대표변호사는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에서 제품 라벨에 실명 관련 경고를 추가한 것은 약물의 위험성을 인정한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제약사가 부작용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이를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면 향후 국내에서도 피해 환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가 잇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