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약 성분 제제도 간 독성 유발 위험성… 천연물 맹신에 경종
천연 성분으로 구성된 생약 제제가 간 건강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와 임상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흔히 ‘자연 유래’라는 문구로 인해 부작용이 없을 것으로 오인되나, 실제로는 간세포를 파괴하거나 대사 과정에서 독성 물질을 생성하는 경우가 확인된 것. 의료계에 따르면 약물 유발 간 손상(DILI)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생약 및 건강기능식품이 지목됐다.
특히 간은 체내로 들어온 모든 약물을 대사하고 해독하는 기관이기에 성분이 불분명하거나 고농축된 생약 제제에 노출될 경우 독성 반응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 최근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발표된 국내외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급성 독성 간염으로 입원한 환자 중 상당수가 의사의 처방 없이 임의로 복용한 생약 제제나 약초 추출물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급성 독성 간염 원인 분석… 생약 제제 비중 높아
국내에서 발생하는 독성 간염의 약 20%에서 30%가 생약 제제 및 건강기능식품과 연관됐다. 이는 양약에 의한 간 손상 비중과 대등하거나 특정 연령대에서는 오히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생약 성분은 복합적인 화학 구조를 지니고 있어 특정 성분이 간 내 대사 효소인 시토크롬 P450과 반응할 때 독성 대사산물을 형성할 수 있다.
2023년 10월 발표된 한 연구 보고서는 하수오, 백출, 마황 등 특정 약초 성분이 포함된 제제를 장기간 혹은 고용량 복용했을 때 간 수치가 정상 범위의 10배 이상 급상승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이러한 간 독성은 복용량에 비례하여 나타나는 ‘직접적 독성’과 개인의 체질에 따라 소량으로도 발생하는 ‘특이 체질성 독성’으로 구분된다. 특이 체질성 독성의 경우 예측이 불가능하며 황달, 피로감, 소변 색 변화 등의 증상이 나타난 후에는 이미 간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간 독성 유발 주요 생약 성분 및 기전 규명
생약 성분 중 간 독성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물질로는 피롤리지딘 알칼로이드와 안트라퀴논 유도체가 꼽힌다. 피롤리지딘 알칼로이드는 일부 국화과 식물에 포함되어 있으며 간 내 정맥 폐쇄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하수오에 포함된 안트라퀴논 성분은 간세포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저하시켜 세포 사멸을 유도한다는 사실이 임상 시험을 통해 증명됐다. 녹차 추출물 역시 고농도의 카테킨(EGCG) 성분을 함유한 제제로 복용할 경우 간 독성을 유발할 수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성분의 일일 섭취량을 제한하고 경고 문구를 삽입하도록 조치했다.
간은 약물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활성 산소를 생성하는데 생약 성분이 이 과정을 과도하게 촉진하면 간세포 내 산화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간세포막이 손상되고 염증 반응이 유도되면서 간염이나 간경변으로 진행되는 양상을 띤다. 특히 여러 종류의 생약을 혼합하여 복용할 경우 성분 간 상호작용으로 인해 독성이 배가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 의사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식약처 및 의학계의 복용 지침과 권고 사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생약 성분 제제의 안전성 관리를 위해 독성 간염 유발 가능성이 있는 성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해외 직구를 통해 유입되는 검증되지 않은 생약 제제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이나 금지된 약물 성분이 검출되는 사례가 빈번하여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의사들은 생약 제제를 복용하기 전 반드시 간 기능 검사를 선행하고 기저 질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복용 중 극심한 피로, 식욕 부진, 피부 가려움증, 황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진단 시에는 환자가 복용 중인 모든 생약 제제의 명칭과 복용 기간을 의사에게 정확히 알려야 신속한 치료가 가능하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약물 유발 간 손상 진단 척도인 RUCAM 점수를 활용하여 원인 약물을 식별하고 있으며 생약 제제에 의한 손상이 확인될 경우 즉각적인 복용 중단과 함께 보존적 치료를 시행한다.
생약 제제 안전성 확보를 위한 팩트 요약
생약 성분 제제도 간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은 임상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천연물이라는 이유로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없으며 오히려 복합적인 성분 구성이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독성 간염은 초기 증상이 모호하여 발견이 늦어질 경우 간 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생약 제제 복용 시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고 정해진 용법과 용량을 준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까지 보고된 사례들을 종합하면 생약 제제에 의한 간 손상은 복용 중단만으로도 회복되는 경우가 많으나 기저 간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음이 확인됐다. 관계 당국은 생약 제제의 유통 경로를 점검하고 성분 미표기 제품에 대한 단속을 지속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