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부터 면역까지 침의 역할, 평생 동안 약 2개의 수영장을 채울 수 있는 양, 무심코 흘리는 침의 경이로운 생산력
인간의 몸은 놀라운 생체 공장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간과하기 쉬우면서도 필수적인 생산품이 바로 침(타액)이다. 우리는 침을 단순히 입안을 적시는 액체로 여기지만, 한 사람이 평생 동안 생산하는 침의 총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사람은 평생 동안 약 2개의 수영장을 채울 수 있는 양의 침을 생산한다.
이는 평균적인 올림픽 규격 수영장(약 2,500,000리터)보다는 훨씬 적은 양이지만, 일반 가정용 수영장(약 25,000~50,000리터)을 기준으로 했을 때, 5만 리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이 경이로운 생산력 뒤에는 소화, 면역, 구강 건강을 지키는 침의 핵심적인 역할이 숨어 있다.

하루 1.5리터, 멈추지 않는 침샘의 작업
침의 생산량은 개인의 건강 상태나 활동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성인 기준으로 하루 평균 1~1.5리터에 달한다. 이는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의 양과 맞먹는 수준이다. 잠자는 동안에는 생산량이 현저히 줄어들지만, 깨어 있는 동안에는 3쌍의 주요 침샘(이하선, 악하선, 설하선)과 수많은 작은 침샘들이 쉴 새 없이 타액을 분비한다.
이처럼 꾸준한 생산이 축적되어 평생 동안 약 5만 리터에 이르는 엄청난 양이 되는 것이다. 이 양은 일반적인 가정에서 사용하는 10톤 규모의 물탱크 5개를 가득 채우는 규모와 같다. 침은 99%가 물로 구성돼 있지만, 나머지 1%에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효소, 전해질, 점액, 항체 등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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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의 시작과 구강 환경의 파수꾼
침의 가장 잘 알려진 기능은 소화 작용의 시작이다. 침 속에 포함된 아밀라아제(프티알린) 효소는 음식을 씹는 순간부터 탄수화물을 분해하기 시작한다. 이는 위장으로 넘어가기 전에 소화 효율을 높이는 중요한 단계이다. 또한, 침은 음식을 부드럽게 윤활하여 식도를 통해 위로 쉽게 넘어가도록 돕는 점액질을 포함하고 있다. 만약 침이 없다면, 음식물을 삼키는 행위 자체가 고통스럽고 어려워질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침은 구강 환경을 보호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침은 pH 6.7~7.4의 약알칼리성을 띠며, 음식물 섭취 후 산성화된 구강을 중화시키는 완충 작용을 한다. 이 중화 작용은 충치균이 산을 만들어 치아 법랑질을 부식시키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라이소자임과 면역글로불린 A(IgA) 같은 항균 성분들이 포함되어 있어, 외부에서 침입하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1차적으로 방어하는 면역 기능도 담당한다. 침은 구강 내 미생물 균형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침 부족이 초래하는 구강 건조증과 전신 건강 위협
침의 생산량이 줄어드는 상태를 구강 건조증(제로스토미아)이라고 부른다. 이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심각한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침이 부족하면 윤활 작용이 어려워져 말하거나 삼키는 것이 힘들어지고, 미각 장애를 겪을 수도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침의 보호 기능이 상실되면서 발생한다. 구강 내 산성도가 높아져 충치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며, 잇몸 질환과 구내염, 심지어 구강 칸디다증 같은 곰팡이 감염 위험도 커진다. 특히 노년층이나 특정 약물 복용자, 쇼그렌 증후군 같은 자가면역 질환 환자에게서 구강 건조증이 흔하게 나타난다.
서울 민병원 정광윤 이비인후과 원장은 “침은 단순한 수분이 아니라 구강 내 미생물 생태계를 조절하고 전신 건강을 지탱하는 중요한 방어선이다. 침 분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 구강 내 염증이 만성화되고, 이는 소화기계 질환이나 호흡기계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침 분비량을 유지하고 구강 건조증을 예방하는 것은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적인 관리”라고 강조했다.
침의 성분 분석을 통한 질병 진단 가능성
최근 의학계에서는 침을 단순한 분비물이 아닌 중요한 진단 도구로 활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침에는 혈액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호르몬, 단백질, DNA, 그리고 질병과 관련된 바이오마커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침을 분석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 특정 감염성 질환의 항체, 심지어 암세포에서 유래된 물질까지도 비침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혈액 검사나 소변 검사보다 환자에게 부담이 적고, 특히 소아나 노약자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침의 성분 변화는 구강 내 문제뿐만 아니라 전신적인 질병의 초기 신호를 반영하기 때문에, 미래에는 침 검사가 정기적인 건강 검진의 주요 항목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침샘 건강을 지키는 생활 습관
평생 동안 약 2개의 수영장을 채울 수 있는 양의 침을 생산하는 침샘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침 분비를 촉진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충분한 수분 섭취이다. 물을 자주 마시는 습관은 침의 주성분인 수분을 공급하여 생산을 돕는다. 또한, 껌을 씹거나 신맛이 나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침샘을 자극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특히, 식사 중에는 음식을 충분히 씹어 침과 잘 섞이게 하는 것이 소화와 구강 건강 모두에 이롭다.
만약 침 분비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거나 구강 건조 증상이 심해진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구강 건조증은 약물 부작용, 당뇨병,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원인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침샘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우리가 누리는 기본적인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서울 민병원 정광윤 이비인후과 원장은 “침은 단순한 액체가 아닌, 우리 몸의 소화, 면역, 치아 보호 시스템이 통합된 결과물이다. 평소에 구강이 마르지 않도록 관리하고, 특히 노화나 질병으로 인해 침 분비량이 줄어들 경우 인공 타액이나 침 분비 촉진제를 활용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침의 양과 질은 구강 건강을 넘어 전신 건강의 바로미터가 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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