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 같은 소염제 습관적 복용으로 인한 위점막 파괴와 천공의 병리학적 기전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약물군 중 하나다.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등으로 대표되는 이 약물들은 염증을 억제하고 통증을 완화하며 해열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효능 이면에는 위장관 점막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는 부작용이 존재한다.
소염제의 습관적이고 장기적인 복용이 위벽에 구멍이 뚫리는 위천공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 위천공은 위 내용물이 복강 내로 유출되어 복막염을 일으키는 응급 질환으로, 신속한 처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생명을 위협한다.

위점막 보호 시스템의 붕괴 메커니즘
소염제가 위벽에 손상을 입히는 기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국소적인 직접 손상이다. 대부분의 소염제는 산성 성질을 띠고 있어 위장관 내에서 직접적으로 위점막 세포를 자극한다. 약물이 위 내에서 용해되는 과정에서 점막 상피 세포막에 물리적,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며 보호막을 약화시킨다. 두 번째이자 더 결정적인 이유는 전신적인 생화학적 기전인 사이클로옥시게나제(COX) 효소의 억제이다. 소염제는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의 합성을 차단하기 위해 COX 효소를 억제하는데, 이때 위점막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프로스타글란딘까지 함께 억제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정상적인 상태의 위는 강력한 위산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두꺼운 점액층을 형성하고 중탄산염을 분비한다. 이 과정은 프로스타글란딘에 의해 조절된다.
힘내라내과의원 이혁 원장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가 통증 완화에는 탁월하지만 위장관 점막을 보호하는 프로스타글란딘 합성을 차단하기 때문에 장기 복용 시 위벽이 얇아지고 끝내 구멍이 생기는 천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스타글란딘이 줄어들면 위산 분비는 억제되지 않는 반면 점막의 혈류량은 감소하고 점액 분비가 줄어들어 위벽은 무방비 상태로 위산에 노출된다. 이로 인해 궤양이 심화되고 결국 근육층을 지나 위벽 전체가 뚫리는 천공이 발생한다.
무증상 궤양에서 응급 천공으로 이어지는 위험성
소염제 유발 위장관 손상의 무서운 점은 환자가 천공이 발생하기 직전까지 별다른 자각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위궤양은 명치 부위의 통증이나 속 쓰림을 동반하지만, 소염제 자체가 진통 효과를 가지고 있어 궤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증을 은폐한다. 이로 인해 환자는 위벽이 얇아지는 심각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약을 계속 복용하게 된다. 통계에 따르면 소염제 복용으로 인한 심각한 위장관 합병증 환자의 약 50% 이상이 사전 경고 증상 없이 갑작스러운 천공이나 대량 출혈을 경험한다.
천공이 발생하면 갑작스럽고 극심한 상복부 통증이 나타나며, 이는 곧 복부 전체로 퍼진다. 복막이 자극되면서 복부가 판자처럼 딱딱해지는 복부 경직 현상이 관찰된다. 이는 위산과 소화 효소, 음식물이 복강 내로 유입되어 화학적 복막염을 일으켰음을 의미한다. 초기 단계에서 적절한 수술적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세균성 복막염으로 진행되어 패혈증과 다장기 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노령층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이러한 과정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며 사망률 또한 높게 나타난다.

고위험군 선별과 올바른 약물 복용의 중요성
모든 소염제 복용자가 위천공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조건을 가진 고위험군에서는 발생 확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65세 이상의 고령자, 과거 위궤양 병력이 있는 사람, 고용량의 소염제를 복용하는 경우, 스테로이드나 항응고제를 함께 복용하는 환자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된 상태에서 소염제를 복용하면 점막 손상의 위험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더욱 커진다. 음주와 흡연 역시 위점막의 재생 능력을 떨어뜨려 천공 발생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천공 예방을 위해서는 소염제 복용 시 반드시 정해진 용량과 기간을 준수해야 한다. 자가 진단으로 약국에서 구입한 소염제를 매일 습관적으로 복용하는 습관은 매우 위험하다. 임상적으로 장기 복용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위산 분비 억제제(PPI)나 점막 보호제를 병용 처방하여 위장관 손상을 최소화한다. 또한 최근에는 COX-1 효소는 억제하지 않고 통증에 관여하는 COX-2 효소만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물들이 개발되어 기존 소염제보다 위장관 부작용을 줄이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완전한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므로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통해 위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홍성수 비에비스나무병원 병원장에게 듣는 소염진통제 복용과 위천공 위험성
Q. 아스피린을 매일 먹는 사람도 위천공 위험이 높은가?
심혈관 질환 예방 목적으로 저용량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하는 경우에도 위점막 손상의 위험은 상존한다. 비록 용량은 적지만 장기간 복용하면 프로스타글란딘 합성이 지속적으로 저해되어 위벽이 얇아질 수 있다. 특히 고령이거나 다른 약물을 병용하는 환자라면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점막의 상태를 점검하고, 증상이 없더라도 전문의와 상담하여 복용 지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Q. 소염진통제를 식후에 바로 먹으면 천공을 예방할 수 있는가?
식후 복용이 음식물로 인해 위벽에 가해지는 직접적인 산성 자극을 줄여줄 수는 있다. 그러나 소염제로 인한 위천공의 주된 원인은 혈액을 통해 전신적으로 작용하는 COX 효소 억제 기전에 있다. 따라서 식후에 복용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부작용인 프로스타글란딘 합성 저해를 막을 수는 없다. 식후 복용은 보조적인 수단일 뿐, 약물의 습관적인 복용 자체를 주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Q. 위천공이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구체적인 초기 증상은 무엇인가?
가장 특징적인 것은 ‘칼로 베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이 명치 부근에서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다. 이후 통증이 배 전체로 번지며, 누워 있다가 몸을 움직이거나 숨을 크게 들이쉴 때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 복부가 딱딱하게 굳으면서 누르면 통증이 심하고 뗄 때 더 아픈 반발성 압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소염제를 상시 복용하던 중 이런 통증이 발생한다면 즉시 응급실을 방문하여 엑스레이나 CT 검사를 받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