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계절근로자 장기요양보험 의무가입 제외 조치로 농어업 분야 고용 환경 개선
보건복지부는 2020년 5월 6일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E-8)에 대한 노인장기요양보험 가입을 본인 신청에 따라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조치는 농어촌 인력난 해소를 위해 도입된 계절근로자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고용주와 근로자 양측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정부는 그동안 제기됐던 사회보험 체계의 불합리한 요소를 정비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계절근로자 비자 특성과 장기요양보험의 구조적 부조화
외국인 계절근로자 비자인 E-8은 최대 8개월 동안 농어업 분야에서 취업 활동을 할 수 있는 자격이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운영되는 이 제도는 주로 파종기나 수확기 등 일시적으로 인력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시기에 외국인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마련됐다. 반면 노인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의 노인이나 65세 미만 중 치매, 뇌혈관성 질환 등 노인성 질병으로 인해 6개월 이상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계절근로자의 연령 제한이 19세에서 55세 사이로 설정되어 있고 국내 체류 기간이 매우 짧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이 국내에서 장기요양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기존 법령은 건강보험 가입 시 내국인과 외국인을 구분하지 않고 장기요양보험에 당연 가입하도록 규정했으나, 이번 개정으로 인해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어려운 근로자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통계로 드러난 보험료 납부와 서비스 이용의 심각한 불균형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직장가입자로 등록된 계절근로자는 총 914명에 달했다. 이들이 납부한 보험료 총액은 약 3억 9,800만 원으로 집계됐으나, 실제 장기요양 서비스를 이용한 사례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제도의 취지와 실제 현장 상황 사이의 괴리를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됐다.
고용주인 농어민들은 외국인 근로자 고용 시 건강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해야 하며, 이에 연동된 장기요양보험료 역시 함께 부담해 왔다. 인건비 상승과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어촌 현장에서 이번 제도 개선은 고용 비용 절감이라는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근로자 입장에서도 본인이 이용할 가능성이 희박한 보험료 납부를 중단함으로써 실질 소득이 증대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시행령 개정에 따른 가입 제외 신청 절차와 적용 범위 확대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2020년 5월 13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된 내용에 따르면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장기요양보험 가입 제외 신청서를 제출하면 가입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는 이미 2009년부터 시행 중인 비전문취업(E-9), 방문취업(H-2), 기술연수(D-3) 체류자격 근로자들에 대한 가입 제외 규정과 형평성을 맞춘 조치다.
정부는 현재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로 등록되어 보험료를 납부 중인 계절근로자들에게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신속하게 부담을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장기요양보험 가입 제외를 희망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규칙 별지 제1호 서식인 장기요양보험 가입제외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해당 서류를 작성한 후 거주지나 사업장 인근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를 직접 방문하여 제출하면 접수가 완료된다.
농어촌 인력 수급 안정화와 사회보험 합리화의 기대 효과
보건복지부는 이번 조치가 국내 인력 수급이 어려운 분야의 안정적인 운영을 돕고 사회보험 제도를 보다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농업과 어업은 계절적 요인에 따라 노동 수요의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외국인 계절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과도한 보험료 부담은 고용주에게는 경영 압박으로, 근로자에게는 근로 의욕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었다. 이번 법령 정비를 통해 장기요양보험의 가입 기준이 현실에 맞게 조정됨에 따라 농어업 현장의 경제적 활력이 제고될 것으로 평가된다.
보건복지부 임을기 노인정책관은 사용자 및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의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가입 기준을 합리적으로 정비했다며, 향후에도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와 더불어 불필요한 규제 혁파를 통해 민생 경제 지원을 지속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