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를 전절제했던 고령 환자에게 담석이 생겼다면… 로봇 수술로 유착의 한계를 넘다
과거에 큰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는 환자들은 세월이 흐른 뒤 다른 부위에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치료 과정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복잡해지는 상황을 마주하곤 한다. 특히 위암 등의 질환으로 인해 위 전체를 절제하는 대수술을 받았던 환자라면 더욱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위 절제 수술은 단순히 장기를 제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복강 내 장기들의 해부학적 위치를 완전히 재구성하기 때문에 이후 발생하는 담도계 질환 치료에 있어 커다란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 필자의 병원에 내원한 70대 후반의 여성 환자 역시 이러한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환자는 약 20년 전 위암 판정을 받고 위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나, 최근 며칠간 지속되는 발열과 복부 불편감으로 지방 유수의 병원(해당 병원)을 방문하여 검사를 진행한 결과 담관 내 결석이 발견되었다.

위 전절제 후 발생하는 담도계 질환 치료의 구조적 한계
일반적으로 담관 결석은 ERCP라고 불리는 역행성 담도 내시경술을 통해 제거한다. 이는 입을 통해 내시경을 삽입하여 위와 십이지장을 거쳐 담관 입구에 도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위를 전체 절제하고 식도와 공장(소장의 일부분)을 직접 연결한 환자의 경우, 내시경이 지나가야 할 십이지장으로의 길이 끊겨 있거나 완전히 변형되어 있어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 결국 해당 병원에서는 입 대신 간을 통해 직접 담관에 접근하는 PTBD(경피경간 담도 배액술)와 담낭의 압력을 낮추는 PTGBD(경피경간 담낭 배액술)를 시행해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환자는 열이 계속되고, 염증수치가 떨어지지 않았다. 해당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해보자 담낭에서도 결석이 발견됐다.
담낭 속에 남은 결석은 언제든 다시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으며, 결국 담낭 절제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20년 전의 큰 수술이 남긴 흔적은 해당 병원 수술팀에게 거대한 장벽으로 다가왔다. 복강 내 장기들이 서로 눌어붙는 ‘유착’ 현상 때문이었다. 광범위한 유착은 장기들의 해부학적 구조를 왜곡시켜 수술 중 다른 장기나 혈관을 손상시킬 위험을 극도로 높일 수 있다. 이에 해당 병원에서는 심한 유착 가능성으로 인해 복강경이나 로봇수술 대신 배를 크게 여는 개복 수술을 권유했다.
다빈치SP 로봇수술이 선사하는 정밀함과 환자 안전
그러나 70대 후반의 고령 환자에게 개복 수술은 신체적 부담이 너무 컸고, 회복 과정에서의 합병증 우려도 무시할 수 없었다. 또한 개복 수술을 받으면 수십 센티미터의 흉터와 극심한 통증을 견디며 수 주간 병상생활은 불가피하다.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는 절개를 최소화하면서도 안전하게 수술할 방법을 찾아 수소문 끝에 담낭에 담즙을 빼내기 위한 배액관(PTGBD)을 꽂은 채 본원을 방문했다.
필자는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다빈치SP를 활용한다면 유착을 극복하고 안전하게 담낭을 절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로봇수술, 특히 다빈치SP 시스템은 고난도 유착 박리 수술에서 탁월한 강점을 발휘한다. 육안보다 10배 이상 확대된 고해상도 3D 입체 영상은 아주 미세한 유착 부위와 혈관, 신경을 선명하게 구분할 수 있게 해주며, 사람의 손목보다 훨씬 자유롭게 움직이는 다관절 로봇 팔은 좁고 깊은 복강 안에서도 정교한 조작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수술 중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변형된 해부학적 구조 속에서 담도를 손상시키는 일인데, 여기에 ICG(인도시아닌그린) 형광 카메라 기술을 접목하면 실시간으로 담관의 주행 경로를 확인할 수 있어, 구조가 변형된 상태에서도 담도 손상을 방지하며 안전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했다.

성공적인 유착 박리와 담낭 절제 과정
실제 수술에 들어가니 예상대로 위 절제 부위 주변 장기들이 복잡하게 얽혀 담낭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필자는 로봇의 정교한 관절 기능을 이용해 장기들을 하나하나 섬세하게 떼어내는 유착 박리 작업을 우선적으로 수행했다. 자칫 서두르다가는 장기 천공이나 대량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구간이었지만, 로봇의 안정적인 시야와 정밀한 움직임 덕분에 주변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며 담낭에 접근할 수 있었다. 이후 ICG 형광 카메라로 담관과 혈관의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한 뒤, 염증의 원인이 된 담낭을 안전하게 분리해 냈다.
수술 전 미리 담즙 배액관(PTGBD)을 꽂아 담낭 내부의 압력을 낮춰둔 것도 수술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팽팽하게 부어오른 담낭은 박리 과정에서 터지기 쉬운데, 미리 감압된 상태였기에 담즙 누출의 위험 없이 깔끔하게 절제할 수 있었다. 다행히 환자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최소 절개 방식 덕분에 빠른 회복세를 보였으며, 수술 후 특별한 합병증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담석 질환의 조기 대응과 외과 의사의 숙명
담석은 현대인에게 매우 흔한 질환이지만, 과거 큰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담즙의 흐름이 막히면 염증이 전신으로 퍼지는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해부학적 변형으로 인해 치료 방법조차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복적인 복부 통증이나 열, 황달 증상이 나타난다면 지체하지 말고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과거 수술 이력이 있는 환자라면 해당 상황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외과 전문의와 상담하여 개복 수술 외의 대안이 있는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의료 기술의 발전은 불가능해 보이던 수술을 가능하게 만들고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환자의 과거 수술 이력과 현재의 전신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치료 경로를 설계하는 것이 우리 외과 의사들에게 주어진 숙명이다. 담석 치료에 있어 정답은 단 하나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 환자의 개별적인 상황에 맞춰 로봇 수술과 같은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고령의 고난도 환자라도 충분히 건강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 잊지 말고 기억하자. 가장 안전한 길은 환자의 상태를 가장 깊이 이해하는 곳에서 시작된다. 기술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남은 것은 그 기술을 환자의 고통을 줄이는 데 기꺼이 쏟아붓겠다는 의사의 의지뿐이다.
위 전절제 후 담석 치료 궁금증
Q. 위를 전체 절제한 환자는 왜 일반적인 담석 내시경(ERCP) 치료가 불가능한가요?
ERCP는 내시경을 입으로 넣어 식도, 위를 거쳐 십이지장에 있는 담관 입구까지 도달해야 하는 시술이다. 그런데 위암 등으로 위를 절제한 환자는 위와 십이지장 사이의 통로가 끊기고 식도를 소장(공장)에 바로 연결하는 식으로 구조가 바뀐다. 내시경이 담관 입구가 있는 십이지장까지 갈 수 있는 길이 물리적으로 차단되어 있거나 경로가 너무 길어 접근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인 내시경술로는 결석 제거가 힘들다.
Q. 심한 유착이 있는 경우에도 반드시 개복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요?
과거에는 유착이 심하면 복강경 기구가 움직일 공간이 부족하고 장기 손상 위험이 커서 개복 수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로봇 수술 시스템이 고도로 발달하여 개복하지 않고도 충분히 유착 박리가 가능하다. 로봇의 3D 시야는 유착 경계를 육안보다 훨씬 정확하게 보여주고, 미세하게 떨림 없이 움직이는 로봇 팔은 좁은 틈새에서도 정교한 가위질과 박리를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숙련된 의료진이 로봇 기술을 활용한다면 유착이 심한 고난도 사례도 최소 침습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Q. ICG 형광 카메라 기술이 담낭 수술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나요?
ICG라는 형광 물질을 혈관에 주입하면 특수 카메라를 통해 담즙이 흐르는 담관과 혈관이 녹색으로 빛나게 보인다. 유착이 심하거나 해부학적 변형이 온 환자는 담관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고 다른 장기에 가려져 있거나 뒤틀려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 ICG 기술을 사용하면 실시간으로 담관의 위치를 투시하듯 확인할 수 있어, 수술 중 담관을 잘못 건드려 발생하는 치명적인 합병증인 담도 손상을 획기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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