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7개 의사단체·학회, 의료기사법 개정안 개악 저지 위해 일제히 성명… 실시간 지도 삭제 시 무면허 의료행위 양산 우려
의료기사의 업무 범위 규정에서 핵심인 의사의 ‘지도’를 ‘지도 또는 처방·의뢰’로 변경하려는 입법 추진에 대해 대한민국 의료계가 전례 없는 규모의 강력한 반대 투쟁에 돌입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를 비롯한 전국 시도의사회와 전문 학회들은 이번 개정안이 의료 면허 체계의 근간을 훼손하고 환자 안전을 사각지대로 내모는 ‘악법’이라며 즉각적인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오는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상정을 앞둔 이번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이 공동 발의한 것으로, 의료 현장의 현실을 반영해 의료기사가 의사의 ‘지도’ 없이도 ‘처방’만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도는 안전망, 처방은 방치”… 실시간 감독 부재에 따른 환자 위험
의료계는 ‘지도’와 ‘처방’이 용어의 차이를 넘어 의료행위의 본질을 결정짓는 기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전광역시의사회는 “의사의 지도는 업무 전체 과정의 지속적 감독과 즉각적 개입을 의미하지만, 처방은 일회적 지시로 이후 과정에서 의사의 관여를 구조적으로 배제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안과학회 역시 “의사의 직접적인 지도·감독 없이는 환자 상태 변화에 즉각 대응이 불가능해져 안전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경상북도의사회는 이를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도박”으로 규정하며, 돌발 상황 대처 능력이 의사와 비교할 수 없는 의료기사의 독자적 행위가 초래할 위험성을 경고했다. 전북특별자치도의사회는 단순히 처방전 하나로 실시간 감독이 배제되는 것은 환자 안전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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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 체계 붕괴 및 무면허 의료행위 변칙 허용 비판
보건의료 질서의 혼란에 대한 우려도 거세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의료기사는 의사의 지도 아래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자격이 부여된 직역”이라며 “명확한 법적 개념을 삭제하는 것은 사실상 의료기사의 단독 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잘못된 선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상남도의사회와 전라남도의사회 또한 이는 대한민국 의료 면허 체계의 근간을 뿌리째 뒤흔드는 ‘무면허 의료행위의 변칙적 허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인천광역시의사회는 과거 사회적 공분을 샀던 ‘주사이모’ 사건을 언급하며, 의료기관 외에서의 무면허 의료행위가 만연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의료기사가 의사의 지도를 벗어나는 순간 사이비 의료나 무면허 의료행위를 막기 어려워진다”며 2015년 법제처 해석과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현행 유지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책임 소재 불명확…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가 모호해진다는 점도 큰 쟁점이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감독권 없는 상태에서 책임만 지는 의사와 권한은 행사하되 책임 근거가 모호한 의료기사 사이의 혼란은 결국 피해자인 국민의 몫”이라고 꼬집었다. 대구광역시의사회는 책임 체계를 붕괴시키는 이번 입법 시도를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역사에 기록될 악행”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울산광역시의사회는 “책임 소재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오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원칙에 기반한 신중한 판단을 요청했다.
‘통합돌봄’ 명분 삼은 정치권 비판과 합리적 대안 제시
의료계는 ‘돌봄’과 ‘편의성’을 명분으로 내세운 정치권을 향해 날 선 비판을 보냈다. 충청남도의사회는 “방문재활이 마치 ‘처방’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처럼 정치권을 호도하는 일부 직역 단체의 행태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재활의료기관협회는 방문재활이 활성화된 일본의 사례를 들어, 의료기관 부설 및 의사의 서면 보고 의무화 등 오히려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이 세계적 추세임을 강조했다.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와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통합돌봄은 특정 직역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치와 법이 의료에 과도하게 개입하여 직역 간 갈등을 유발하는 입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원격지도’라는 합리적 대안… “안전장치 확보가 선행돼야”
의료계는 무조건적인 반대 대신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합리적인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지아 의원의 안은 ‘지도’의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ICT 기술을 활용한 ‘원격지도’를 통해 의료기관 외 장소에서도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대구광역시의사회는 “한지아 의원의 대안은 의료체계의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현실적인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핵심 안전기준이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된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와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의료기사의 독립적 역할 확대보다는 의사의 지도·감독을 공간적으로 확장하는 내실화에 집중해야 한다”며,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단계적 제도의 설계를 강력히 요구했다.
범의료계는 국민의 생명권 수호를 위해 이번 개정안이 폐기될 때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할 것을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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