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 근육으로서의 인간 엉덩이 대둔근 근육, 왜 인간만 엉덩이가 큰가? 핵심은 한 발로 설 때의 ‘안정성’
헬스장에서 스쿼트를 하거나, 육상 선수들이 트랙을 질주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우리는 흔히 엉덩이 근육, 즉 대둔근(Gluteus Maximus)을 강력한 추진력의 원천으로 여긴다. 많은 운동 전문가들은 대둔근이야말로 속도를 내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데 필수적인 ‘힘의 엔진’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현생 인류는 침팬지나 다른 영장류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거대한 대둔근을 자랑한다.
이처럼 발달된 엉덩이가 우리가 두 발로 서서 달리고, 걷고, 뛰어다닐 수 있게 한 핵심 능력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만약 인류가 거대한 엉덩이를 갖게 된 진짜 이유가 폭발적인 질주 능력이 아닌, 지극히 단순하고 정적인 움직임, 즉 ‘서 있는 행위’ 때문이었다면 어떨까. 수백만 년에 걸친 인류 진화의 역사 속에서, 우리의 대둔근은 어떤 비밀을 품고 진화한 것일까?
과연 그동안 우리는 인간의 가장 거대한 근육이 수행하는 핵심 기능을 오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진화론적 통념을 깨다: 대둔근은 추진력 근육이 아니다
오랜 기간 동안 대둔근은 인류가 직립보행을 넘어 ‘장거리 달리기’를 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으로 간주됐다. 달리기를 할 때 다리를 뒤로 차는 동작(엉덩이 관절 신전)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근육이 바로 대둔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해부학자와 진화생물학자들의 연구는 이 전통적인 견해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대둔근은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속도)을 만들어내는 주동근(Agonist) 역할보다, 몸이 무너지지 않게 지지하고 균형을 잡는 안정화 근육(Stabilizer) 역할에 더욱 최적화됐다.
실제로 걸을 때나 가볍게 뛸 때 대둔근이 동원되는 정도는 생각보다 미미하다. 걷기나 가벼운 달리기는 주로 햄스트링이나 다른 엉덩이 주변 근육들이 담당한다. 대둔근이 폭발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오르막길을 오르거나 계단을 오를 때처럼 몸의 중심이 크게 흐트러지거나, 최대치의 힘을 발휘해야 할 때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대둔근의 거대한 크기는 일상적인 달리기 능력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인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직립 자세’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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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립보행의 난제: ‘코어’로서의 엉덩이 기능 재조명
인간이 두 발로 걷는다는 것은 끊임없이 한 발로 서 있는 순간의 연속이다. 보행 주기 중 약 60%를 한 발로 지탱하며 나아간다. 이 짧은 순간, 몸은 중력의 영향을 받아 앞으로 쏠리거나, 지지하는 다리 쪽으로 쓰러지려는 강력한 회전 모멘트를 경험한다. 이때 대둔근은 골반과 척추가 앞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뒤쪽에서 강력하게 잡아주는 핵심 코어 근육 역할을 수행한다. 즉, 대둔근은 추진력을 제공하기에 앞서, 인류가 직립 자세를 유지할 때 발생하는 수많은 불안정성을 제어하는 ‘브레이크’이자 ‘댐퍼’로 기능한다.
특히 대둔근의 섬유 방향과 그 부착 부위는 강력한 신전뿐만 아니라 골반의 후방 경사와 외회전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며, 이는 상체가 앞으로 굽는 것을 막고 안정적인 중심을 잡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이 역할은 비단 걷기 뿐만 아니라, 단순히 앉았다가 일어서는 행위, 혹은 불안정한 지형에서 넘어지지 않으려는 모든 순간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인류는 나무에서 내려와 사바나를 걸으면서 생존을 위해 균형 유지 능력을 극대화해야 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압도적인 크기의 대둔근으로 나타났다.
백경우 나음재활의학과의원 원장(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회장)은 “대둔근을 강력한 추진력 근육이 아닌 ‘후방 코어 근육’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이 근육이 약해지면 골반이 앞으로 무너지고 척추에 과부하가 걸려 만성적인 요통을 유발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재활 훈련에서는 자세 안정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둔근의 진화적 목적: 달리기 경쟁이 아닌 생존 경쟁
진화생물학자들은 초기 인류의 대둔근이 발달한 시기를 인류가 장거리 달리기를 시작한 시점보다 훨씬 이전, 즉 완전히 직립보행을 완성한 시점과 연결 짓는다. 만약 대둔근이 달리기를 위해 커진 것이라면, 가장 거대한 엉덩이 근육은 마라톤 선수에게서 관찰돼야 하지만, 실제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마라톤 선수들은 오랜 시간 효율적인 전진 움직임을 위해 상대적으로 작은 엉덩이 근육을 갖는 경우가 많다. 반면, 보디빌딩 선수나 특정 순간에 폭발적인 안정성이 필요한 투척 선수들에게서 거대한 대둔근이 관찰된다.
이는 대둔근의 발달이 폭발적인 속도 경쟁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넘어지지 않고 오랫동안 두 발로 버틸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균형’을 확보하기 위한 생존 경쟁의 결과임을 시사한다. 이 근육이 충분히 강하지 못하면 척추와 골반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가해지고, 이는 곧 현대인의 만성적인 요통과 불안정한 자세로 이어진다. 대둔근은 허리를 지키고, 코어 전체를 통합하는 인체의 강력한 기반이었던 셈이다.
새로운 운동 패러다임: 자세와 안정성을 중심으로
이러한 연구 결과는 헬스 및 재활 운동 패러다임에도 큰 변화를 예고한다. 기존의 대둔근 강화 운동이 단순히 무게를 들어 올리고 큰 힘을 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안정성’과 ‘자세 제어’ 능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엉덩이 근육을 코어 근육으로서 인식하고, 한 발로 서거나 불안정한 자세에서 균형을 잡는 훈련을 병행하는 것이 대둔근의 본래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대둔근은 단순히 미용이나 힘을 위한 근육이 아니라, 인류가 직립보행을 통해 지구상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해준 진화의 산물인 것이다. 우리는 이 거대한 근육을 통해 끊임없이 쓰러지려는 중력에 저항하며 중심을 잡았고, 그 결과 비로소 양손이 자유로워져 도구를 사용하고 문명을 일굴 수 있었다. 이제 대둔근은 그 중요성을 폭발적인 추진력 차원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 방식 그 자체인 ‘직립 자세’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안정화 시스템으로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다음번 운동 시에는 엉덩이 근육을 단순히 ‘밀어내는’ 근육이 아닌, 몸의 중심을 잡아주는 ‘제어 장치’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인류 진화의 비밀이 담긴 대둔근의 새로운 기능은 우리의 건강과 움직임의 질을 어떻게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영관 광주바로병원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인류의 거대한 대둔근이 장거리 달리기 능력과 직결된다는 통념은 재고되어야 한다.”며, “대둔근의 크기는 폭발적인 속도보다 불안정한 직립 자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생존을 이어가기 위해 진화된 인류 생존의 핵심 장치임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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