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속 사냥꾼 네안데르탈인 식단의 반전, 최상위 포식자 신화의 결과는?
영하의 추위가 몰아치던 플라이스토세 유럽의 동굴 입구. 건장한 체격의 네안데르탈인 사냥꾼이 방금 잡은 거대한 매머드를 해체하고 있다. 이들은 강인한 육체와 뛰어난 사냥 기술로 구석기 시대의 ‘최상위 포식자(Apex Predator)’로 군림했다고 우리는 믿어왔다. 그들의 식단은 늑대나 사자처럼 순수한 육류로만 구성돼 있으며, 다른 원시 인류보다 훨씬 높은 영양 단계에 있었다는 것이 수십 년간 지속된 정설이었다.
하지만 만약 이 강인한 사냥꾼들이, 사냥에 실패하거나 혹독한 겨울이 닥쳤을 때, 동굴 속 축축한 환경에서 발견되는 가장 예상치 못한 ‘비상식량’에 의존했다면 어떨까? 심지어 그들이 먹은 비상식량이 썩은 고기 위에 들끓는 ‘구더기’, 즉 파리 유충이었다면 어떨까?
최근 고고학계와 인류학계를 뒤흔든 최신 연구 결과는 네안데르탈인이 단순히 고기만을 탐한 최상위 포식자에 그치지 않았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다. 과연 인류 진화사에 기록된 이 강력한 존재의 숨겨진 메뉴판에는 어떤 놀라운 실체가 숨겨져 있을까?

질소 동위원소 분석: 네안데르탈인 식단의 ‘구더기급’ 역설
네안데르탈인의 식단을 분석하는 가장 첨단적인 방법 중 하나는 그들의 뼈와 치아에 남아 있는 질소 동위원소(N15) 수치를 측정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N15 수치가 높을수록 해당 생물이 먹이사슬의 상위 단계에 위치함을 의미한다. 기존 연구들은 네안데르탈인의 N15 수치가 당시 서식하던 육식 동물과 유사하거나 때로는 더 높아, 이들이 초식 동물을 일상적으로 사냥하는 최상위 포식자였다는 주장의 주요 근거로 활용됐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진행된 보다 정밀한 최신 연구는 예상 밖의 결과를 내놓았다. 2024년 6월 14일 동아사이언스와 사이언스데일리 등 주요 과학 매체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독일 튀빙겐 대학교의 클라라 피들러(Klara Fiedler) 박사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질소 수치가 반드시 대형 육류 섭취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냈다.
연구진이 스페인과 벨기에 등지의 네안데르탈인 화석을 대상으로 정밀 동위원소 분석을 실시한 결과, 일부 개체의 N15 수치가 기존 예측보다 훨씬 높은 극단적인 값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단순한 대형 초식동물 섭취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았으며, 놀랍게도 부패한 유기물을 먹고 자라는 ‘구더기'(파리 유충)나 특정 유형의 곤충이 갖는 N15 농도와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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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위 포식자 신화의 균열: 곤충이 생존력을 높였다
구더기가 질소 동위원소 수치를 비정상적으로 높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구더기는 사체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질소를 농축시키며, 이들을 섭취하는 생물은 결과적으로 먹이사슬에서 몇 단계 더 높은 생물을 먹은 것과 같은 동위원소 서명을 갖게 된다. 연구자들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네안데르탈인의 식단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하여 2024년 6월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교의 사라 탈라모(Sahra Talamo) 교수는 당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네안데르탈인의 콜라겐에서 발견되는 12~14‰(퍼밀) 이상의 높은 질소 수치는 유충과 같은 곤충 섭취가 동위원소 농축 현상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이는 그들의 생존 전략이 단순한 사냥꾼에 그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혹독한 빙하기 환경에서 대형 사냥감이 희귀해지거나 사냥이 불가능해지는 시기에, 네안데르탈인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고단백 비상식량인 곤충 유충을 활용했을 수 있다. 동굴 속이나 동물의 사체 주변에서 발견되는 곤총 유충은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여, 굶주림을 피하고 생존율을 높이는 중요한 자원이 됐을 것이다.

네안데르탈인 식단 재평가 움직임: 식물부터 곤충까지 아우른 잡식성 인류
이러한 동위원소 연구 결과는 네안데르탈인이 특정 상황에서 곤충 식량을 활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하는 동시에, 그들의 식단이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잡식성이 강했음을 보여준다. 이미 지난 수년간 치석 연구를 통해 네안데르탈인이 곡식, 뿌리 채소, 약용 식물 등을 섭취했음이 밝혀진 바 있다. 특히 2017년 3월 9일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로라 웨이리치(Laura Weyrich) 교수의 연구는 스페인 엘 시드론(El Sidrón) 동굴의 네안데르탈인이 버섯과 잣 등을 섭취했음을 입증하며 이들의 식단 유연성을 먼저 확인한 바 있다.
이번 N15 수치 분석은 그들의 식단 스펙트럼이 육식 동물 수준의 고기 뿐만 아니라, 곤충과 같은 소형 무척추동물까지 포괄했다는 증거를 추가한 셈이다.
이는 기존의 ‘최상위 포식자’라는 단일하고 경직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네안데르탈인이 서식 환경에 맞춰 매우 지능적으로 식단을 조절할 줄 아는 유연한 생존자였다는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그들이 매머드를 사냥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지만, 기회가 생기거나 필요할 경우 ‘구더기’와 같은 고단백 자원도 마다하지 않는 실용주의적 잡식가였다는 분석이다.
미래 인류 진화 연구에 던지는 통찰: 네안데르탈인 식단 유연성의 의미
네안데르탈인 식단에 대한 이러한 새로운 해석은 단순히 과거 식습관에 대한 호기심 차원이 아니라, 인류 진화의 성공 요인을 탐구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다양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 중 하나는 뛰어난 환경 적응력과 유연한 식단이었다.
만약 네안데르탈인이 구더기나 곤충, 식물을 포괄하는 잡식성을 갖추고도 결국 멸종했다면, 그들의 멸종 원인을 식량 부족이나 영양 결핍에서 찾기보다는, 호모 사피엔스에 비해 부족했던 사회적 조직력이나 기후 변화에 대한 느린 기술 혁신 등 다른 요인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연구는 네안데르탈인을 미개한 육식 괴물이 아닌, 생존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 영리한 인류로 재조명하게 한다. 네안데르탈인 식단에 대한 비밀이 하나씩 벗겨지면서, 인류 진화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서사는 계속해서 새롭게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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