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을 때 유산균 같이 먹지 마세요. 약물 간 상호작용과 복용 시간 간격의 중요성
현대인의 필수 영양제로 자리 잡은 유산균은 장 건강뿐만 아니라 면역력 강화에도 기여하는 핵심적인 건강기능식품이다. 많은 이들이 질병 치료를 위해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면서도 건강 관리를 위해 유산균을 병행 섭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특정 약물, 특히 항생제와 유산균을 동시에 복용하는 행위는 오히려 약물의 효과를 반감시키거나 유산균의 효능을 완전히 무력화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유지하고 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물 간의 상호작용과 적절한 복용 간격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항생제가 유산균 사멸을 유도하는 생물학적 기전
항생제는 인체에 침입한 유해 세균을 억제하거나 사멸시키기 위해 고안된 약물이다. 문제는 항생제가 유해균만을 골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 유익한 작용을 하는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까지도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유산균 역시 세균의 일종이기 때문에 항생제 성분이 혈류를 타고 장내에 도달하게 되어 유산균의 세포벽을 파괴하거나 증식을 방해한다. 이로 인해 유산균을 섭취하더라도 장에 정착하기 전에 사멸하게 되어 영양제로서의 가치가 사실상 소멸하게 된다.
실제로 2018.09.06. 국제학술지 셀(Cell)에 발표된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 에란 엘리나브(Eran Elinav) 교수팀의 연구 [Post-Antibiotic Gut Mucosal Microbiome Reconstitution Is Impaired by Probiotics and Improved by Autologous FMT] 결과에 따르면, 항생제 복용 후 유산균을 섭취하는 행위가 오히려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회복을 늦출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항생제에 의해 황폐해진 장내 환경에 특정 유산균이 과도하게 유입될 경우, 원래 존재하던 다양한 미생물 군집의 복원이 저해된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증명했다. 이는 무조건적인 병행 섭취가 답이 아님을 시사한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 파괴 방지를 위한 시간차 복용법
현재 의료 현장에서는 항생제 처방 시 유산균을 동시에 복용하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항생제에 의해 장내 유익균이 전멸하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Dysbiosis)’ 상태를 방지하려면 최소 2시간 이상의 시간 격차를 두어야 한다. 항생제가 체내에서 흡수되어 농도가 정점에 도달했다가 점차 떨어지는 시점에 유산균을 투입해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항생제를 먼저 복용한 뒤 약 2~3시간이 흐른 후 유산균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통용된다.
이윤호 고흥윤호21병원 병원장 (내과 전문의)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항생제는 세균의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거나 세포벽 형성을 방해하는데, 이때 유산균도 함께 사멸할 수밖에 없다”며 “항생제 치료 중 발생하는 설사나 복통을 줄이기 위해 유산균을 처방하기도 하지만, 이때도 반드시 항생제와 시간차를 두고 복용해야 유산균이 장에 안착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무분별한 동시 복용은 경제적인 낭비일 뿐만 아니라 치료 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정 질환 약물과 유산균의 상호작용 위험성
항생제 외에도 유산균 섭취 시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약물군이 존재한다.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환자나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경우, 유산균 섭취가 오히려 기회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유산균은 인체에 유익한 세균이지만, 면역력이 극도로 저하된 상태에서는 이들 균이 혈류로 침투해 패혈증과 같은 심각한 감염증을 유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라면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 후 유산균 섭취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2012.05.25. 대한소화기학회지(The Kore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발표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팀의 연구 [The Effect of Probiotics on Helicobacter pylori Eradication and Adverse Effects]에서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제균 치료 시 유산균의 역할을 분석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항생제와 함께 유산균을 적절히 투여했을 때 항생제 부작용인 설사 발생 빈도는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나, 이 역시 약물 복용 스케줄을 엄격히 준수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였다. 즉, 약물 치료의 보조 수단으로서 유산균은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그 사용법에 있어서는 철저한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 돼야 한다.
약물 효과 극대화를 위한 올바른 건강기능식품 섭취 원칙
건강기능식품의 효과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복용 시 사용하는 음료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간혹 약이나 유산균을 커피, 주스, 우유 등과 함께 복용하는 사례가 있으나 이는 흡수율을 떨어뜨리는 주된 원인이 된다. 특히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는 유산균의 활동성을 저해하며, 산도가 높은 과일 주스는 유산균이 장에 도달하기 전 위장에서 사멸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가장 권장되는 방식은 미지근한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다.
또한 현재 유통되는 다양한 유산균 제품 중에서도 내산성과 내담즙성이 검증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까지 살아가는 생존율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성분이라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약물 복용 기간에는 평소보다 장 건강이 취약해지기 쉬우므로,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을 병행하여 장내 유익균이 잘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치료를 위한 약물 복용은 신속히 완료하되, 영양제 섭취는 그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리한 전략이 수반돼야 한다.
비에비스나무병원 홍성수 병원장(소화기내과 전문의)에게 듣는 약물 및 유산균 복용 궁금증
Q. 항생제와 유산균을 실수로 동시에 먹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두 번 동시에 복용했다고 해서 즉각적인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해당 회차에 섭취한 유산균의 효과는 항생제에 의해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음 복용 시점부터는 반드시 2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복용하여 유산균의 장내 정착을 도와야 한다.
Q. 모든 종류의 유산균이 항생제에 사멸하나?
대부분의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는 세균이기 때문에 항생제의 공격을 받는다. 다만 사카로마이세스 불라디(Saccharomyces boulardii)와 같은 효모균 기반의 프로바이오틱스는 진균류에 속하므로 일반적인 항생제의 영향을 덜 받는다. 항생제 유발 설사가 심하다면 이러한 특정 균주를 포함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Q. 유산균은 식전과 식후 중 언제 먹는 것이 가장 좋은가?
유산균은 위산에 약하기 때문에 위산의 농도가 가장 낮은 공복 상태, 특히 아침 기상 직후 물 한 잔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식후에 복용할 경우 소화 과정에서 분비되는 강한 위산과 담즙산에 의해 유산균이 사멸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장이 예민한 편이라면 식사 도중이나 직후에 복용하여 자극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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