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수술 프로즌 바이옵시, 암인가 혹인가, 수술대 위에서 판가름 나는 보존적 치료의 진실
차가운 수술대 위, 환자의 의식이 잠든 사이 집도의인 필자의 손끝은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하게 날이 서 있다. 왼쪽 갑상선에 자리 잡은 1.7cm의 혹, 그리고 오른쪽의 또 다른 병변. 이것이 단순한 결절인지, 아니면 평생을 따라다닐 암세포인지 판가름하는 시간은 단 20분!.
수술실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이 짧은 드라마는 환자의 평생 삶의 질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된다. 갑상선을 전부 들어낼 것인가, 아니면 암이 아닌 부분은 최대한 살려 환자의 호르몬 대사를 보존할 것인가. 이 신중한 선택의 기로에서 필자가 의지하는 것은 오직 하나, 프로즌 바이옵시(Frozen Biopsy)라 불리는 응급 병리 조직 검사다.

수술대 위에서 벌어지는 20분의 진실 게임
냉동 절편 검사로 불리는 프로즌 바이옵시는 수술 도중 채취한 조직을 영하 20도 이하로 급속 냉동하여 얇게 잘라낸 뒤, 병리과 전문의가 즉석에서 현미경으로 판독하는 기법이다. 일반적인 조직 검사가 며칠씩 걸리는 것과 달리, 이 과정은 단 20분 내외에 끝난다.
1905년 메이요 클리닉의 루이스 윌슨(Louis B. Wilson)이 처음 고안한 이 방식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환자의 신체 기능을 보존해왔다. 수술 중 암의 전이 여부를 즉각 확인하고 절제 범위를 확정할 수 있다는 점은 현대 의학이 선사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하지만 이 무기를 제대로 휘두르기 위해서는 병리과와 외과의 사이의 완벽한 협업과 시스템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의사의 노련한 직관과 냉정한 데이터의 결합
수술실에서 필자는 장갑을 낀 채 조직을 직접 만져보며 암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돌덩이처럼 딱딱한지, 주변 조직과의 유착은 어떤지 살피는 필자의 촉각은 수십 년의 경험이 응축된 최고의 센서다. 하지만 직관만으로는 부족하다. 육안으로는 암처럼 보였던 조직이 양성 종양으로 밝혀지기도 하고, 매끄러워 보였던 혹이 악성으로 판명 나기도 한다.
이때 20분 만에 전달되는 병리과의 확진은 의사의 직관에 확신을 더하거나, 때로는 경로를 수정하게 만드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오른쪽은 암 수술을 진행하되, 왼쪽은 혹만 떼어내어 즉시 검사하고 결과에 따라 보존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은 환자의 신체를 최대한 존중하려는 의지의 산물이다.

대학 병원의 병리과 과부하가 초래한 검사 공백의 민낯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최고의 장비와 인력을 갖췄다는 대학 병원들에서조차 이 응급 병리 검사 즉 프로즌 바이옵시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병리과 의사들의 업무 과부하가 임계점을 넘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암 수술 케이스가 몰려드는 대형 병원에서 단 20분 만에 조직을 급속 냉동하고 슬라이스를 만들어 판독까지 마치는 과정은 인력과 시간의 사투를 요구한다. 결국 많은 대학병원이 수술 중 실시간 검사 대신, 안전을 명목으로 광범위한 절제를 선택하거나 수술 후 며칠 뒤에나 나오는 최종 결과를 기다리는 방식을 택한다.
‘대학에서도 원래 이게 돼야 하는데, 요즘 병리과 선생님들이 워낙 과부하에 걸려 있어서 안 된다 그러더라고’라는 필자의 넋두리는 우리나라 의료계의 뼈아픈 자화상이다. 이러한 넋두리가 실제 환자에게는 가혹한 결과로 돌아온다. 냉동 검사가 불가능하면 암이 아닐지도 모르는 조직을 미리 떼어내거나, 반대로 암을 남겨두어 재수술을 해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20분 만에 결과를 내놓는 프로즌 바이옵시 시스템이 단순한 속도전이 아니라 의료 윤리의 실천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존적 치료가 지향해야 할 환자 중심의 의료 가치
갑상선은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핵심 기관이다. 전절제를 하게 되면 환자는 평생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하며 신체 변화를 감내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오른쪽은 암 수술을 진행하되, 왼쪽은 혹만 떼어내어 즉시 프로즌 바이옵시를 시행하는 전략은 환자에게는 천만다행인 기회다. 암이면 그 자리에서 전절제를 진행하고, 아니면 혹만 도려내어 왼쪽 가슴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갑상선암 수술에 있어서 보존적 치료는 단순히 덜 째고 덜 잘라내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환자의 수술 후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의료 철학이다. 필자가 굳이 번거로운 응급 병리 검사를 고집하며 최대한 조직을 살리려 애쓰는 이유는 환자의 수술 이후 삶까지 책임지겠다는 필자의 의지 표현이다.
1시간 8분이라는 짧은 수술 시간, 그 시간에 신경 자극기(Nerve Stimulator)와 ICG(인도시아닌 그린) 형광 조영술까지 동원하며 부갑상선과 신경을 보호하려는 노력 또한 마찬가지다.
효율성보다 환자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의료 시스템의 재정립
결국 의료의 질은 시스템의 효율성과 의사의 집요함이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 20분이라는 시간은 누군가에게는 불가능한 벽이지만, 준비된 의사, 준비된 병원에게는 환자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과부하를 핑계로 가장 정교해야 할 순간을 생략하는 관행은 이제 멈춰야 한다.
현미경 너머 암세포의 유무를 확인하는 그 짧은 찰나가 한 사람의 목소리와 활력, 그리고 평생의 건강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수술실의 시계는 지금도 흐르고 있으며, 그 20분의 무게는 환자의 남은 생애 전체와 맞먹는다. 의사는 그 무게를 온전히 짊어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