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빨대 정말 플라스틱보다 친환경적? 가치 평가와 탄소 배출량 비교
환경 보호라는 명제 아래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규제하고 대체재를 찾는 움직임이 현재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를 시작으로 일상 곳곳에 파고든 종이빨대는 이제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하는 가장 강력한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은 다소 불편하더라도 종이빨대를 사용하는 것이 환경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단순히 ‘썩는 재질’이라는 특성만으로 종이빨대가 플라스틱보다 우월하게 친환경적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복잡한 이면이 존재한다.

탄소 발자국의 역설: 제조 공정의 막대한 에너지 소비
종이빨대의 친환경성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지표는 전 생애 주기 평가(LCA)이다. 원료의 채취부터 제조, 운송, 사용,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하를 계산하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도출된다. 종이빨대는 제조 과정에서 플라스틱 빨대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이는 곧 더 높은 탄소 배출로 이어진다. 종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를 베어 운반하고, 이를 잘게 부숴 펄프로 만드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전력과 용수가 필요하다. 또한 펄프를 표백하고 성형하는 공정에서도 다양한 화학 물질이 사용된다.
2020년 5월 27일 국제 학술지 ‘Sustainability’에 게재된 벨기에 플랑드르 기술연구소(VITO) S. Vercalsteren 박사팀의 연구 [Life cycle assessment of drinking straws: an exploratory study]에 따르면, 종이 빨대의 생산 및 수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구온난화지수(GWP)는 플라스틱(PP) 빨대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난다. 이는 원료인 나무가 자라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양을 고려하더라도 펄프 제조 및 가공 공정상의 에너지 집약도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빨대의 주원료인 폴리프로필렌(PP)은 석유 정제 과정의 부산물을 이용하므로 초기 원료 확보 단계에서의 에너지 소모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단순히 생산 단계의 탄소 배출량만 비교한다면 종이 빨대가 오히려 기후 위기에 더 악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유해 화학물질 PFAS와 인체 및 환경 영향
종이 빨대가 가진 또 다른 치명적인 문제는 내구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코팅제이다. 종이는 본래 물에 젖으면 쉽게 흐물거리는 성질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많은 제조사가 종이 빨대 표면에 방수 기능을 하는 과불화화합물(PFAS)을 코팅한다. PFAS는 열에 강하고 물이나 기름을 막아주는 특성이 있어 ‘영원한 화학물질’이라고 불리며 자연 상태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는다. 현재 학계에서는 이 물질이 인체에 축적될 경우 면역 체계 저하, 간 손상, 암 유발 등 심각한 보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23년 8월 24일 벨기에 안트베르펜 대학교(University of Antwerp) 환경과학부 티모 그로펜(Thimo Groffen) 박사팀이 국제 학술지 ‘Food Additives & Contaminants: Part A’에 발표한 [Assessment of poly- and perfluoroalkyl substances (PFAS) in food contact materials (straws) available on the Belgian market]에 따르면 조사 대상 종이 빨대 브랜드의 90%에서 PFAS가 검출됐다. 티모 그로펜 박사는 해당 논문을 통해 친환경 제품이라는 믿음으로 종이 빨대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다. 특히 음료에 담긴 종이 빨대에서 검출된 화학물질은 사용자의 입을 통해 직접 체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폐기된 종이 빨대가 매립되거나 방치될 경우, 코팅된 화학물질이 토양과 지하수로 흘러들어 장기적인 생태계 오염의 원인이 된다. 플라스틱의 물리적 오염을 막으려다 더 위협적인 화학적 오염을 불러온 셈이다.

재활용의 한계와 실질적 처리 실태
종이 빨대가 친환경적이라고 여겨지는 결정적인 근거는 ‘재활용 가능성’과 ‘생분해성’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폐기물 처리 시스템 시스템 내에서 종이 빨대는 재활용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품목이다. 빨대는 크기가 너무 작아 선별장에서 분류하기 어렵고, 대부분 음료 찌꺼기와 음식물로 오염된 상태로 배출된다. 음료에 오염된 종이 빨대는 일반 폐기물로 분류되어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종이류로 분리 배출하더라도 재활용 공정에서 다른 종이와 섞여 질을 떨어뜨리는 불순물 역할을 하기도 한다.
생분해성 역시 특정 조건이 갖춰져야만 의미를 갖는다. 습도와 온도가 적절히 유지되는 전문 퇴비화 시설에서는 종이 빨대가 비교적 빠르게 분해되지만, 일반적인 매립지 환경에서는 산소 부족으로 인해 수년 이상 원형을 유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플라스틱 빨대는 재활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명확하지만, 최근에는 PP 단일 재질로 만들어져 적절한 수거 시스템만 갖춘다면 오히려 자원 순환 효율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결국 어떤 소재를 쓰느냐보다 발생한 폐기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회수하느냐의 시스템적 접근이 더 중요하다.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 오염 문제를 완화하는 데 일조할 수 있지만, 탄소 중립과 화학적 안전성 측면에서는 명백한 한계를 지닌 과도기적 대안이다. 현재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종이 빨대 예찬이 아니라, 빨대 자체의 사용량을 줄이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이다.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는 컵 뚜껑을 설계하거나 스테인리스, 유리 등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회용 빨대 사용을 권장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의 마케팅에 현혹되지 않고, 제품의 탄생부터 소멸까지의 전 과정을 꿰뚫어 보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명준 파주시공유경제네트워크 이사장에게 듣는 종이 빨대의 친환경성 진실
Q.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다는 지표는 사실인가?
제조 공정 전반을 분석하는 전 생애 주기 평가(LCA) 관점에서 보면 종이 빨대의 탄소 배출량이 플라스틱보다 높은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종이 펄프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소비와 화학 공정의 집약도가 석유 화학 제품인 플라스틱 빨대 제조 시 발생하는 환경 부하를 상회하기 때문이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종이 제품이 생산 단계에서 탄소 배출량을 혁신적으로 줄이기는 쉽지 않다.
Q. 종이 빨대에 코팅된 과불화화합물(PFAS)이 실제로 위험한 수준인가?
모든 종이 빨대가 위험하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으나, 내수성을 확보하기 위해 PFAS를 사용하는 제품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은 확인되었다. 이들 물질은 인체 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축적되는 성질이 있어 장기적인 건강 위해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뜨거운 음료나 탄산음료에 닿았을 때 화학물질의 용출 가능성이 커지므로, 제조 단계에서 안전한 수성 코팅제로 전환하거나 관련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Q. 소비자들이 가장 친환경적으로 빨대를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가장 좋은 방법은 빨대 자체를 쓰지 않는 것이다. 소재가 종이든 플라스틱이든 일회용품은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반드시 환경 비용을 발생시킨다. 어쩔 수 없이 빨대를 써야 한다면 스테인리스나 실리콘 같은 다회용 빨대를 선택하여 오랫동안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이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현재의 일회용품 규제 정책도 단순히 소재를 바꾸는 차원을 넘어, 전체적인 사용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