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 추진, 총액 표시제 의무화 및 매매업자 하자보증책임 강화
국토교통부는 지난 6일 국무총리 주재 제12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중고차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연간 250만 대, 약 30조 원에서 35조 원 규모에 달하는 국내 중고차 시장이 신차 대비 1.5배 이상의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정보 비대칭과 불공정 관행으로 인해 소비자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마련됐다.
특히 2025년 중고차 수출 88만 대 달성 등 시장의 양적 성장에 걸맞은 질적 개선을 위해 매매가격 투명성 제고, 성능 점검 신뢰도 강화, 하자보증책임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제도 개선안이 시행될 방침이다.

총액 표시제 도입을 통한 매매가격 투명성 제고
정부는 중고차 인터넷 광고 시 차량 가격 뿐만 아니라 매도비, 알선 수수료, 성능보험료 등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모든 부대비용을 포함한 ‘총액 표시제’를 의무화한다. 그간 중고차 시장에서는 광고에 표시되지 않은 관리비용(평균 30~44만 원)이나 알선 수수료(매매가격의 일정 비율)가 계약 단계에서 뒤늦게 고지되어 소비자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성능점검자가 내야 하는 성능보험료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비합리적인 관행이 고착화되면서, 평균 보험료가 2020년 3.7만 원에서 2025년 8.1만 원으로 5년 만에 2.2배 상승하는 등 소비자 부담이 가중됐다. 이에 따라 향후 광고에 공시되지 않은 별도의 비용을 요구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며,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 수준의 지불 총액 표시제가 정착될 전망이다.
성능 및 상태 점검의 법적 기준 마련과 신뢰성 강화
중고차 민원의 약 80%를 차지하는 사고 이력 누락 및 엔진·변속기 하자 부실 점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능 점검 제도 전반을 개편한다. 현재 법령상 서식만 존재하고 세부적인 점검 절차나 기준이 부재했던 점을 개선하여 국토교통부 고시를 통한 법정 점검 기준을 마련한다.
하부 언더커버 분리 후 점검, 주행 테스트 실시, 도막 두께 측정 등 구체적인 점검 방식을 명문화하고 리프트별 CCTV 설치를 권장하여 점검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한다. 특히 침수나 사고 이력 등 중요 항목에 대한 점검 오류가 발생할 경우, 고의나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과징금 또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행정처분 근거를 신설한다. 또한 성능점검자가 매매업자의 부당한 거짓 점검 요구를 자진 신고할 경우 처분을 면제해 주는 리니언시 제도를 도입하여 업계 내 담합 구조를 타파할 계획이다.

매매업자 중심의 하자보증책임 전환 및 레몬법 확대
하자 보증의 주체를 기존 성능점검자에서 계약 당사자인 매매업자로 전환하여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보증 체계를 구축한다. 이는 하자가 발생했을 때 매매업자가 책임을 회피하고 보험 처리에만 의존하던 폐단을 막기 위한 조치다. 보장 기간은 기존 30일/2,000km에서 60일/4,000km 수준으로 합리적으로 확대하며, 제조사 보증 항목을 제외하는 등 보험료 효율화 방안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완화한다.
특히 ‘중고차 레몬법’을 확대 적용하여, 10년/20만km 이하 차량을 구매한 후 7일 이내에 엔진, 변속기 등 주요 장치에서 중대 결함이 발견될 경우 계약 해제 및 환불을 허용한다. 수리비가 매매가의 30% 이상이거나 누적 수리 기간이 30일을 초과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하며, 이는 영국(30일 이내 단기 거절권)이나 미국 메사추세츠(구매 후 7일 이내 환불)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거래 질서 확립 및 관리감독 강화
최근 급성장한 온라인 내차팔기 플랫폼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제재도 강화된다. 플랫폼의 진단 오류로 인해 낙찰자(딜러)에게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를 딜러에게 전가하거나, 클레임 제기를 이유로 계정을 제한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과징금 부과 근거를 마련하고, 행정처분 권자에 기존 시·군·구청장 외에 국토교통부 장관을 추가하여 전국 단위 사업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감독이 가능하도록 했다.
아울러 매매업자의 판매용 자동차 번호판 분리 및 별도 보관 의무를 폐지하여 고객의 시운전 편의를 높이고, 전시시설 외 별도 보관 시설 설치를 허용하여 불법 주차 문제를 해소한다. 딜러 결격 사유 또한 현행 침수차 판매 적발 시 형사처벌에서 자동차관리법 위반 전체로 확대하여 종사원 관리를 엄격히 할 방침이다.
법령 개정안 발의 및 민관 합동 TF 구성 추진
국토교통부는 이번 대책이 조속히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2026년 9월 중으로 관련 법령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성능 점검 및 보험 제도 개선 등 세부 논의를 위해 별도의 민관 합동 TF를 구성하여 운영하며,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도 병행한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소비자가 추가 수수료 부담 없이 투명한 가격으로 중고차를 구매하고, 성능 기록부의 신뢰도를 바탕으로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또한 매매업자와 성능점검자의 사고율 및 손해율 정보를 매년 공시하여 우수 사업자를 지정함으로써 시장 내 자정 작용이 활성화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