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역 필수 공공의료 강화 추진전략, 의협, 의료현장 붕괴 우려 표명, 실질적인 대책 마련 촉구
지난 22일 보건복지부는 지역 의료 인프라를 재건하고 필수 의료 체계를 공고히 하기 위한 ‘지역 필수 공공의료 강화 추진전략’과 ‘AI 기본의료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급격히 위축되는 지역 의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의료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의 정책 방향 중 일부가 의료 현장의 붕괴를 가속화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특히 인력 수급 문제와 재정 투입 방식, 사법적 안전망 구축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정부가 발표한 세부 정책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와 인력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의협의 분석이다.

군 의료 및 지역 공공의료 체계의 근간인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 인력난 해소 시급
대한의사협회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제도의 붕괴 실태를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았다. 현재 현역병의 복무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되고 처우가 개선된 반면, 군의관과 공보의의 복무기간은 훈련 기간을 포함해 사실상 38개월에 달한다. 이러한 복무 기간의 현격한 차이는 의대생들이 의무장교나 공보의 대신 현역병 입대를 선택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실제로 공중보건의사 수는 과거 800명대에서 현재 92명까지 급감했으며, 이로 인해 공보의가 배치되지 못한 보건지소가 전국적으로 73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간담회에서 이러한 인력 부족 현상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체계적인 개선 방안 마련을 지시한 바 있다. 의협은 보건복지부, 국방부, 병무청 등 관계 부처가 협력하여 복무 기간 단축을 포함한 국가적 결단을 내려야 하며, 국회 또한 관련 입법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수가 구조의 합리적 개편과 국고 지원금의 파격적인 순증 필요성
한편,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연 3.6조 원과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1.2조 원을 투입해 중증, 응급, 소아, 분만 분야의 수가를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의협은 야간 및 휴일 중증 수술 가산 확대와 고위험 분만 수가 인상 등 필수의료에 대한 집중 투자 방향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특정 진료과의 수가를 인상하기 위해 다른 진료과의 수가를 삭감하는 방식의 정책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협은 정부가 소위 ‘과보상’이라고 규정한 진료과에 대한 판단이 과학적 원가 분석과 의료계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건강보험 법정 국고 지원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점을 비판하며, 재정 파이 쪼개기가 아닌 국고 지원금의 실질적인 순증을 통해 지역 및 필수의료 인프라에 직접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사고 사법적 불안감 해소를 위한 형사책임 면책 제도 도입 촉구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과 관련하여 정부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금을 3억 원으로 확대하고, 책임보험 가입 지원을 통해 최대 18억 원까지 배상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중과실이 없는 경우 기소 제한 및 형 감면을 허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의협은 배상액 지원과 형 감면 조치는 긍정적이나, 의사들의 사법적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의협은 중과실이 없는 정상적인 의료 행위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완전히 면책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수준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 또한 이러한 의료계의 요구가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힌 만큼, 실질적인 법적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신설 예정인 의료사고심의위원회 구성 시 의료계의 공식적인 참여를 보장하고, 전문성을 갖춘 하위 전문위원회를 명시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한국형 주치의 제도 및 AI 도입에 따른 책임 소재 명확화와 자율성 보장
정부가 추진하는 소진료권 중심의 한국형 주치의 제도와 공공의료 AI 플랫폼 구축에 대해서도 의료계는 우려와 제언을 동시에 내놓았다. 의협은 주치의 제도가 국민의 의료기관 선택권을 제한하는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일차의료 활성화는 규제가 아닌 자율적인 지원 사업 확대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보건의료 AI 도입에 앞서 시스템 오류로 인한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에 대한 법적 체계가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AI의 판단을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결정하는 의료인에 대한 정당한 보상 체계 확립과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의 안전장치 마련도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의협은 정부가 이러한 기술적 전환기에 의료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세밀한 가이드라인을 의료계와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와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한 실효성 있는 필수의료 정책 완성 촉구
의협은 정부의 이번 발표가 단순히 의사들을 묶어두는 규제가 아니라,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환자 곁에 머물 수 있게 만드는 유인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필수 공공의료 강화 추진전략의 성공은 결국 의료 현장의 전문가들과 얼마나 긴밀하게 소통하고 그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의협은 정부에 의료계와의 진정성 있는 논의에 즉각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최우선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