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의 유희에서 인류를 구원한 마취제로, 파티용 웃음 가스가 수술실의 마취제가 되다
이산화질소(N2O)는 현대 의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마취 보조제다. 흔히 아산화질소로도 불리는 이 기체는 무색, 무취의 성질을 지니며 흡입 시 일시적인 유포리아와 함께 통증을 둔화시킨다. 오늘날 치과나 수술실에서 환자의 긴장을 완화하고 통증을 조절하는 데 널리 쓰이는 이 가스는 그 발견 초기만 해도 의학적 도구가 아닌 상류층의 은밀한 오락거리였다.
1772년 영국의 화학자 조지프 프리스틀리가 처음 합성한 이후, 이 기체가 인류의 고통을 덜어주는 마취제로 자리 잡기까지는 수많은 배신과 비극적인 죽음, 그리고 우연한 발견의 역사가 얽혀 있다.

험프리 데이비의 발견과 상류층의 은밀한 오락
1799년, 영국의 화학자 험프리 데이비는 이산화 질소를 직접 흡입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이 기체가 신체적 통증을 잊게 하고 기분을 고양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데이비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 기체가 외과 수술 시 통증을 줄이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사회는 그의 제안에 주목하지 않았다. 대신 이산화 질소는 영국과 미국의 상류층 사이에서 웃음 가스 파티라는 이름의 유흥거리로 전락했다. 사람들은 가스를 마시고 비틀거리거나 헛소리를 하며 즐거워했고, 이는 19세기 초반 순회 강연자들의 단골 소재가 됐다. 과학적 발견이 인류의 복지가 아닌 단순한 쾌락의 도구로 소비되던 시기였다.
호러스 웰스의 공개 실험 실패와 비극적인 배신
이산화 질소가 마취제로서의 진가를 드러낸 것은 1844년 12월 10일, 미국의 치과의사 호러스 웰스가 가드너 퀸시 콜턴의 웃음 가스 시연회를 관람하면서부터다. 웰스는 가스를 마신 한 참가자가 넘어져 다리에 큰 상처를 입었음에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다음 날 자신에게 직접 이산화 질소를 흡입하게 한 뒤 동료에게 사랑니를 뽑게 했고,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확신을 얻은 웰스는 1845년 1월,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공개 시연을 가졌다. 그러나 불행히도 가스 주입량이 부족했는지 환자가 비명을 질렀고, 청중들은 그를 사기꾼이라며 비웃었다. 이 실패로 웰스는 의학계에서 매장당했고, 이후 우울증과 약물 중독에 시달리다 1848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윌리엄 모턴의 에테르 시연과 마취학의 정립
웰스의 제자이자 동료였던 윌리엄 모턴은 스승의 실패를 지켜보며 다른 물질에 주목했다. 그는 이산화 질소 대신 에테르를 사용하여 1846년 10월 16일, 같은 장소에서 공개 수술 마취에 성공했다. 모턴은 이 발견의 공로를 독점하려 했고, 웰스의 기여를 철저히 부정했다.
하지만 이산화질소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1860년대에 이르러 콜턴이 다시 이산화질소의 안전성을 입증하며 치과 수술에 도입했고, 이후 산소와 혼합하여 사용하는 방식이 개발되면서 현대 마취학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웰스가 죽은 뒤인 1864년, 미국치과의사협회는 비로소 그를 마취의 선구자로 인정하며 명예를 회복시켜 주었다.
약리학적 기전과 현대 의학에서의 다각도 활용
이산화질소는 폐를 통해 혈액으로 흡수된 뒤 중추신경계의 NMDA 수용체를 억제하고 엔도르핀 방출을 촉진한다. 이는 통증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고 안도감을 유도하는 원리다. 현대 수술실에서는 단독 사용보다는 산소와 50대 50 혹은 70대 30의 비율로 혼합하여 투여한다. 작용 발현이 빠르고 체내에서 대사되지 않은 채 폐로 배출되기에 회복이 매우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치과 공포증이 심한 환자나 분만 시 통증 완화, 어린이들의 간단한 처치 시에 유용하게 사용된다. 과거의 환각제가 정교한 용량 조절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인류의 고통을 제어하는 정밀한 의료 가스로 변모한 것이다.
유흥의 도구가 인류의 고통을 멎게 하는 성배가 되기까지
이산화질소의 역사는 과학적 발견이 사회적 맥락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파티장의 웃음소리 속에 묻혀 있던 마취의 가능성은 한 치과의사의 집념과 비극적인 희생을 거쳐 비로소 수술실의 정적으로 이어졌다.
오늘날 우리가 수술대 위에서 고통 없이 잠들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명예를 잃으면서까지 이 가스의 효능을 증명하려 했던 선구자들의 고군분투 덕분이다. 이산화질소는 단순히 화학적 화합물을 넘어, 인간이 고통이라는 본능적 공포를 과학으로 극복해낸 승리의 기록이자, 그 과정에서 벌어진 인간적 욕망과 배신의 드라마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조채연 서울 민병원 마취과장에게 듣는 이산화질소 마취 궁금증
Q: 이산화 질소가 왜 웃음 가스라는 별명을 갖게 됐나?
A: 흡입 시 뇌의 도파민 체계를 자극하여 일시적인 유포리아, 즉 행복감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긴장이 풀려 실소하거나 기분이 좋아지는 양상을 보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Q: 현대 수술실에서 이산화질소만으로 전신 마취가 가능한가?
A: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마취 농도가 매우 높아야 하므로 산소 결핍의 위험이 있다. 따라서 대개 산소와 혼합하여 다른 강력한 흡입 마취제나 정맥 마취제의 보조제로 사용한다.
Q: 장기간 흡입하거나 오남용했을 때 어떤 위험이 있나?
A: 체내 비타민 B12의 활성을 억제하여 신경 손상이나 빈혈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의료용이 아닌 유흥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흡입하면 저산소증으로 인한 뇌 손상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Q: 임산부나 어린이에게 사용해도 안전한가?
A: 적절한 농도로 산소와 혼합하여 사용하면 안전한 편이다. 특히 분만 시 진통 완화나 어린이 치과 치료 시 진정 목적으로 널리 쓰인다. 다만 전문의의 엄격한 모니터링 하에 투여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