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지속성 파괴의 시작, 19일 가업상속공제 대상 병원 제외 관련 합동기자회견 가업상속공제 배제 정책의 구조적 모순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중소기업의 원활한 가업 승계를 지원함으로써 고용 안정과 경제 활력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26 세제 개편안에서 병원과 약국을 공제 대상 업종에서 일률적으로 제외하면서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이 일고 있다.
특히 저출산과 낮은 수가 구조로 인해 벼랑 끝에 몰린 소아청소년과와 분만 병의원들은 이번 조치가 필수의료의 마지막 숨통을 끊는 행위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병원은 일반적인 유통업이나 부동산업과는 달리 의사 면허라는 배타적 자격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특수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단순한 자산 보유형 업종과 동일 선상에 놓고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산 증식 통로로 매도된 필수의료 현장의 분노
대한병원장협의회,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대한분만병의원협회는 19일 13시부터 의협 지하 대강당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을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라 세세분류 727개로 법률에 명시하면서 병원과 약국을 고의적으로 배제했다고 주장한다. 현행 제도하에서 의료기관 운영업은 공제 가능 업종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이번 개편을 통해 사실상 ‘자산만 넘기는 편법 통로’로 낙인찍혔다는 것이 현장의 시각이다. 부동산 임대업이나 단순 유통업처럼 실질적인 가업 운영 없이 자산만 이전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기관들까지 동일한 그물에 걸려든 것은 심각한 정책적 오류라는 비판이다.
대한병원장협의회 이상운 회장은 “현행 정책은 병원을 단순히 자산 가치로만 판단하고 있으며, 이는 필수의료 인프라를 지탱해 온 의료인의 사명감을 자산 대물림으로 폄훼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병원은 일반 사업체와 달리 소유주가 의사 면허를 보유하고 직접 진료에 종사해야만 경영이 가능한 구조다. 상속인이 의사가 아닐 경우 병원 자체를 승계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의료장비와 특수 설비 등 병원 자산의 대부분은 타 용도로 전환하기 어려운 전용 자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단순 자산 보유형 업종으로 분류한 것은 의료 현장의 특수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규 진입 끊긴 소아·분만 의료의 자연 소멸 위기
현재 소아청소년과와 분만 의료 기관은 신규 진입이 사실상 멈춘 상태다. 저출산으로 인한 환자 급감과 수가 구조상의 낮은 수익성, 그리고 고위험 진료에 따른 의료분쟁의 부담이 겹치면서 젊은 의사들이 해당 분야 개업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의료기관의 승계 통로마저 차단될 경우, 현재 운영 중인 병원들이 문을 닫는 순간 해당 지역의 의료 인프라는 영구적으로 소멸하게 된다. 전국 소아아동병원과 중소병원의 약 70~80%가 개인 개설 형태인 상황에서,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가업 승계를 포기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과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대한분만병의원협회 신봉식 회장은 “신규 진입이 전무한 분만과 소아 의료 현장에서 승계 통로마저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해당 진료 영역의 자연 소멸을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통계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371개의 의료수익 의료이익률은 -3.10%를 기록하고 있으며, 의료원가율은 103.10%에 달한다. 절세할 이익 자체가 없는 열악한 경영 환경에서 조세 회피 우려를 명분으로 가업상속공제를 배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다. 오히려 정부는 지역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고 홍보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세제를 통해 기존 인프라를 밀어내는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정부 정책의 이중성과 필수의료 거점의 붕괴
정부는 지역 및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포괄 2차 종합병원을 추가 지정하고 필수특화 기능 강화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사업에 참여하는 병원의 절반가량인 48.6%가 개인 개설 의료기관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가 예산을 들여 육성하겠다고 공언한 필수의료 거점 병원들이 정작 세제 개편안에서는 승계 불가능한 업종으로 분류되어 폐업 위기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특히 서울을 제외한 15개 지역의 병원급 의료기관 중 80.6%가 개인 개설 병원인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지역 의료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도박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중소병원협회의 표본조사에 따르면 개인 개설 종합병원 중 61.1%가 이미 개정안이 요구하는 최소 경영기간인 30년을 충족한 장수 의료기관이다. 이들은 수십 년간 지역에서 분만 술기와 신생아 처치, 소아 응급 진료 등 숙련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이러한 숙련 기술은 단순히 자산의 이전을 넘어 경험을 통해서만 전수되는 무형의 가치를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인 업종 배제로 인해 심사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심각한 결함이다. 의료계는 규제를 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엄격한 사후관리 조건을 수용하더라도 개별 심사를 통해 필수의료의 지속성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는 부의 대물림을 위한 특혜가 아니라, 한 세대가 쌓아온 전문 기술과 노하우가 끊기지 않고 사회적 자산으로 남게 하는 제도적 장치여야 한다. 현재 소아와 분만 의료는 한 번 무너지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어도 단기간에 복구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해 있다. 정부와 국회가 이번 세제 개편안의 독소 조항을 재검토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정책적 판단은 훗날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한 결정적 실책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의료 단체들은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를 향해 합리적인 대안 마련을 촉구하며, 지역 의료 현장의 피눈물 섞인 호소에 귀를 기울일 것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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