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춘계 학술대회 및 30주년 기념행사 개회, 의료계 결집으로 위기 극복 및 ‘내일의 재활’ 청사진 제시
22일 이른 아침,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재활의학과 의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2026 춘계 학술대회 및 30주년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1996년 신생 과였던 재활의학과 개원의협의회로 시작한 의사회는 이제 의료 정책의 대안을 제시하고 학술적 근거를 구축하는 중추적인 단체로 성장했다.

30년 헌신과 일방적 의료개혁 비판
백경우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지난 30년의 발자취를 회고하며, 최근 수년간 지속된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 정책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백 회장은 “최근 대한민국 의료는 정치와 행정의 폭주, 의료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의대 정원 증원 문제, 저수가 정책, 비급여 진료 및 실손보험 제도 개악, 그리고 의료법에 근거한 직역별 진료 영역의 붕괴 등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우리가 시작하지도, 요청하지도 않은 어설픈 의료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의사와 국민 모두가 고통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 회장은 “의료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의사들이 법과 제도, 잘못된 행정을 회복시키기 위해 정치권과 국민을 설득하는 데 앞장서야 할 때”라며 회원들에게 직업적 소명 의식을 당부했다. 이어 “의사회는 스스로의 의료 술기를 발전시키는 동시에 올바른 정책 수립에 기여하여 선진적인 의료복지 국가 건설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학술적 깊이와 기술 혁신으로 여는 미래 재활
윤준식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은 축사에서 의사회가 보여준 학술적 성취와 실무 역량에 깊은 신뢰를 표했다. 윤 이사장은 “이번 학술대회는 의사회가 학술적 깊이와 실무 역량을 모두 갖춘 전문가 단체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자리”라며 “상지와 경관절 임상 전략부터 신경 근육계 초음파 시연까지, 진료실에서 즉시 적용 가능한 내실 있는 구성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이번 대회의 핵심 주제 중 하나인 ‘데이터와 AI로 여는 재활의학의 다음 30년’에 주목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술적 혁신을 선도할 때만이 외부의 풍파에 흔들리지 않는 재활의학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 이사장은 “의료 환경이 어려울수록 우리가 기댈 것은 결국 환자를 대하는 실력과 의사로서의 유대감”이라며, 이번 자리가 재활의학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연대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의료 정책 분야의 한 의사는 “현재 재활의학계가 마주한 위기는 단순한 수가 문제를 넘어 전문성 자체를 부정당하는 정책적 환경에서 기인한다”며 “생애주기별 재활 시스템 구축과 같은 거시적 안목의 대안을 의사회가 주도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정책의 주도권을 되찾아와야 한다”고 분석했다.

개원의 생존권 위협에 맞선 강력한 단합 의지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최근의 의대 정원 확대 결정과 비급여 통제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개원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투쟁 의지를 다졌다. 박 회장은 “충분한 의견 수렴 없는 정책 결정은 교육 현장과 수련 시스템, 일선 진료 현장에 깊은 불안을 남겼다”며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의료의 질과 국민 안전을 고려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도수치료와 신경성형술 등을 ‘관리급여’라는 명목으로 통제하려는 시도와 성분명 처방 의무화 움직임에 대해 날 선 비판을 가했다. 박 회장은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1차 의료기관의 생존과 직결된 검체 수탁 고시 등 중대한 사안들이 강행된다면 우리는 과감히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한의사 엑스레이 허용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시도로 국민 건강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어 “의원급 의료기관이 살아야 대한민국 의료가 산다”며 화합을 바탕으로 한 단합된 행동을 강조했다.
실전 임상 전략, 상지 진료의 정수
개회식 직후 시작된 오전 세션 1은 실전 임상 전략에 목마른 회원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A룸에서는 ‘진단에서 치료까지, 내일부터 바로 쓰는 상지·견관절 임상 전략’을 주제로 황지영 교수(이대서울병원 영상의학과)가 견관절 영상 소견(CT, MRI)에 대한 핵심 노하우를 전수했다. 또한 박경희 원장(을지정형외과의원)은 상지의 신경포획 및 치료 포인트를 짚어주며 큰 호응을 얻었다.
비슷한 시간 B룸에서는 서인석 정책부회장이 ‘재활의학 보험정책 분야의 고찰’을, 이상헌 고려대학교 의료원 의과학정보단장이 ‘의료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발표하며 정책과 기술이 융합된 재활의학의 미래상을 제시했다. C룸과 D룸에서도 각각 상지 진료의 완성도를 높이는 영상·초음파 기술과 아시아 대표 의사인 스탠리 람(Stanley Lam) 박사의 초음파 진단 및 중재술 강의가 이어지며 30주년 학술대회의 품격을 높였다.
이번 학술대회는 의사회의 지난 30년이 재활의학의 기틀을 마련하고 위상을 정립하는 시기였다면, 앞으로의 30년은 디지털 전환과 정책적 도전을 극복하며 국민 건강의 파수꾼으로서 더욱 깊게 뿌리 내리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는 위기 속에서 더욱 단단해진 재활의학과 의사들의 의지를 확인하며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