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감염원이 암 발생의 주범, 매년 200만 건 이상의 신규 암 사례를 발생시키며 전 세계 공중보건을 위협
📢 핵심 3줄 요약
1. 2024년 기준 전 세계 신규 암 사례의 12%인 230만 건이 감염에 의해 발생했다.
2. 헬리코박터균과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전체 감염 관련 암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3.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가 암 유발 인자로 새롭게 부각됐으며 동아시아의 피해가 컸다.
29일 의학 학술지 ‘더 랜싯 온콜로지(The Lancet Oncology)’에 게재된 암 역학 연구팀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진단된 전체 암 환자의 12%에 달하는 230만 건이 특정 감염원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진은 전 세계적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단 5종의 주요 병원체가 감염 관련 암 사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암이 단순히 유전적 요인이나 생활 습관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감염 질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에서 이러한 감염 관련 암 발생률이 높게 나타나 공중보건 격차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헬리코박터균은 어떻게 위암의 주요 원인이 됐을까?
이번 연구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견된 원인균은 위장 내 박테리아인 헬리코박터 파이로리(Helicobacter pylori)다. 2024년 진단된 전체 암 사례의 4%인 76만 건이 이 균과 연관된 것으로 밝혀졌다. 통계적으로 전 세계 인구 두 명 중 한 명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어 있을 만큼 흔한 병원체다.
대부분의 감염자는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지만, 특정 변종 균주는 위점막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고 위궤양을 거쳐 최종적으로 위암으로 진행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미 1994년에 헬리코박터균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바 있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은 찌개나 반찬을 공유하는 식문화의 영향으로 감염률이 높으며, 이는 해당 지역의 높은 위암 발생률과 직결되는 요소다. 현재까지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항생제 치료를 통한 제균 요법이 유일한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혁 힘내라내과의원 원장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은 헬리코박터균 감염에 의한 위암 발생 비율이 상당히 높다”며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균의 유무를 확인하고 적극적인 제균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암 예방의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와 간염 바이러스의 위협은 어느 정도?
인유두종바이러스(HPV)는 2024년 신규 암 진단의 4%인 75만 건을 차지하며 헬리코박터균과 대등한 수준의 위험성을 보였다. HPV는 주로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지만, 항문암, 구인두암 등 다양한 부위의 암을 유발할 수 있다. 다행히 HPV는 백신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며, 최근에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추세다.
간암의 주요 원인인 B형 간염 바이러스(HBV)는 신규 암 사례의 2%를 차지했으며, C형 간염 바이러스(HCV)는 1% 미만으로 집계됐다. 간염 바이러스는 간세포에 지속적인 손상을 입혀 간경변증을 유발하고, 이것이 암세포로 변이되는 과정을 거친다. B형 간염은 백신이 보급되어 발생률이 감소하고 있으나, C형 간염은 아직 백신이 없어 조기 진단과 항바이러스제 치료가 필수적이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가 암 유발 목록에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는?
이번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의 비중이다. EBV는 전체 암 사례의 1%를 차지하며 주요 발암 인자로 명확히 규명됐다. 과거 추정치보다 EBV가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실질적으로 늘어난 결과다. EBV는 성인 인구의 약 95%가 감염되어 있을 정도로 흔하며, 흔히 ‘키스병’으로 불리는 전염성 단핵구증의 원인이기도 하다.
EBV는 면역 체계가 약해진 틈을 타 림프종이나 비인두암 등을 유발한다. 현재 여러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지만 상용화된 백신은 없는 상태다. 연구진은 EBV와 같은 바이러스가 신체 내에서 장기간 잠복하며 유전적 변이를 유도하는 기전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군에서 EBV 관련 암 발생 위험이 급증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은미나 유니스산부인과의원 원장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는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체 부위에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인자다”며 “백신이라는 확실한 예방 수단이 존재하는 만큼 남녀 모두 적기에 접종을 완료하여 감염 고리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감염 관련 암의 지역적 불균형과 공중보건의 장벽은 무엇인가?
감염 관련 암 사례의 75%는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동아시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4년 전 세계 감염 관련 암 진단의 42%가 동아시아 지역에서 이루어졌다. 이 지역에서는 헬리코박터균과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백신과 스크리닝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재정적, 정치적 장벽으로 인해 이러한 예방 조치가 필요한 지역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연구의 주저자인 해리엇 럼게이(Harriet Rumgay)는 감염 제어가 글로벌 암 예방 전략에서 지속적으로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암으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백신 보급과 조기 진단 시스템 구축에 대한 투자가 시급한 과제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