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진료비 80% 육박… 90조 원 삼킨 만성질환의 공습에 의료비 부담 ‘눈덩이’
대한민국이 2025년을 기점으로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하며 본격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부담이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29일 발표한 「2025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진료비의 80% 이상이 만성질환 치료에 쓰였으며, 전체 사망자의 약 79%가 비감염성 만성질환으로 인해 생을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죽음의 그림자, 전체 사망의 78.8% 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비감염성 질환(NCD)으로 인한 사망자는 총 28만 2,71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사망자의 78.8%에 달하는 수치로, 전년 대비 0.7%포인트 증가한 결과다. 감염성 질환이나 사고로 인한 사망보다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질환이 한국인의 생명을 앗아가는 주된 원인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구체적인 사망 원인을 살펴보면 악성신생물(암)이 부동의 1위를 차지했으며,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알츠하이머병, 당뇨병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10대 사망원인 중 비감염성 질환이 대다수를 차지하며 순위 변동 없이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고령화 속도와 맞물려 만성질환 예방과 관리가 국가 보건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함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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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 90조 원 시대, 지속 가능성 위협
만성질환의 증가는 곧 막대한 의료비 지출로 직결됐다. 2024년 기준 진료비는 무려 90조 원에 달해 전체 진료비의 80.3%를 점유했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 단일 질환별로 살펴보면 본태성 고혈압으로 인한 진료비가 4조 5,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2형 당뇨병이 3조 2,000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순환계통 질환의 진료비 총액은 14조 원으로, 암 진료비인 10조 7,000억 원을 크게 상회했다. 심뇌혈관질환의 예방과 관리가 개인의 건강을 넘어 국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만성질환은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지만, 막상 합병증이 발생하면 환자의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천문학적인 치료 비용을 발생시킨다”라며 “특히 고혈압과 당뇨병 같은 선행 질환의 진료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의료 패러다임을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관리 사각지대, 치료율과 조절률의 괴리
가장 큰 문제는 고혈압과 당뇨병 등 주요 선행 질환의 관리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이다. 고혈압 환자 10명 중 7명은 자신의 병을 인지하고 있지만, 목표 혈압 수치까지 도달해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환자는 절반 수준(50.4%)에 그쳤다.
당뇨병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유병자 10명 중 6명이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혈당 조절 목표치(당화혈색소 6.5% 미만)에 도달한 비율은 24.2%에 불과했다. 즉, 당뇨병 환자 4명 중 3명은 혈당 관리에 실패하고 있다는 의미다. 고콜레스테롤혈증 역시 치료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조절 효과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지속적인 치료를 받는 비율은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어 약물 순응도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건강 행태 지표에서도 경고음이 울렸다. 흡연율과 비만율 등 주요 건강 위험 요인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담배 제품 현재 사용률은 22.1%에서 23.9%로 오히려 증가했으며, 액상형 및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률 또한 동반 상승했다. 비만 유병률은 37.2%로 정체 상태이나, 남성의 경우 30~50대의 절반이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고 여성의 비만율은 증가 추세를 보여 우려를 낳았다.
초고령사회, 노인 의료비 2.4배 높아
2025년은 대한민국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1,051만 4천 명으로, 전체의 20.3%를 차지하며 초고령사회 기준선을 넘어서는 역사적인 해다. 보고서는 고령 인구 증가가 만성질환 부담을 가중시키는 핵심 요인임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551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인구 1인당 연평균 진료비인 226만 원보다 약 2.4배 높은 수준이다. 향후 고령 인구 비율이 2036년 30%, 2050년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보고서 발간과 관련해 “「2025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는 우리나라 만성질환의 현주소와 변화 양상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국가 차원의 핵심 기초 자료”라고 강조했다. 이어 임 청장은 “질병관리청은 지역 맞춤형 보건 정책의 기반을 강화하고, 만성질환으로 인한 지역 간 건강 격차를 완화하여 변화하는 보건의료 환경 속에서도 국민 모두가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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