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흙이나 종이를 먹는다면… 비영양 물질을 강박적으로 섭취하는 영양 결핍 증상
어린아이가 주변에 있는 흙이나 종이, 머리카락 등 영양가가 없는 물질을 지속적으로 입에 넣고 섭취하는 행위는 부모에게 큰 당혹감을 준다. 많은 경우 이를 아이의 정서적 불안이나 호기심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의학적 관점에서는 이를 ‘이식증(Pica)’이라는 질환으로 분류한다. 이식증은 최소 1개월 이상 음식물이 아닌 비영양 물질을 강박적으로 섭취하는 상태를 의미하며, 단순히 심리적 요인보다는 신체 내 특정 영양소 결핍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소아청녀년과 전문의들은 아이가 비정상적인 물질에 집착할 경우 가장 먼저 혈액 검사를 통해 체내 철분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서적 결핍 아닌 신체적 영양 불균형이 초래하는 강박 행동
이식증은 과거 정서적으로 방임되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심리적 문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현대 의학 연구에 따르면, 실제 이식증 환아의 상당수가 체내 철분이나 아연 같은 필수 미네랄이 부족한 상태임이 밝혀졌다. 특히 철분은 혈액 내 산소 운반뿐만 아니라 뇌의 신경전달물질 대사에도 깊이 관여한다. 철분이 부족해지면 뇌는 이를 보충하기 위한 본능적인 신호를 보내는데, 이때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철분 함량이 높은 토양이나 금속 성분이 함유된 물건을 입에 대려는 욕구를 느낀다. 이는 신체가 스스로 생존을 위해 부족한 영양소를 찾으려는 왜곡된 신호의 결과이다.
실제로 이식증은 영유아기뿐만 아니라 임산부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급격한 혈액 수요 증가로 인해 철분 결핍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경우 생후 6개월 이후부터 체내에 저장된 철분이 고갈되기 시작하며, 이 시기에 적절한 이유식을 통해 철분을 공급받지 못하면 결핍증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 종이나 얼음, 흙 등을 씹는 행위는 철분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구강 내 염증이나 부종을 가라앉히기 위한 무의식적인 시도로 해석되기도 한다. 따라서 아이가 반복적으로 비영양 물질을 먹는다면 훈육보다는 정밀한 건강 검진이 선행되어야 한다.
철분 부족과 이식증의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의학적 기전
철분 결핍성 빈혈과 이식증 사이의 밀접한 관계는 이미 다수의 학술 자료를 통해 증명됐다. 2017.05.14. 국제 학술지 Nutrients에 게재된 하버드 대학교(Harvard University) 얀 미아오(Yan Miao) 연구팀의 논문 [Pica: An Ancient and Elusive Phenomenon]에 따르면, 이식증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상당수에서 철분 결핍이 확인됐다. 얀 미아오 교수는 체내 철분 수치가 낮아질수록 뇌의 도파민 시스템이 변화하여 비정상적인 섭취 욕구가 강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철분 보충 치료를 시행했을 때 이식증 증상이 신속하게 완화되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영양 결핍이 이 질환의 핵심 기전임이 재확인됐다.
또한 전문의들은 이식증이 단순한 습관을 넘어 건강에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울패밀리병원 박양동 병원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아이가 흙을 먹으면 기생충 감염의 위험이 있고, 페인트 조각이나 금속물을 먹으면 납 중독 등 중금속 오염으로 인해 뇌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양동 병원장은 이어 “특히 철분 결핍은 아이의 인지 능력 저하와 성장 지연을 초래하므로,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식증이 단순한 행동 문제가 아닌 의학적 조치가 시급한 질환임을 시사한다.

혈액 검사를 통한 진단과 적절한 영양 보충의 중요성
아이의 이식증을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정확한 혈액 검사이다. 병원에서는 헤모글로빈 수치뿐만 아니라 체내 철분 저장량을 나타내는 페리틴(Ferritin) 수치를 측정하여 결핍 여부를 진단한다. 2010.12.18. 학술지 The Lancet에 발표된 [Iron-deficiency anaemia] (스위스 연방 공과대학교 마이클 지머만(Michael B. Zimmermann) 교수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철분 결핍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영양 장애 중 하나이며 특히 성장기 영유아에게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마이클 지머만 교수의 연구를 뒷받침하듯, 2019.04.15. American Family Physician에 게재된 [Pica: Common but Commonly Missed] (마이클 J. 로즈(Michael J. Rose) 저) 논문에서는 철분 보충제 투여 후 이식증 환자의 약 90%가 증상 호전을 보였음을 명시하고 있다.
가정 내에서의 식단 관리도 병행되어야 한다. 붉은 살코기, 닭고기, 생선, 시금치, 콩류 등 철분이 풍부한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게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식물성 철분은 비타민 C와 함께 섭취할 때 흡수율이 높아지므로, 과일이나 채소를 곁들인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만약 식단만으로 수치 회복이 어렵다면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액상이나 가루 형태의 철분제를 복용해야 한다. 철분제 복용 후에는 변 색깔이 검게 변하거나 변비가 생길 수 있으나, 이는 정상적인 반응이므로 처방된 기간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아이가 흙이나 종이를 먹는 행동은 부모의 주의를 끌기 위한 정서적 표현이기보다, 몸이 보내는 절박한 영양 결핍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러한 행동을 목격했을 때 무조건적인 야단보다는 아이의 건강 상태를 살피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조기 진단과 적절한 영양 공급을 통해 체내 철분 수치를 정상화한다면, 비정상적인 식습관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다.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보호자는 영양 불균형이 초래하는 다양한 신체적 신호에 항상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 놓치면 후회하는 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