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면허관리 자율화 논쟁, 의사 자율징계 기구 설립 주장에 정부 “국민 신뢰가 우선”
대한의사협회와 정부가 의사 면허관리와 징계 권한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14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의사면허의 자율적 관리를 주장하는 대한의사협회와 이를 제재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이 맞섰다. 이번 토론회는 국민의힘 서미화 의원과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했으며, 의사면허 관리기구 설립과 자율징계권 부여 여부를 두고 쟁점이 부각됐다.
의사 면허에 대한 형사적 처분 증가, 전문가 주도 면허관리 필요성 대두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이날 발표에서 “우리나라의 의사 대상 형사고발 건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며 “의사의 윤리성 문제는 의사가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율규제 시스템이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면허 관리 기구를 통해 의사 자율징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정부의 형사적 개입이 줄어든다면 의료 서비스의 질 또한 개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의료계의 자정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의사 면허의 형사적 처분을 줄이고 국민 신뢰를 높이는 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일부 비윤리적 의료인의 행위를 자율적으로 정화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안덕선 원장은 “한국 의사들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데도 형사적 조치가 과도하게 이루어지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의료인의 진료에 상당한 위축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입장, “국민 신뢰를 위한 제도 활성화가 먼저”
보건복지부 오상윤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정부 입장에서 자율징계권의 확대보다 현행 제도의 활성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이 법적으로 보건복지부에 자격정지 처분을 요구할 권한이 있지만, 2019년 이후 이러한 처분 요구는 단 한 건에 불과했다”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자율징계는 ‘제 식구 감싸기’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오상윤 과장은 또한 “행정처분은 대체로 리베이트, 마약류 위반, 사무장병원 문제와 같은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것”이라며, 의료인의 전문성이 반드시 요구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오 과장은 “특히 마약중독자나 치매 환자와 같은 정신질환 의료인의 면허 결격 사유는 전문가의 판단이 필수적이므로, 이에 대한 법적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율징계와 국가 관리 병행 가능한 절충안 필요
일부 토론자는 의사 면허를 국가가 관리하되 의료업에 필요한 ‘등록’을 별도의 기구가 관리하는 중재안을 제안했다. 이동필 변호사(법무법인 의성)는 “의사 면허는 국가가 관리하되, 의료업 등록 제도를 도입하여 의사 자율징계 권한을 부여하는 절충안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러한 등록제를 통해 불법 행위를 저지른 의료인에 대해 자율징계를 부여함으로써 자율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대한의사협회 젊은의사정책자문단의 장재영 위원은 “해외 사례를 보면 의료 면허 관리기구는 별도로 존재해 의사를 자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정부 주도의 관리가 아닌 자율징계가 시행된다면 의료인의 윤리성을 높이고 현장 적응력도 강화될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자율적 관리 기구가 확립된다면, 전문가 단체의 자정 기능이 강화되어 의료 서비스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의사면허 자율화, 국민 신뢰 확보가 핵심 과제
의료계는 의사 면허 관리 기구 설립을 통해 선진국 수준의 자율적 규제 시스템을 갖추고자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의료 전문가가 아닌 사법체계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을 지양하고 자율적인 자정기능을 확보하려는 의료계의 요구와, 제도 활성화와 국민 신뢰를 선행 과제로 삼는 정부 입장 간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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