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처방만으로 충분하다? 의료기사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독소 조항은?
김택우 의협 회장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무실 앞에서 ‘의료기사법 개정안’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기사법 개정안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하고 의사의 면허권을 침해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이번 개정안이 국민의 생명권을 위협하고 기존 의료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시도라고 규정했다.
해당 법안은 2025년 10월 13일 발의된 것으로, 의료기사가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수행하던 기존의 업무 범위를 지도 또는 처방 및 의뢰에 의해서도 수행할 수 있도록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는 겉보기에는 단순한 용어의 변화처럼 보이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의료기사의 독립적 업무 수행과 단독 개원을 가능하게 하는 법적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분석이다.

의료기사 업무 범위 확대의 숨겨진 의도와 단독 개원 가능성
김택우 회장은 개정안에 포함된 ‘처방 및 의뢰’라는 표현이 의료기사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을 정당화하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현행법상 의료기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직접적인 지도 아래 진료 보조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는 의료 행위가 지닌 고도의 전문성과 위험성 때문이다.
김 회장은 만약 처방이나 의뢰만으로 의료기사가 독자적인 공간에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면, 이는 사실상 의료기사의 단독 개원을 허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거에도 유사한 취지의 법안들이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그때마다 국민 건강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의료계의 반대와 사회적 합의 부재로 폐기된 바 있다.
사법부의 일관된 판단과 헌법재판소의 결정 사례
김 회장은 의료기사의 업무가 반드시 의사의 지도하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법부의 확고한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판결을 통해 물리치료사와 임상병리사의 업무가 의사의 진료 행위와 직간접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명시했다.
당시 헌재는 의료기사가 의사를 배제하고 독자적으로 환자를 검사하거나 치료할 경우 국민 건강에 미칠 위험이 결코 적지 않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역시 의료기사의 행위는 특정 분야에 한정된 의료행위를 의사의 지도라는 틀 안에서 제한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라고 규정해 왔다. 김 회장은 이번 개정안이 이러한 사법적 판단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응급 상황 대응 부재와 의료 사고 책임 소재의 불투명성
의사의 직접적인 지도와 감독이 결여된 환경에서의 의료 행위는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 김택우 회장의 설명이다. 환자의 상태는 실시간으로 변하며, 물리치료나 검사 도중 예상치 못한 응급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때 의사의 즉각적인 판단과 조치가 없다면 환자의 안전은 보장받기 어렵다.
또한 김 회장은 의료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문제도 심각하게 거론했다. ‘처방’을 내린 의사와 실제 행위를 수행한 의료기사 사이에서 법적 책임의 경계가 모호해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통합돌봄체계와 방문재활 도입 시기에 대한 오해 바로잡기
일부 찬성 측에서 제기하는 통합돌봄체계 구축과 방문재활 확대를 위한 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서도 김택우 회장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부 시범사업 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지도’ 개념 하에서도 방문재활 서비스는 충분히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음이 증명됐다.
더욱이 정부의 로드맵상 물리치료사의 방문재활 본격 도입은 2028년 또는 2029년경으로 예정되어 있어, 지금 당장 법적 근거를 무리하게 변경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 김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의료기사 단체들이 의료계와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입법을 독촉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의료 체계의 안정성과 국민 건강 수호를 위한 합리적 대안 모색
대한의사협회는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소통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택우 회장은 의료기관 외부에서도 의사의 지도가 유효할 수 있도록 ‘지도’의 공간적 범위를 확장하는 방식의 합리적인 개선안을 이미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행 의료 면허 체계의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변화하는 의료 환경과 국민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이다.
김 회장은 국회와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입법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진정으로 환자 안전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앞으로도 의료 체계의 근간을 위협하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히 대응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