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통증 없는 심근경색 환자의 무통증 발작 원인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폐쇄되어 심장 근육에 혈액 공급이 중단되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동반되지만, 환자 중 상당수는 이러한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이를 ‘무통성 심근경색’ 또는 ‘조용한 심근경색’이라 부른다.
특히 당뇨병을 오래 앓은 환자들에게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이는 치료 시기를 놓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된다. 현재 전체 심근경색 환자의 약 20%에서 30%가량이 가슴 통증 없이 병원을 찾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뇨 환자의 경우 이 비율은 더욱 높아지며, 통증이라는 경고 신호가 사라진 자리에 돌연사라는 치명적인 결과가 남는다.

신경 손상이 부르는 ‘침묵의 전조’와 자율신경병증
당뇨병 환자가 심근경색의 전형적인 증상인 흉통을 느끼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에 있다. 고혈당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혈액 내의 당 성분이 말초신경과 자율신경계를 직접적으로 손상시킨다. 심장은 자율신경에 의해 박동과 혈압이 조절되는데, 심장 근육에 산소가 부족할 때 뇌로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망이 파괴되면 환자는 심장이 괴사하는 상황에서도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이는 통각 수용체의 역치가 높아지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며, 신호 전달 체계 자체가 물리적으로 차단된 결과이다.
임상 보고에 따르면 당뇨 환자의 심근경색은 일반인보다 예후가 훨씬 불량하다. 통증이 없기 때문에 환자는 자신이 체했거나 단순히 피로하다고 착각하여 소화제를 복용하거나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낸다. 심근경색 발생 후 골든타임인 2시간 이내에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재관류술이 시행되어야 하지만, 무통증 환자들은 평균적으로 증상 발현 후 6시간 이상이 경과한 뒤에야 응급실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심장 근육의 괴사 범위는 넓어지고, 이는 심부전이나 부정맥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진다.
비전형적 증상의 포착과 사회적 파장
흉통이 없는 대신 나타나는 비전형적인 증상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 극심한 무력감, 식은땀, 메스꺼움, 어지러움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고령의 당뇨 환자가 평소와 다르게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거나 기운이 하나도 없다고 호소한다면 이는 심장 근육에 피가 돌지 않는다는 강력한 신호일 수 있다. 턱이나 어깨, 등 부위로 통증이 뻗어나가는 방사통 역시 심장 질환의 신호지만, 당뇨 환자는 이조차도 근육통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조용한 살인자’의 습격은 사회적 비용 증가로도 이어진다. 제때 치료받지 못한 심근경색은 만성 심부전으로 이행되며, 이는 환자의 노동 능력 상실과 고액의 의료비 지출을 야기한다. 현재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당뇨 유병률이 급증함에 따라 무통증 심근경색으로 인한 돌연사 사례는 단순한 개인의 불행을 넘어 보건 경제학적 차원의 위협이 된다. 따라서 당뇨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심전도 검사와 운동 부하 검사 등 선제적 스크리닝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정기 검진과 생활 습관을 통한 예방 전략
무통증 심근경색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당뇨 환자 스스로가 증상에 의존하지 않는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혈당 조절은 기본이며,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 동반 질환을 철저히 관리하여 관상동맥의 경화를 막아야 한다. 아스피린 등 항혈소판제 복용 여부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하여 결정해야 하며,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전 형성을 촉진하므로 무조건 금연해야 한다. 담배를 피우는 당뇨 환자는 무통증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비흡연 당뇨 환자보다 월등히 높다.
심장 건강을 확인하기 위한 정기적인 검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당뇨병 발병 후 10년이 경과했거나, 이미 망막병증이나 신장병증 같은 합병증이 나타난 환자라면 심장 관련 증상이 없더라도 매년 심장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혈관 석회화 수치를 확인하는 CT 검사나 심장 초음파를 통해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 혈관의 상태를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의 의학 기술로는 통증이 없어도 혈관의 협착 정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으므로 기술의 혜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힘내라내과의원 이혁 원장에게 듣는 무통증 심장 발작 궁금증
Q. 가슴이 아프지 않은데도 심근경색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정말 가능한 일인가?
그렇다. 심근경색 환자 열 명 중 두세 명은 전형적인 흉통 없이 응급실에 온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혈당이 신경계를 망가뜨려 통증 신호를 뇌로 전달하지 못한다. 통증은 우리 몸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인데, 이 경고 장치가 고장 난 상태라고 보면 된다. 심장이 괴사하고 있어도 환자는 단순히 피곤하거나 체했다고만 느낄 수 있다.
Q. 통증이 없다면 환자가 스스로 심근경색을 의심할 수 있는 다른 신호는 무엇인가?
호흡 곤란이 가장 흔한 신호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오르던 계단을 오를 때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거나,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한 느낌이 든다면 의심해야 한다. 식은땀이 비 오듯 흐르거나 갑자기 기운이 빠져 주저앉는 증상도 위험 신호다. 당뇨 환자라면 가슴 통증이 없더라도 이런 증상이 나타났을 때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한다.
Q. 무통증 심근경색을 예방하기 위해 당뇨 환자가 일상에서 실천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심장 검사를 받는 것이다. 당뇨병을 오래 앓았다면 이미 혈관 노화가 상당히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1년에 한 번은 반드시 심전도 검사나 운동 부하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한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상 범위로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증상이 나타나길 기다리지 말고, 수치로 자신의 상태를 관리하는 태도가 생명을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