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판정 받았는데 가짜? 백의 고혈압 위험성 확인을 위한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의 필요성
병원 진료실에 들어서면 평소와 달리 가슴이 두근거리고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는 현상을 경험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의료진의 흰 가운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의식적인 긴장 상태에 놓여 일시적으로 혈압이 오르는 이러한 현상을 백의 고혈압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단순히 심리적인 요인으로 치부하기에는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며, 현재 병원에서 고혈압 판정을 받는 환자 5명 중 1명꼴로 이 사례에 해당할 만큼 흔한 증상이다. 진료실에서 측정된 높은 수치가 개인의 평상시 혈압을 온전히 대변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은 고혈압 진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백의 고혈압의 정확한 판별과 오진에 따른 부작용
백의 고혈압은 실제 고혈압 환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높은 수치가 기록되는 현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시적 수치만을 근거로 불필요한 혈압약을 복용하거나 필요 이상의 용량을 처방받게 될 때 발생한다. 정상 혈압을 가진 사람이 혈압약을 복용할 경우 무기력증, 심한 어지러움, 심지어 실신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갑작스러운 어지러움으로 인한 낙상 사고가 발생하면 골절 등 치명적인 2차 부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크다. 따라서 약물 치료를 시작하기 전, 측정된 수치가 개인의 실제 혈압인지를 명확히 구분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서울 민병원 김성수 내과 원장(내분비내과 전문의)는 진료실 혈압은 환자의 긴장도에 따라 평소보다 높게 측정될 개연성이 충분하며, 이를 실제 혈압으로 오인해 약물을 투여할 경우 저혈압 증세로 인한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과 실제 측정 데이터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측정 방식의 도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3.01.05. Clinical Hypertension에 대한고혈압학회(KSH)가 발표한 [2022 Korean Society of Hypertension guidelines for the management of hypertension: part 2-diagnosis and classification of hypertension](주저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김광일 교수 등)에 따르면, 진료실 밖에서 측정하는 가정 혈압과 활동 혈압이 이러한 백의 고혈압을 감별하고 실제 심혈관 위험을 예측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측정 환경에 따른 진단 기준의 세분화와 정밀 검사
혈압은 장소, 자세, 심리 상태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의학적 진단 기준도 측정 환경에 맞춰 세분화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진료실에서 측정한 혈압은 140/90mmHg 이상일 때 고혈압으로 분류한다. 이는 병원이라는 환경이 유발하는 기본적인 긴장감을 고려하여 기준치를 다소 높게 설정한 것이다. 반면,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측정하는 가정 혈압은 135/85mmHg 이상을 기준으로 하며, 가장 정밀한 지표로 활용되는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은 하루 평균 130/80mmHg 이상일 때 고혈압으로 확진한다.
병원 수치는 높으나 가정 수치가 정상 범위에 머문다면 반드시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을 시행해야 한다. 이 검사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동안 기기를 착용하여 주기적으로 혈압 변화를 기록하므로, 단발성 측정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실제 혈압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윤호21병원 이윤호 병원장(내과전문의)은 혈압은 단순히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라 하루 중 어떤 시간대에 상승하고 얼마나 큰 폭으로 요동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관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또한 24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수면 중 혈압 하강 여부와 기상 직후의 혈압 변동을 확인하는 것이 심뇌혈관 사고 예방의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아침 고혈압과 변동성 수치가 암시하는 혈관 경고
혈압 관리에서 간과하기 쉬운 지표 중 하나가 바로 아침 고혈압이다. 인체는 수면 중 혈압이 낮아졌다가 기상과 함께 서서히 상승하는 리듬을 가진다. 그러나 기상 후 화장실을 다녀온 뒤 안정한 상태에서 측정한 수축기 혈압이 135mmHg를 상회한다면 이는 뇌졸중 발생 위험이 급격히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밤새 이완되었던 혈관이 기상과 동시에 폭발적인 압력을 견뎌야 하므로 혈관 벽에 가해지는 충격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벽과 아침 시간대에 심혈관 사고가 집중되는 주요 원인으로 이 아침 고혈압이 지목된다.
혈압의 변동성 역시 수치만큼이나 중요한 관찰 대상이다. 측정 시마다 수축기 혈압이 10mmHg 이상 차이를 보이며 널뛰는 경우라면, 이는 혈관이 탄력을 잃고 딱딱해졌다는 강력한 신호다. 건강한 혈관은 압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만, 동맥경화가 진행된 혈관은 미세한 압력 증가에도 수치가 크게 변동한다. 2021.03.10. 국제 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된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조은주 교수팀의 연구 [Impact of blood pressure variability on cardiovascular outcomes] 결과에 따르면, 혈압 변동성이 큰 환자군이 일정한 혈압을 유지하는 환자군보다 심부전 및 심혈관 관련 사망 발생 위험이 현저히 높게 나타난 점이 증명됐다. 따라서 수치가 일시적으로 낮게 나왔다고 해서 안심하기보다 변동 폭 자체에 주목하는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민병원 김성수 내과 원장에게 듣는 혈압 관리와 백의 고혈압 궁금증
Q. 병원에서만 혈압이 높게 나오는데, 평소 혈압이 정상이라면 약을 안 먹어도 되나?
진료실 혈압이 높더라도 가정 혈압이나 24시간 활동 혈압이 정상 범위라면 이를 백의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이 경우 무조건적인 약물 처방보다는 생활 습관 개선을 우선하며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시행한다. 다만 백의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향후 실제 고혈압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으므로 혈압을 주기적으로 기록하며 혈관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재는 혈압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기상 직후는 우리 몸의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혈압이 자연스럽게 오르는 시점이다. 이때 혈압이 기준치 이상으로 과도하게 치솟는 아침 고혈압은 혈관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다. 특히 수면 중에 충분히 혈압이 떨어지지 않거나 아침에 급격히 오르는 패턴은 뇌졸중이나 심장마비와 같은 급성 심혈관 사고와 직결되기 때문에 가장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시간대다.
Q. 혈압 수치가 잴 때마다 10~20씩 차이가 나는데 문제가 있는 건가?
혈압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혈관의 탄력성이 저하되었음을 의미하는 경고 신호다. 혈관이 고무줄처럼 유연하지 못하고 파이프처럼 딱딱해지면 압력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단순히 평균 수치가 정상이라고 해서 방치할 것이 아니라, 변동 폭이 크다면 동맥경화가 진행 중일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혈관 내피 기능을 평가받고 적절한 관리 방침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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