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에 금색 테두리 윌슨병 전조 증상 경고
체내에 흡수된 구리가 적절히 배출되지 못하고 간이나 뇌, 각막 등에 쌓이면서 발생하는 희귀 질환인 윌슨병은 현재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한 내과적 질환으로 분류된다.
대개 원인을 알 수 없는 간 수치 상승이나 신경계 이상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확진을 받는 경우가 많으나, 환자 스스로 자신의 신체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치명적인 손상이 발생하기 전 위험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특히 안구 각막 주변에 나타나는 독특한 색상 변화는 이 질환을 시사하는 가장 강력한 임상적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구리 대사 이상이 부르는 희귀 질환 윌슨병
윌슨병은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되는 희귀 질환으로, 13번 염색체에 위치한 체내의 구리 대사를 조절하는 ATP7B 유전자의 변이로 인해 발생한다. 일반적인 경우 음식물을 통해 섭취된 구리는 간에서 필요한 만큼 사용된 뒤 나머지는 담즙을 통해 대변으로 배설된다. 그러나 윌슨병 환자는 이러한 배설 기능이 마비되어 구리가 간세포 내에 지속적으로 축적된다. 간에 쌓인 구리가 한계치를 넘어서면 혈류를 타고 뇌, 눈, 신장 등 전신으로 퍼져나가며 독성을 일으킨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이 질환이 약 3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5세부터 30세 사이가 가장 흔하지만, 현재는 40대 이후에 뒤늦게 발견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어 전 연령대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간 기능 저하가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초기에는 특별한 통증이 없어 단순 피로로 오인하기 쉽다는 점이 진단을 늦추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눈동자의 카이저-플라이셔 고리와 신체적 징후
윌슨병의 가장 특징적인 징후는 ‘카이저-플라이셔 고리(Kayser-Fleischer ring)’라고 불리는 안구의 변화다. 이는 각막 뒷면의 데스메막(Descemet’s membrane)에 구리가 침착되면서 나타나는데, 눈동자 가장자리를 따라 녹갈색이나 금색의 테두리가 형성된 것처럼 보인다.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할 때도 있으나, 정확한 관찰을 위해서는 안과에서 세극등 현미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된 환자의 90% 이상에서 이 고리가 발견된다는 사실은 진단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간에 구리가 쌓이면서 발생하는 증상으로는 만성 간염, 간경변증 등이 있다. 이는 황달, 복수, 부종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원인 불명의 간 수치 상승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윌슨병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구리가 뇌의 기저핵에 침착되면 손떨림, 발음 장애, 안면 마비, 보행 이상과 같은 신경계 증상이 나타난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우울증, 불안, 성격 변화와 같은 정신의학적 문제가 선행되기도 하므로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전문의가 강조하는 조기 진단 및 실제 연구 결과
윌슨병은 발견 시점에 따라 예후가 극명하게 갈리는 질환이다.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간부전이나 심각한 신경 퇴행으로 이어져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지만,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를 시작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가족력이 있거나 간 수치가 이유 없이 높게 유지되는 경우 반드시 유전자 검사와 구리 대사 검사를 병행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서울 민병원 정재화 내과 진료원장은 “윌슨병은 조기에 진단하여 치료를 시작하면 거의 정상적인 수명을 유지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이유 없이 간 수치가 높거나 학교 성적이 갑자기 떨어지고 손이 떨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윌슨병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학술적 근거에 따르면 이 질환의 관리와 진단 체계는 현재 매우 구체화되어 있다. 2021.12.15. 국제학술지 ‘The Lancet Gastroenterology & Hepatology’ 온라인판에 발표된 프랑스 파리 시테 대학교 오렐리아 푸주아(Aurélia Poujois) 박사팀의 연구(‘Wilson’s disease’) 결과, 윌슨병 환자의 초기 진단에서 혈청 셀룰로플라스민 수치가 낮고 24시간 소변 구리 배설량이 증가하는 것이 핵심 지표임을 확인했다. 또한 2019.05.02. ‘Journal of Inherited Metabolic Disease’에 게재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교 랑게(Lange) 박사팀의 논문(‘Genotype and phenotype in 101 Dutch patients with Wilson disease’)에 따르면, ATP7B 유전자 분석을 통해 확진된 환자 그룹에서 조기 킬레이트 요법을 시행했을 때 대다수의 환자에서 간 기능 회복 및 신경학적 안정화가 관찰되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합병증 예방을 위한 식이요법과 의학적 관리
윌슨병 확진 후에는 체내 구리를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디펜실라민(D-penicillamine)이나 트리엔틴(Trientine)과 같은 ‘구리 제거제(킬레이트제)’나 구리의 장내 흡수를 방해하는 아연 제제를 평생 복용해야 한다. 약물 치료와 더불어 식이요법 역시 현재 매우 중요한 관리 요소로 강조된다. 구리 함량이 높은 식품인 간, 조개류, 견과류, 초콜릿, 버섯 등의 섭취를 엄격히 제한해야 하며, 특히 증상이 심한 초기에는 이러한 식단 관리가 간 수치 안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정기적인 모니터링 또한 필수적이다. 24시간 소변 구리 검사와 혈청 자유 구리 농도를 최소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정기적으로 체크하여 약물 용량을 조절해야 하며, 안구의 카이저-플라이셔 고리가 옅어지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치료를 임의로 중단할 경우 구리가 급격히 다시 축적되어 급성 간부전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환자의 꾸준한 의지가 요구된다. 현재 의료계는 유전 상담을 통해 환자의 형제자매 등 가족 구성원에 대한 스크리닝 검사를 함께 권장하며 질환의 대물림과 악화를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