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지 않은 하지정맥류, 장골정맥 압박으로 인한 혈전 생성 기전
다리가 붓고 혈관이 튀어나오는 하지정맥류는 흔한 질환으로 치부되기 쉽다. 그러나 단순히 판막 이상으로 발생하는 일반적인 정맥류와 달리, 복부 안쪽의 거대 혈관인 장골정맥이 압박을 받아 발생하는 ‘메이-서너 증후군(May-Thurner Syndrome)’은 생명을 위협하는 폐색전증의 시발점이 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다리 통증과 부종을 호소하는 환자들 중 상당수가 이 증후군을 기저 질환으로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장시간 서서 일하는 직장인이나 중장년층에서 왼쪽 다리만 유독 붓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이는 단순한 피로가 아닌 혈관의 구조적 결함일 가능성이 크다.

좌측 다리 부종 일으키는 장골 정맥 압박의 해부학적 구조
메이-서너 증후군은 오른쪽 골반을 지나가는 우측 총장골동맥이 왼쪽의 좌측 총장골정맥을 압박하면서 발생한다. 해부학적으로 좌측 총장골정맥은 우측 총장골동맥과 요추 사이에 위치하는데, 동맥의 강한 박동이 지속적으로 정맥을 누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맥 내부의 내피세포가 손상되고, 혈관 벽이 두꺼워지는 섬유성 증식 현상인 ‘스퍼(Spur)’가 형성된다. 결과적으로 혈액이 심장으로 올라가는 통로가 좁아지며 정맥압이 상승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적 특징 때문에 메이-서너 증후군은 압도적으로 왼쪽 다리에서 빈번하게 관찰되는 특징을 보인다.
2004년 5월 1일 Journal of Vascular Surgery에 발표된 노스웨스턴 대학교 핀버그 의과대학(Northwestern University Feinberg School of Medicine) Mark R. Kibbe 교수팀의 연구 [Analysis of left common iliac vein compression in asymptomatic patients] 결과, 증상이 없는 일반인 중에서도 24%가 좌측 총장골정맥이 50% 이상 압박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질환이 생각보다 흔하게 존재하며, 특정 조건이 갖춰질 경우 언제든 심각한 혈전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혈관의 압박 정도가 심할수록 하지 정맥의 혈류 속도는 급격히 저하되며, 이는 혈액 정체라는 위험 요인을 형성한다.
심부정맥 혈전증 거쳐 폐색전증으로 이어지는 치명적 악화 경로
장골정맥의 압박이 장기화되면 정맥 내 혈류는 극도로 느려진다. 이때 형성된 혈전이 다리 깊숙한 곳의 정맥을 막는 ‘심부정맥 혈전증(DVT)’을 유발한다. 더 큰 문제는 이 혈전이 떨어져 나가 혈류를 타고 심장을 거쳐 폐혈관을 막을 때 발생한다. 이를 폐색전증이라 부르며, 호흡 곤란과 흉통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급사에 이를 수 있는 중증 응급 질환이다. 메이-서너 증후군은 단순히 다리가 붓는 불편함을 넘어, 몸속에 시한폭탄과 같은 혈전 공장을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서울 민병원 김혁문 외과 진료원장은 “좌측 하지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부종과 통증은 메이-서너 증후군에 의한 심부정맥 혈전증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일반적인 하지정맥류 수술 후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다리 굵기 차이가 확연하다면 복부 내 장골정맥의 압박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육안으로 보이는 정맥류 치료에만 집중할 경우 기저에 깔린 근본적인 혈전 위험을 놓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장시간 직립 자세가 정맥 혈류 정체에 미치는 임상적 영향
정맥혈은 중력을 거슬러 심장으로 올라가야 하므로 종아리 근육의 펌프 작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장시간 서서 일하거나 고정된 자세로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이러한 펌프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중력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된다. 메이-서너 증후군 환자의 경우 이미 해부학적으로 혈관이 좁아져 있어 일반인보다 혈류 정체가 훨씬 빠르고 심각하게 일어난다. 현재 임상 현장에서는 비행기 좌석과 같은 좁은 공간에 오래 앉아 있는 상황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장시간 직립 자세 역시 혈전 형성의 강력한 촉매제가 된다고 보고 있다.
2013년 11월 1일 Journal of Vascular Surgery: Venous and Lymphatic Disorders에 게재된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의 Peter Gloviczki 박사팀의 연구 [Endovascular treatment of May-Thurner syndrome]에서는 환자들의 임상적 예후를 정밀 분석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활동량이 적고 고정된 자세를 유지하는 시간이 긴 환자군에서 혈전 생성률이 유의미하게 높았으며, 이들에게 시행된 스텐트 삽입술 등 중재적 시술이 90% 이상의 높은 초기 통과율(Primary Patency)을 보이며 혈전 재발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임이 증명됐다. 이는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물리적 폐쇄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정밀 혈관 초음파 및 조영술을 통한 조기 진단과 중재적 치료의 중요성
메이-서너 증후군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하지 초음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복부 깊숙한 곳의 장골정맥을 관찰해야 하므로 복부 혈관 초음파나 CT(컴퓨터 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를 활용한 혈관 조영술이 필수적이다. 혈관의 압박 정도와 혈전 형성 유무를 정확히 파악한 후에는 증상의 경중에 따라 치료 방침을 결정한다. 증상이 경미한 경우 압박 스타킹 착용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지만, 혈전 위험이 높거나 이미 심부정맥 혈전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좁아진 정맥을 넓혀주는 스텐트 삽입술이 표준 치료로 시행된다.
최근의 치료 경향은 전신 마취 없이 국소 마취 하에 진행되는 혈관 내 치료가 주를 이룬다. 혈관 조영 장비를 이용해 미세 도관을 삽입하고, 압박된 부위에 스텐트를 거치하여 혈류 통로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시술은 즉각적인 증상 완화는 물론, 장기적으로 폐색전증이라는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의료계는 다리 부종을 호소하는 중장년층 환자들을 대상으로 장골정맥의 구조적 이상 여부를 선별 검사하는 절차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혈관 질환의 조기 발견율을 높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