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약으로 살 뺀다.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GLP-1 유사체가 비만 치료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 무분별한 투약과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 우려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가 전 세계적인 비만 치료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당초 혈당 조절을 목적으로 개발된 이 약물은 체중 감량 효과가 탁월하다는 임상 결과가 발표되면서 수요가 폭증했다.
한 동안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었으며, 국내에서도 비대면 진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무분별한 정보 공유로 인해 처방 목적 이외의 사용이 급증했다. 의학계는 치료 대상이 아닌 일반인의 무분별한 투약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뇨병 치료제에서 비만 정복의 열쇠로 변모한 GLP-1 유사체
GLP-1은 음식을 섭취했을 때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해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동시에 뇌의 포만 중추를 자극해 배고픔을 줄이고 위 배출 시간을 늦춰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게 한다. 이러한 기전은 당뇨병 환자의 혈당 관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021년 발표된 임상 시험 결과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약물을 투여한 집단은 68주 동안 체중이 평균 14.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비만 치료제들의 감량 폭인 5~10%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이후 노보 노르디스크의 ‘오젬픽’과 ‘위고비’,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등 동일 계열 약물들은 비만 치료 시장의 중심에 섰다. 특히 유명 기업인과 연예인들이 이 약물을 통해 체중을 감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중의 관심이 집중됐다. 현재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은 연간 수십조 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제약사들은 생산 설비를 확충하고 있으나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내외 유통 현황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확산 실태
우리나라에서도 비만 치료제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특히 삭센다에 이어 위고비, 마운자로까지 출시되면서 시장은 극에 달했다. 그러나 열풍의 이면에는 오남용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일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통해 비만 기준에 미치지 않는 정상 체중인들이 약물을 처방받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현행법상 비만 치료제는 체질량지수(BMI) 30kg/㎡ 이상이거나, BMI 27kg/㎡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 등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만 처방되어야 한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살 빠지는 주사’라는 명목으로 투약 후기나 불법 구매 경로를 공유하는 게시물이 범람하고 있다. 의사의 진단 없이 중고 거래 사이트나 해외 직구를 통해 약물을 구하려는 시도도 빈번하다. 이러한 불법 유통 약물은 변질이나 위조의 위험이 크며, 적절한 투약 지도가 이루어지지 않아 심각한 건강 위협 요인이 된다. 의사들은 단순 미용 목적으로 이 약물을 사용하는 행태가 정작 치료가 시급한 고도 비만 환자나 당뇨 환자들의 약물 수급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학계가 지적하는 주요 부작용과 장기 투약의 위험성
GLP-1 유사체는 ‘마법의 탄환’이 아니다. 모든 약물과 마찬가지로 부작용이 존재한다. 가장 흔한 증상은 구역질, 구토, 설사, 변비 등 소화기 계통의 장애다. 이는 약물이 위장 운동을 늦추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심한 경우 위 무력증이나 췌장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3년 북미 지역에서 보고된 사례에 따르면, 일부 투약자들에게서 심각한 위 마비 증상이 나타나 응급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동물 실험 단계에서 갑상선 수양암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어 가족력이 있는 경우 투약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정신 건강 측면에서의 우려도 존재한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일부 환자들에게서 자살 충동이나 자해 생각이 보고됨에 따라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비록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는 않았으나, 우울증이나 기분 장애가 있는 환자에게는 투약 전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급격한 체중 감량으로 인한 근육 소실과 ‘오젬픽 페이스(Ozempic Face)’라 불리는 얼굴 노화 현상 역시 외모 개선을 목적으로 약물을 찾는 이들이 간과하는 지점이다. 근육량이 충분히 유지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체중 감량은 요요 현상을 가속화하고 기초 대사량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부 당국의 관리 강화와 올바른 투약 가이드라인 수립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비만 치료제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과 약국을 대상으로 집중 점검을 시행하고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주요 내용은 비만 기준에 적합한 환자에게만 처방할 것, 비대면 진료 시 본인 확인을 철저히 할 것, 불법 유통 및 광고 행위를 엄단할 것 등이다. 또한 소비자들이 약물의 부작용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대중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의학계 내에서도 대한비만학회 등을 중심으로 단순 체중 감량이 아닌 대사 질환 개선을 목표로 하는 치료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비만 치료제가 운동과 식이요법을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약물을 중단할 경우 다시 체중이 증가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에, 약물은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하며 장기적인 생활 습관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임신 중이거나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 성장기 청소년에 대한 안전성 데이터가 부족하므로 이들에 대한 무분별한 처방은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 건강을 위해 선택한 약물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환자 본인의 인식 변화와 의료진의 윤리적인 처방이 절실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