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A Neurology, 만성 뇌졸중 환자 대상 “덜 손상된 팔 훈련”이 더 빠른 일상 회복 이끌었다 밝혀
만성 뇌졸중 환자의 재활 치료에 있어, 기존의 재활 방식과는 정반대의 접근이 일상생활 기능 회복에 더 큰 효과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연구진이 수행한 임상시험 결과, 가장 손상된 팔 대신 ‘덜 손상된 팔’을 훈련한 환자 그룹이 일상 손 동작의 수행 속도와 효율성이 더 크게 향상됐다고 ScienceAlert가 2월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연구는 권위 있는 학술지 JAMA Neurology에 게재됐으며, 뇌졸중 재활의 오랜 패러다임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연구진은 덜 손상된 팔의 기능 향상이 사용량 증가로 이어져, 장기적인 회복을 뒷받침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 뇌졸중 재활의 한계와 양측 팔의 손상
뇌졸중은 산소를 운반하는 혈액의 흐름이 막히거나 출혈로 인해 뇌세포가 손상될 때 발생한다. 뇌의 각 측면이 주로 반대쪽 신체를 제어하기 때문에, 뇌졸중은 보통 뇌 손상 반대편 신체에 움직임 문제를 야기한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뇌졸중 재활은 가장 심하게 손상된 팔의 운동 기능 회복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의 신경과학 연구는 뇌의 양쪽 측면 모두가 두 팔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데 기여하며, 손상이 발생하면 신체의 양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실제로 연구진은 뇌졸중 생존자들이 덜 손상된 팔을 사용해 일상 작업을 완료하는 데에도 건강한 사람의 우세 손보다 최대 세 배 더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장 심하게 손상된 팔에 의존할 수 없는 환자들은 식사, 옷 입기 등 매일의 활동을 거의 전적으로 이 ‘덜 손상된’ 팔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 팔의 움직임이 느리거나 부자연스러울 경우 일상생활의 독립성에 심각한 제약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임상시험 설계 및 ‘덜 손상된 팔 훈련’의 구체적 성과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의 신경과학자 Candice Maenza와 Robert Sainburg 연구팀은 만성 뇌졸중 환자 50여 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 환자들은 한쪽 팔에 심각한 장애가 있어 일상생활에 거의 사용할 수 없었으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덜 손상된 팔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태였다.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두 재활 그룹 중 하나에 배정됐다. 한 그룹은 가장 손상된 팔을 훈련했고, 다른 그룹은 덜 손상된 팔을 훈련했다.
두 그룹 모두 5주간의 집중 치료를 받았으며, 이 치료에는 도전적인 목표 지향적 손 움직임과 조정 및 타이밍 개선을 위해 설계된 가상현실 과제가 포함됐다. 연구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가장 손상된 팔을 훈련한 그룹과 비교했을 때, 덜 손상된 팔을 훈련한 참가자들이 작은 물건 집기나 컵 들기와 같은 일상적인 손 과제를 수행하는 속도와 효율성 면에서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기능 향상 효과가 훈련이 종료된 후 6개월 뒤에도 그대로 유지됐다는 사실이다.
백경우 나음재활의학과의원 원장은 “이 연구는 뇌졸중 재활의 목표를 ‘손상된 기능의 완벽한 복구’에서 ‘현재 능력의 최대화 및 일상 독립성 확보’로 전환해야 함을 의미한다”며, “덜 손상된 팔의 기능 향상이 환자들에게 일상에서 더 자주 팔을 사용하게 하는 자가 재활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는 점이 핵심적인 장기적 성과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인 개선을 뒷받침하는 피드백 루프의 작용
연구진은 덜 손상된 팔을 훈련했을 때 장기적인 이점이 지속되는 이유를 간단한 피드백 순환 고리(feedback loop)에서 찾았다. 덜 손상된 팔이 더 잘 작동하게 되면, 환자들은 자연스럽게 그 팔을 일상생활에서 더 자주 사용하게 된다. 연구팀은 이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추가적인 반복 연습이 기능 향상을 견고하게 유지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즉, 재활 센터에서의 5주 훈련이 끝난 후에도 환자 스스로의 삶 속에서 실질적인 ‘자가 재활’이 이어진 셈이다.
연구팀은 뇌졸중 생존자들에게 가장 뚜렷하게 손상된 팔의 완전한 기능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이 하루를 보내기 위해 덜 손상된 팔에 의존하며 적응한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비록 ‘덜 손상된’ 팔이라고 해도 완벽하게 건강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이 팔의 기능이 향상되는 것은 일상 작업을 더 빠르고, 쉽고, 덜 피곤하게 만들어 삶의 질과 독립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가 된다는 분석이다.
재활의 초점 변화: 잃은 것보다 남은 것을 강화해야
이번 연구 결과는 뇌졸중 재활이 ‘잃어버린 기능을 복구하는 것’에만 집중해 온 기존 접근법에서 벗어나, ‘남아있는 기능을 강화하는 것’으로 초점을 전환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연구팀은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 덜 손상된 팔 훈련을 기존의 손상된 팔 치료와 어떻게 최적으로 결합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러한 통합적 접근이 실제 가정 환경에서의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의들은 만성 뇌졸중 환자에게 있어 재활의 성공은 손상 이전 상태로의 완벽한 복귀가 아니라, 현재 남아있는 신체 능력을 최대한 강화하여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의돼야 한다는 점에 힘을 싣고 있다. ScienceAlert는 이 연구가 뇌졸중 재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기주 선한빛요양병원 병원장 (신경과 전문의)은 “뇌졸중 후 뇌의 양측 모두가 팔 움직임에 관여하며 덜 손상된 팔 역시 기능적 제한을 겪는다는 신경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재활 접근 방식을 재설계해야 한다”며, “특히 만성 뇌졸중 환자의 경우, 손상된 팔의 회복 한계에 직면했을 때 덜 손상된 팔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인 삶의 질 개선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