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3850원 반값 수가에 대학병원마저 백기 투항 도수치료실 폐쇄 속출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도수 치료 관리급여 제도는 근골격계 질환 환자에게 손을 이용해 통증 완화와 체형 교정을 시행하는 비급여 항목을 급여 체계로 관리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 정책의 이면에는 실손보험사의 손해율을 보전하기 위해 의료기관과 환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적 모순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제도 시행을 목전에 둔 현재, 주요 보험사들은 가입자들에게 보험금 지급 기준 강화를 통보하기 시작했으며 의료 현장에서는 낮은 수가와 행정적 부담을 견디지 못한 병·의원들이 잇따라 도수 치료 중단을 선언하며 재활 대란이 가시화되고 있다.

실손보험사의 선제적 압박과 심사 기준의 급격한 변화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 DB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등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현재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도수치료 관리급여 적용 관련 심사기준 변경 소비자 안내문’을 일제히 발송했다. 이는 금융감독원의 행정지도에 따라 소비자에게 불리한 심사 기준 변경 시 사전에 이를 의무적으로 고지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나, 실질적으로는 도수치료에 대한 실손보험금 지급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고지된 관리급여 기준에 따르면 도수 치료는 기본 물리치료와 단순 재활치료를 먼저 시행한 뒤, 의사가 의학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적용된다. 시행 횟수 또한 주 2회, 연간 15회 이내로 엄격히 제한되며, 수술이나 골절 등으로 인한 관절 구축 등 뚜렷한 증빙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연간 24회까지 허용된다. 보험사들은 이 기준을 초과하는 치료에 대해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청구 시 진료비 세부내역서 제출을 강제함으로써 의료진과 환자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인한 의료기관의 도수치료 포기 선언
보험사의 압박과 더불어 정부가 책정한 낮은 수가 체계는 의료 현장의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다. 도수 치료 관리급여 수가는 4만 3,850원으로 책정되는데, 이는 기존 비급여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횟수 제한까지 더해지면서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직면했다. 특히 인건비 비중이 높은 도수치료의 특성상, 병원장들은 물리치료실 유지 여부를 두고 심각한 고심에 빠져 있다.
실제로 서울 강남 소재의 A대학병원은 현재 환자들에게 도수치료 중단을 공식 통보했다. 일부 개원가에서도 물리치료실 운영 축소와 인력 조정을 검토 중이며, 경영 악화를 우려한 물리치료사들의 사직 사태도 현실화되고 있다. 정형외과 B원장은 도수치료 수가가 현실을 무시한 채 책정되었고, 횟수 제한으로 인해 수입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구조조정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는 비급여 과잉진료를 잡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정상적인 재활 인프라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재활 필수 환자들의 치료권 박탈과 사회적 비용의 전이
가장 심각한 문제는 당장 치료를 중단할 수 없는 환자들에게 피해가 전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소아 근육성 사경과 같이 장기적인 도수 치료가 필수적인 환아들의 경우, 병원들이 소아 재활실 운영을 포기하면서 갈 곳을 잃고 있다. 보호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사전치료가 불가능한 영유아에게 조건부 처방을 요구하는 것은 치료를 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질병의 고통을 단순히 산술적인 횟수로 규제하려는 발상이 환자들의 생존권과 치료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대학병원의 재활의학과 교수들 역시 현재의 상황을 ‘정부와 보험사의 책임 회피’로 규정하고 있다. 비급여 과잉진료의 근본 원인인 실손보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의료기관에 대한 강제적인 수가 통제와 환자에 대한 혜택 축소로 문제를 덮으려 한다는 비판이다. 중증 재활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대학병원들마저 적자를 감수하며 도수치료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대형병원의 도수치료 중단 도미노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결국 도수치료 관리급여 시행은 비급여 관리라는 명목 하에 환자에게는 치료 기회 박탈을, 의료기관에는 경영난과 인력 감축을, 그리고 보험사에게는 지급 거절의 명분을 제공하는 기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제도 시행 전 전면적인 원점 재검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내 재활 의료 체계 자체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현재 의료 현장의 혼란은 정책의 실패를 증명하는 서막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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