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머스미스 유령 재판 살인 사건, 하얀 작업복이 수의로 보였다
형법에서 사실의 착오(Mistake of Fact)는 행위자가 주관적으로 인식한 사실과 객관적으로 발생한 실제 사실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러한 법리적 개념은 정당방위나 자구 행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핵심적인 쟁점으로 작용하며, 현대 형법 체계 내에서 위법성 조각 사유의 한계를 규정하는 기초다.
특히 과거의 사법 사례들은 행위자의 주관적 믿음이 형사 처벌의 감경이나 면죄부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두고 오랜 논쟁을 이어왔다. 현재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착오가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엄격히 따져 살인과 과실치사의 경계를 구분하고 있다.

1804년 해머스미스 지역의 유령 괴담 유포와 사회적 혼란
1804년 영국 런던의 해머스미스 지역에서는 밤마다 정체불명의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확산되며 극심한 사회적 공포가 조성되었다. 당시 목격자들은 하얀색 옷을 입은 형체가 공동묘지 인근을 배회하며 늦은 밤 길을 지나는 행인들을 위협하거나 물리적인 공격을 가했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유령 괴담은 지역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마비시키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치안 부재에 대한 불만과 공포심이 극에 달한 상태였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일부 시민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장을 하고 야간 순찰에 나서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당시 사회는 유령의 존재를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했으며,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력적인 조치들에 대해서도 관대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집단적인 히스테리와 무분별한 무기 소지는 결국 무고한 시민의 생명을 앗아가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되었다.
프란시스 스미스의 야간 순찰과 미장공 토마스 밀우드 살해 사건
사건 당일인 1804년 1월의 어느 밤, 세무 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던 프란시스 스미스는 유령을 사냥하겠다는 명목으로 권총을 소지한 채 해머스미스의 어두운 골목을 순찰 중이었다. 스미스는 괴담의 주인공인 유령을 생포하거나 처단함으로써 지역사회의 공포를 종식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순찰 도중 스미스는 맞은편에서 하얀색 작업복을 입고 걸어오던 남성을 발견했다. 해당 남성은 미장공으로 일하던 토마스 밀우드였으며, 그는 당시 업무를 마친 뒤 귀가하던 길이었다.
스미스는 밀우드의 하얀색 작업복을 유령의 수의로 오인하고, 그가 괴담 속의 유령이라고 확신했다. 스미스는 상대방에게 멈추라는 경고를 보냈으나, 밀우드가 이에 반응하지 않고 계속 다가오자 즉시 조준 사격을 가했다. 총탄에 맞은 밀우드는 현장에서 쓰러져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스미스는 자신이 유령을 처치했다고 믿었으나, 현장에 출동한 목격자들과 경찰에 의해 사망자가 진짜 인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주관적인 착각이 객관적인 범죄 사실로 이어진 전형적인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영국 최고 법원의 판결과 현대 형법상 사실의 착오 쟁점
사건 이후 열린 ‘해머스미스 유령 재판’은 영국 법조계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켰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행위자가 주관적으로 유령이라고 믿은 착각이 살인죄의 정당방위나 면죄부가 될 수 있는가”였다. 스미스의 변호인은 그가 유령으로부터 자신과 사회를 보호하려 했던 주관적 의도를 강조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당시 배심원단 또한 스미스의 처지에 공감하여 처음에는 과실치사 평결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담당 판사인 로드 엘렌버러는 이를 거부하고 엄격한 법 원칙을 고수했다.
법원은 행위자의 주관적인 믿음만으로는 살인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객관적으로 아무런 위협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단지 유령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전제로 가해 행위를 한 것은 법적 허용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결국 스미스에게는 살인죄 유죄 판결이 내려졌으며, 사형 선고가 내려졌으나 이후 국왕의 사면을 통해 징역형으로 감형되었다. 이 재판은 ‘사실의 착오’가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할 수는 있어도, 객관적 합리성이 결여된 상황에서의 자구 행위는 위법하다는 현대 형법의 근간을 세우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이 사건은 모든 형법 교과서에서 ‘오상방위’ 및 ‘사실의 착오’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인용된다. 주관적 오인에 의한 공격이 법적으로 면죄부를 받기 위해서는 그 오인에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확립된 것이다. 해머스미스 유령 재판은 괴담이 낳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사법 역사가 인간의 착오와 법적 책임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대한 지표로 남아 있다. 당시의 판결은 이후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형법의 자구 행위 한계 규정을 재정립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는다.
법무법인 지금 김진환 변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행위자가 주관적으로 정당방위 상황이라고 믿었다 하더라도 그 착오에 객관적으로 수긍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라며 “해머스미스 사건은 주관적 의도와 객관적 위법성 사이의 법리적 간극을 사법부가 어떻게 엄격히 다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적 사례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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