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이 독거노인 구하는 노노케어, 상호 돌봄 한계 직면한 노노케어의 역설

현재 대한민국은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변곡점에 서 있다. 이러한 인구 구조의 변화 속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노인 빈곤 해결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다양한 노인 일자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형태가 바로 ‘노노(老老) 케어’다. 이는 건강한 노인이 거동이 불편하거나 홀로 거주하는 노인을 돌보는 상호 돌봄 체계를 의미한다. 언뜻 보기에는 노인이 노인을 돕는 따뜻한 공동체 모델처럼 비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복지 예산의 한계와 전문 돌봄 인력의 부재를 노인들의 노동력으로 메우려는 서글픈 자구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노노 케어는 현재 노인 일자리 사업의 공익 활동 유형으로 분류되어 운영된다. 참여자들은 일정 교육을 이수한 뒤 독거노인 가구를 방문해 안부를 확인하고 말벗이 되어주거나 간단한 가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이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돌봄을 제공하는 주체 역시 노화로 인한 신체적 제약에서 자유롭지 못한 고령층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돌봄의 질 하락은 물론, 돌봄 제공자마저 건강상의 위협을 받는 악순환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노인 일자리로 포장된 상호 돌봄의 민낯
현재 노노 케어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은 대부분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해 이 일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노동의 강도나 정서적 소모에 비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공공 근로의 성격이 짙다 보니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활동비를 받으며 돌봄 현장에 투입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맞닥뜨리는 상황이 단순히 안부를 묻는 수준을 넘어설 때가 많다는 점이다.
현장의 돌봄 대상자들은 중증 질환을 앓고 있거나 심각한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빈번하다. 전문적인 요양보호사나 사회복지사가 다뤄야 할 영역을 동년배 노인이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돌봄 제공자들은 대상자의 위급 상황 발생 시 적절한 대처 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의 불분명함으로 이어진다. 사실상 복지의 공백을 노인들의 저임금 노동으로 임시방편 삼아 때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독거노인의 자구책이 마주한 물리적 한계
노노 케어의 구조적 모순은 돌봄을 받는 노인과 주는 노인 모두가 ‘취약 계층’이라는 점에 있다. 현재 운영되는 방식은 독거노인이 또 다른 독거노인을 구해야 하는 처절한 생존 게임과 다를 바 없다. 돌봄 제공 노인이 건강을 잃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활동을 중단할 경우, 그에게 의지하던 대상 노인은 즉각적인 돌봄 단절 상태에 놓인다. 인력 운용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시스템적인 안전망이 부재한 결과다.
또한 감정 노동의 측면에서도 심각한 부작용이 관찰된다. 동년배로서 겪는 동병상련의 감정은 때로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대상 노인의 고독사나 상태 악화를 목격했을 때 제공 노인이 받는 심리적 트라우마는 상상을 초월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서적 충격이 제공 노인을 또 다른 우울증 환자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문 인력에 의한 체계적인 관리가 아닌, 노인들끼리의 자구책에 의존하는 돌봄 방식은 결국 모두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전문 인력 매칭 시스템으로의 고도화 시급
현재의 단순 노노 케어를 넘어선 전문 인력 매칭 시스템으로의 고도화가 절실하다. 노인 일자리라는 미명 하에 돌봄의 책임을 노인 개인에게 전가할 것이 아니라,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문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효율적인 컨트롤 타워가 작동해야 한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결합하고, 응급 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의료 및 복지 체계와의 연동이 필수적이다.
노노 케어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의 역할 또한 전면 재조정될 필요가 있다. 이들을 전문 돌봄 인력의 보조적인 파트너로 설정하고, 주된 돌봄 책임은 국가와 지자체가 고용한 전문가들이 맡는 이원화 전략이 필요하다. 노인 참여자들에게는 정서적 지지와 사회적 교류라는 본연의 가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이에 걸맞은 합당한 처우와 심리적 지원 프로그램을 병행해야 한다. 돌봄은 시혜가 아닌 권리이며, 이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이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노노 케어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산 증액과 제도적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단순히 일자리 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행정에서 벗어나,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일을 하는 노인들에게는 자긍심과 건강을 지켜줄 수 있는 정교한 설계가 요구된다. 독거노인이 독거노인을 구해야만 하는 서글픈 현실을 끝내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복지 실현은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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