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세계에서 모성 본능은 없다… 생존의 최대 효율을 찾는 냉혹한 계산법
광활한 아프리카 초원, 사자 무리의 우두머리가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참혹한 장면이 있다. 새롭게 권력을 잡은 수컷 사자는 이전 우두머리의 새끼들을 가차 없이 물어 죽인다. 이는 잔혹한 약육강식의 세계를 보여주는 듯하지만, 정작 어미 사자는 이 학살을 방관하거나 때로는 무기력하게 지켜볼 뿐이다. 대중 매체와 문학이 그려낸 ‘위대한 모성애’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현실이다.
우리는 흔히 새끼를 위해서는 목숨까지 내던지는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인 ‘모성 본능’이 동물의 세계에도 존재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생물학자들과 진화 심리학자들의 관찰 결과는 이러한 인간 중심적인 낭만을 단호하게 부정한다. 그들은 동물의 양육 행동을 단순한 본능이나 감정으로 해석하는 대신, 생존과 번식이라는 목적 아래 철저하게 계산된 ‘자원 투자 전략’으로 분석한다.
어미가 자식을 포기하는 행위는 일시적인 실수가 아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어미는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더 많이, 더 성공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냉정한 트레이드오프(Trade-off)를 수행한다. 이 냉혹한 생존율 계산 앞에서, 우리가 숭고하다고 여기던 모성애는 과연 어떤 의미로 전락하게 됐을까? 그 놀라운 실체를 지금 공개한다.

미신으로 전락한 ‘모성 본능’의 허상
‘모성 본능’이라는 개념은 주로 19세기 후반 사회학적 틀에서 정립됐으며, 생물학적 영역에서는 그 실체를 찾기 어렵다.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는 진화생물학에서는 개체가 보이는 모든 양육 행동을 ‘부모 투자(Parental Investment)’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부모 투자는 자식의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부모가 자신의 생존력과 미래 번식 능력에 손해를 감수하고 쏟는 모든 자원(시간, 에너지, 위험 감수)을 의미한다.
로버트 트리버스(Robert Trivers)가 정립한 이 이론의 핵심은 간단하다. 부모가 가진 자원은 유한하며, 이 자원을 어디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가는 오직 ‘자신의 유전자 확산’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결정된다. 즉, 어미가 새끼를 돌보는 이유는 감정적인 애착 때문이 아니라, 투자를 통해 얻는 ‘번식 성공률’이 투자 대비 효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만약 새끼에게 투자하는 것이 어미의 생존 확률을 급격히 떨어뜨리거나, 미래에 더 건강하고 많은 새끼를 낳을 기회를 상실하게 한다면, 어미는 주저 없이 현재의 새끼를 포기한다. 이는 단순히 동물의 세계에 ‘모성 본능’은 없다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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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효율 극대화: 냉철한 ‘트레이드오프’의 원칙
동물들은 끊임없이 생존 환경과 자신의 건강 상태를 평가하며 자원 투자에 대한 계산을 한다. 이 계산은 보통 어미의 나이, 현재 새끼의 수와 건강 상태, 그리고 포식자의 위협 수준 등 다양한 변수를 포함한다. 만약 포식자의 위협이 너무 높아 자신의 생명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어미는 새끼를 보호하려다 함께 죽는 대신 도망쳐 다음 번식을 기약하는 쪽을 선택한다. 투자 대비 회수율이 0%가 되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치류는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한데, 둥지가 파괴되거나 먹이가 부족해지면 어미 쥐는 자신의 새끼를 잡아먹는 ‘영아 식육(Infanticide/Cannibalism)’을 보인다. 이는 어미의 생존을 위한 단백질 보충의 목적도 있지만, 그 새끼들을 통해 더 이상 번식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때, 최소한 그 투자를 자신의 에너지로 회수하여 다음 번식에 재투자하려는 극한의 계산이다. 이처럼 동물의 세계에 ‘모성 본능’은 없다라는 전제 아래, 모든 행동은 효율적인 자원 배분으로 귀결된다.

선택적 영아 살해와 방치: 약한 개체에 대한 가차 없는 포기
포유류나 조류는 종종 한 번에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거나 부화시키는데, 이들 중 가장 약하거나 기형인 개체는 어미로부터 가장 먼저 버려지는 운명에 처한다. 조류학자들은 독수리나 매 같은 맹금류의 둥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인주의(Cainism)’ 현상을 관찰했다. 먼저 태어난 강한 새끼가 나중에 태어난 약한 새끼를 공격하여 죽이거나 둥지 밖으로 밀어내는 현상이다. 이때 어미는 개입하지 않고 방관한다. 이는 어미가 자원을 가장 생존 가능성이 높은 강한 새끼에게 집중시켜 전체적인 번식 성공률을 높이는 ‘선택적 투자’ 전략이 작동한 결과다.
심지어 어미의 건강이 나빠졌을 때도 이러한 냉혹한 선택은 나타난다. 포유류의 경우, 어미가 심각한 질병을 앓거나 영양 상태가 극도로 나빠지면, 젖을 끊거나 아예 새끼를 낯선 곳에 버린다. 이는 자칫 잘못하면 모든 새끼가 죽고 자신마저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당장의 투자를 중단하고 자신의 생존을 확보하여 다음 시즌에 건강한 상태로 번식하는 것이 유전적으로 더 이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동물의 세계에 ‘모성 본능’은 없다라는 주장은 이러한 ‘선택과 포기’의 잔혹한 논리를 통해 완성됐다.
자식에게도 적용되는 이기적인 유전자 이론
동물 행동을 지배하는 근본적인 동력은 리처드 도킨스가 말한 ‘이기적인 유전자’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모든 생명체의 행동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고 확산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따라서 ‘모성 본능’처럼 보이는 헌신적인 행동 역시 유전자의 명령에 따른 자기 복제 성공률 극대화 전략에 불과하다.
어미는 자신의 유전자를 50% 공유하는 새끼에게 투자하지만, 그 투자가 50%의 성공률보다 낮다고 판단되면 투자를 회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예를 들어, 일부 물고기 종의 경우, 알이 곰팡이에 감염되거나 부패하기 시작하면 어미는 주저 없이 그 알들을 먹어치운다. 이는 감염이 다른 알로 퍼지는 것을 막고, 동시에 그 에너지를 다시 자신의 몸으로 흡수하여 건강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동물의 세계는 생존과 번식이라는 원초적인 계산기 위에서 움직이는 냉정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우리가 인간의 감정을 투영해 만들어낸 ‘숭고한 모성애’라는 개념은, 사실은 유한한 자원 속에서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려는 진화의 냉혹한 전략에 대한 오해였던 것이다. 동물의 세계에 ‘모성 본능’은 없다라는 과학적 통찰은, 생명체의 존재 이유가 감정이나 윤리가 아닌 오직 생존 확률 극대화에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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