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고기 기생충 아니사키스 사멸 물리적 냉동법 확인
바닷물고기를 생식하는 식문화에서 인체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대표적인 요인은 아니사키스(Anisakis), 즉 고래회충 유충이다. 현재 기생충학계와 식품 위생 전문가들은 바닷물고기의 근육 속에 숨어 있는 이 유충을 가열하지 않고도 사멸시킬 수 있는 유일하고 확실한 물리적 방법으로 ‘심부 냉동’을 제시한다. 아니사키스는 일반적인 조리 온도인 60도 이상에서 1분 이내에 사멸하지만, 회나 초밥처럼 날것의 식감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냉동 처리만이 유충의 활동성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아니사키스는 주로 고래나 돌고래 등 해양 포유류의 위장 내에서 성체로 기생하며, 배설물을 통해 바다로 배출된 알이 크릴새우 등 갑각류를 거쳐 고등어, 오징어, 명태, 연어 등 우리가 흔히 섭취하는 어류의 체내로 유입된다. 어류가 살아있을 때는 주로 내장에 머물지만, 어류가 죽은 뒤 시간이 지나면 내장을 뚫고 근육으로 파고드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사람이 감염된 어류의 근육 부위를 생식할 경우 유충이 인체의 위벽이나 장벽을 뚫고 들어가 극심한 복통과 구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아니사키스증(Anisakiasis)’이 발생한다.

아니사키스 유충의 생존력과 물리적 한계
아니사키스 유충은 생존력이 매우 강하여 소금에 절이거나 식초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조리 방식으로는 사멸하지 않는다. 현재 유통되는 수산물에서 발견되는 유충은 위액과 비슷한 강산성 환경에서도 수 시간을 견딜 수 있으며, 일반적인 냉장 온도에서는 수일 이상 생존이 가능하다. 기생충학 전문가들은 유충의 내부 세포 조직을 물리적으로 파괴하기 위해서는 극저온 환경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유충 내부의 수분이 얼어붙으면서 발생하는 빙결정이 세포막을 파괴해야만 완전한 사멸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신영태 자연주의의원 원장은 “아니사키스 유충은 기주가 사망한 직후 내장에서 근육으로 이동하는 특성을 가진다”며 “조업 직후 내장을 즉시 제거하지 못한 수산물의 경우 이미 근육 내에 유충이 침투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육안 식별만으로는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물리적 냉동 처리는 유충의 신경계와 세포 구조를 가열 없이도 파괴할 수 있는 현재 유일한 검증된 수단이다”라고 덧붙였다.
국제 표준에 따른 저온 냉동 조건
현재 국제 식품 규격과 유럽연합(EU),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에서는 생식용 어류에 대해 엄격한 냉동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가장 널리 통용되는 기준은 영하 20도 이하의 온도에서 24시간 이상, 또는 영하 35도 이하의 온도에서 15시간 이상 냉동 보관하는 것이다. 이 조건이 충족될 경우 어류의 근육 깊숙이 박힌 유충까지 모두 사멸한다. 다만, 가정용 냉장고의 냉동실은 문을 여닫는 횟수가 잦고 설정 온도가 영하 18도 내외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 상업적 급속 냉동 시설만큼의 확실한 사멸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7일 이상의 장기 보관이 요구되기도 한다.
이광원 민병원 내과 진료원장은 “아니사키스는 위벽을 뚫고 들어가는 침투력이 강해 감염 시 극심한 통증과 알레르기를 유발하며, 일반적인 구충제로는 사멸되지 않아 내시경을 통한 물리적 제거가 유일한 치료법”이라며 “따라서 가열 조리가 어려운 생선회의 경우, 유충의 세포 조직을 근본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심부 냉동 처리는 소비자 안전을 위한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자 필수적인 공정”이라고 강조했다.

가정 내 조리 시 주의사항과 대응
냉동 처리를 거치지 않은 자연산 바닷물고기를 구입했을 경우에는 즉시 내장을 제거하고 깨끗한 물로 세척해야 한다. 유충은 대개 2~3cm 길이의 실 모양으로 육안 확인이 가능하므로, 밝은 조명 아래에서 근육 표면을 면밀히 관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근육 깊숙이 박힌 미세한 유충은 놓치기 쉽다. 만약 생선을 섭취한 후 수 시간 내에 명치 부위의 심한 통증이 발생한다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내시경을 통해 유충을 직접 제거해야 한다. 구충제는 장내 기생충에는 효과가 있으나, 위벽에 박힌 아니사키스 유충을 사멸시키지는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김혜경 영양사는 “가정용 냉장고는 외부 기온 변화와 사용 습관에 따라 내부 온도가 불균일하게 형성될 수 있다”며 “생식용 수산물은 가급적 HACCP 인증을 받은 시설에서 급속 냉동 과정을 거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제언했다. 현재 수산물 가공 업계에서는 유충 사멸을 위한 초저온 급속 냉동 기술을 도입하여 유통 과정에서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다. 냉동 후 해동된 생선은 식감이 다소 변할 수 있으나, 위생적 측면에서는 가열 조리에 준하는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물리적 방안이다.
바닷물고기를 가열하지 않고 섭취할 때 발생하는 기생충 위험은 저온 냉동이라는 물리적 공정을 통해 통제 가능하다. 소비자들은 수산물 선택 시 냉동 이력을 확인하거나, 직접 조리 시에는 충분한 냉동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감염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수산물 위생 관리 체계는 현재 냉동 기술의 고도화를 통해 기생충 사고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지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