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05달러 돌파, 글로벌 비축유 방출 공조
2026년 들어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심화되면서 국제유가가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의 최고치 수준으로 급등했다. 2026년 3월 23일 기준, 두바이유를 비롯한 3대 유종의 가격이 일제히 상승한 가운데, 특히 두바이유는 배럴당 105달러 선을 돌파하며 아시아 수입국들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제 제품인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상승폭은 원유 상승폭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수입 비중이 높은 중동산 원유의 할증료(OSP)가 상승한 상황에서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까지 동반 상승하며 국내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00원대 중반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에너지 가격의 급격한 변동은 글로벌 공급망에 직접적인 충격을 가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는 수급 안정을 위한 비상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중동 사태에 따른 공급망 불안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재정 부담과 수급 불균형 문제를 동시에 야기하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세와 유종별 가격 동향 분석
최근 국제유가는 중동 지역의 공급 충격으로 인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 수입 비중이 높은 두바이유의 상승폭이 서부텍사스산원유(WTI)나 브렌트유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원유 가격 상승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의 급등이다. 정제 마진 확대와 수급 불안이 겹치면서 최종 소비자가 부담하는 연료 가격은 원유 가격 상승분보다 더 큰 폭으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공급망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며 ‘두바이유를 중심으로 한 가격 상승세가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2026년은 글로벌 정제 설비의 노후화와 신규 증설 지연이 겹치며 원유 가격보다 제품 가격이 먼저 튀어 오르는 ‘역샌드위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가격 구조는 에너지 다소비 산업 비중이 높은 국가들에게 즉각적인 생산 원가 상승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 중심의 글로벌 공조 체계 가동
글로벌 차원에서는 국제에너지기구(IEA)를 중심으로 한 비상 대응 체계가 가동됐다. 현재 활용되고 있는 핵심적인 글로벌 비상수단은 IEA 회원국들의 비축유 방출이다. IEA는 지난주 긴급 이사회를 통해 회원국들이 보유한 전략비축유(SPR) 중 총 6,000만 배럴을 향후 30일간 시장에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시장에 즉각적인 공급량을 늘려 가격 급등을 억제하려는 조치다.
비축유 방출 외에 주요국들은 외교적 공조를 통해 에너지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으며, 각국 간 정책 조율을 약속하는 수준의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비축유 방출은 한시적인 조치에 불과하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그 실효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주요국들은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와 외교적 해결 방안을 동시에 모색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공급 확대까지는 시차가 존재한다.

아시아 주요국의 5대 개별 대응 조치 현황
아시아 국가들은 자국의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해 다섯 가지 주요 경로로 대응하고 있다. 첫째는 보조금 활용 및 세금 인하다. 유류세 인하와 직접적인 가격 보조금 지급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려는 시도다. 한국 정부 역시 2026년 상반기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치로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둘째는 수요 억제 정책이다. 에너지 절약 캠페인이나 가격 기제를 통한 소비 감소를 유도하고 있다.
셋째는 공급 확보 및 수입선 다변화다.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주나 아프리카 등 대체 공급원을 발굴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유류세 인하와 보조금 지급은 단기적인 충격 완화책’이라며 ‘재정 건전성을 고려한 단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넷째는 공급 우선순위 조정 및 통제다. 발전용이나 대중교통 등 필수 분야에 연료를 우선 배정하는 방식이며, 이미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산업용 연료 배급제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가장 강력한 조치인 수출 중단이다. 자국 내 수급 안정을 위해 석유제품의 해외 반출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국가들이 나타나고 있다.
재정 부담 가중과 국가 간 대응 역량 격차
여러 국가가 재정 투입을 통한 대응을 펼치고 있으나, 이는 국가 재정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중동 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재고가 부족한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공급 조절과 수출 중단 등 고강도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실제 물류업에 종사하는 김철수(54세) 씨는 “경유 가격이 리터당 1,700원을 넘어서면서 운행을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정부의 유가연동보조금 확대가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조치는 국제 시장의 유동성을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자급률이 낮은 국가일수록 수출 중단과 같은 극단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가 간 대응 역량 차이가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 여력이 충분한 국가들은 세금 인하로 대응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국가들은 행정적 통제에 의존하면서 국가 간 에너지 복지 및 경제적 타격의 격차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장기화시 현 임시 방편적 조치들 강화 가능성 높아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현재 시행 중인 임시 방편적 조치들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구조적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며, 국가 간 대응 격차를 더욱 벌리는 요인이 된다. 특히 수출 중단과 같은 보호무역주의적 에너지 정책이 확산될 경우 글로벌 석유제품 수급망은 더욱 경직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에너지 가격 급등은 단순히 경제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단기적 세금 감면을 넘어 원유 도입선 다변화 인센티브와 에너지 저장 시설(ESS) 확충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각국은 현재의 재정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를 위한 비축 시설 확충과 수입선 다변화 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이 상시화됨에 따라 개별 국가의 대응력을 넘어서는 국제적 공조의 실효성 확보가 향후 수급 안정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