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부담상한액 사후환급금 구상권 발생 요건, 대법원 공단의 실제 지급이 이루어진 때
📢 기사 핵심 3줄 요약
1.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본인부담상한액 사후환급금에 대한 구상권을 취득하는 시점을 실제 지급 시점으로 확정했다.
2. 보험사가 공단의 환급금 지급 전 피해자에게 치료비를 배상했다면 공단은 보험사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
3. 이번 판결은 이중변제 위험 방지와 피해자의 신속한 치료비 보전을 우선시한 결과로 풀이된다.
국민건강보험법상 본인부담상한제는 가입자가 부담하는 연간 본인부담금 총액이 일정 금액을 초과할 경우 그 초과액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 부담하는 제도다. 이 중 사후환급금은 가입자가 요양기관에 치료비를 먼저 지불한 뒤 사후에 공단으로부터 정산받아 돌려받는 금액을 의미한다.
지난 8월 12일 대법원 제2부(재판장 엄상필 대법관)는 공단이 손해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2025다212067)에서 상고를 기각하며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사후환급금의 법적 성격이 요양급여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구상권 취득 시점은 일반적인 공단부담금과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2019년 고속도로 사고에서 시작된 공단과 보험사의 법적 공방
사건은 2019년 10월 28일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소급된다. A씨(소외 1)는 2차량을 운전하던 중 진로를 변경하던 1차량을 피하려다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추락했다. 이 사고로 2차량에 동승했던 배우자 B씨(소외 2)가 부상을 입었다. B씨는 2019년 10월 28일부터 2020년 10월 13일까지 치료를 받았으며 총 진료비 3,272만 9,780원 중 공단부담금은 2,564만 550원이었다.
피고인 손해보험사는 A씨의 차량에 대한 보험자로서 2019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B씨에게 치료비 1,118만 2,480원을 지급했다. 이후 공단은 2021년 5월 21일 B씨에게 본인부담상한액 초과분인 539만 7,310원을 사후환급금으로 지급했다. 공단은 1차량 측 공제조합으로부터 일부 금액을 회수한 뒤 나머지 금액에 대해 A씨의 보험사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했으나 원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이 제시한 사후환급금 구상권 취득의 네 가지 법리적 근거
대법원은 공단이 사후환급금에 대한 구상권을 취득하는 시점을 요양급여 시점이 아닌 실제 환급금 지급 시점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첫째, 공단이 사후환급금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입자로부터 이전받는 시점에 관해 명문의 법률 규정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둘째, 사후환급금은 가입자가 치료비를 먼저 부담하고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 정산받는 특수성이 있어 일반적인 공단부담금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고 봤다.
셋째, 공단이 요양급여 시점에 구상권을 즉시 취득한다고 보면 가입자가 현실적으로 부담한 의료비를 보전받지 못한 상태에서 제3자에 대한 권리를 상실하게 되어 본인부담금 상한제의 취지에 반하게 된다. 넷째, 제3자인 보험사 입장에서도 공단이 환급금을 확정하기 전까지는 그 액수를 알기 어려워 이중변제의 위험을 부담하게 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전문가들이 분석한 이번 판결의 실무적 영향과 법적 안정성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건강보험 구상 실무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평가한다. 김진환 법무법인 지금 변호사는 ‘본인부담상한액 사후환급금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공단의 구상권 취득 시점을 지급 시로 제한한 것은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타당하다’며, ‘가해자 측 보험사가 이중 변제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청희 법무법인 CNE 대표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1항의 구상권 행사 요건을 구체화했다’며, ‘사후환급금이 요양급여의 성격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구상권 취득 시기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해석은 향후 유사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보험사의 방어권을 강화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헬스케어 시스템과 한국 건강보험 구상권의 법적 정합성
외신에서도 한국의 건강보험 시스템과 법적 분쟁 해결 방식에 주목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의 본인부담상한제가 가계의 의료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모델이라고 보도하면서도, 복잡한 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적 불확실성을 과제로 꼽았다. 블룸버그 통신 역시 한국 대법원의 판결들이 국가 보험 기관과 민간 보험사 간의 책임 범위를 정립하는 과정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국제적 시각 속에서 한국 법원이 공적 보험의 수혜자인 국민의 권리 보호와 민간 영역의 예측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특히 사후환급금 지급 전 보험사의 배상이 이루어진 경우 공단의 구상권을 배척함으로써 법률관계의 조기 확정을 도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고 기각에 따른 소송비용 부담 및 판결의 최종 확정
대법원은 원심의 결론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공단의 상고를 최종 기각했다. 원심인 수원지방법원은 피고가 B씨에게 본인부담 치료비를 이미 지급함으로써 해당 금액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보았다. 대법원 역시 공단이 사후환급금을 지급하기 전 이미 권리가 소멸했으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상고비용은 패소한 원고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게 됐다. 이번 판결로 본인부담상한액 사후환급금과 관련된 구상권 취득 시기에 관한 법적 논쟁은 일단락됐으며 공단의 구상 업무 지침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