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시는 물속에 포함된 수소 원자, 태양계 탄생 이전의 성간 물질에서 유래
지구 표면의 약 70%를 덮고 있는 물은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한 개가 결합한 단순한 구조의 화합물이다. 하지만 이 분자를 구성하는 원소들의 기원을 추적하면 지구의 형성 시기보다 훨씬 앞선 우주 초기 단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구상의 물은 지구가 탄생할 당시 자체적으로 생성된 것이 아니라, 외부 우주 공간에서 유입된 성분들이 축적돼 형성된 것이다. 물 분자는 지난 40억 년 동안 지구의 기권, 수권, 암석권, 그리고 생물권을 끊임없이 순환하며 그 물리적 성질을 유지해 왔다.

우주 성간 구름에서 시작된 원소의 결합 과정
물 분자의 핵심 구성 요소인 수소는 약 138억 년 전 빅뱅 직후에 생성된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원소다. 반면 산소는 별의 내부에서 핵융합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후 초신성 폭발을 통해 우주 공간으로 확산됐다. 이 두 원소는 차가운 성간 먼지 구름 속에서 결합하여 얼음 알갱이 형태의 물 분자를 형성했다.
태양계가 형성되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이 얼음들은 원시 태양계 원반의 외곽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게 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지구 해양에 존재하는 물의 약 30%에서 50%는 태양계가 탄생하기 전부터 이미 존재했던 성간 얼음에서 기원한 것으로 분석됐다.
소행성과 혜성을 통한 지구 해양의 형성 기전
초기 지구는 형성 과정에서 발생한 고온의 열로 인해 표면에 물이 존재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과학계는 지구가 냉각된 후인 약 41억 년 전부터 38억 년 전 사이의 ‘후기 대폭격기’ 동안 외부 천체들이 지구와 충돌하며 물을 전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탄소질 콘드라이트라고 불리는 소행성들이 주요 공급원으로 지목된다.
이는 지구 바닷물의 중수소 비율이 혜성보다는 소행성의 중수소 비율과 더 유사하다는 측정 데이터에 근거한다. 소행성에 포함돼 있던 수산화 광물들이 지구와의 충돌 및 화산 활동을 거치며 수증기 형태로 방출됐고, 이것이 비가 되어 내리면서 원시 바다를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지각 하부 링우다이트에 저장된 거대 수권의 존재
지구의 물은 표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지표면 아래 약 410km에서 660km 사이의 상부 맨틀과 하부 맨틀 경계면에는 ‘링우다이트’라는 광물이 존재한다. 2014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링우다이트는 자신의 무게 대비 약 1.5%의 물을 함유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전이대 영역에 저장된 물의 양은 지구 전체 바닷물을 합친 것보다 3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구가 탄생 초기부터 내부 깊숙한 곳에 막대한 양의 수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판 구조 운동을 통해 지표면과 맨틀 사이에서 물이 지속적으로 교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40억 년간 반복된 물 분자의 영구적 순환 체계
지구상의 물은 질량 보존의 법칙에 따라 그 총량이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 태양 에너지에 의해 증발한 바닷물은 구름이 되어 육지에 비를 내리고, 강물은 다시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물 분자는 동물의 체내로 섭취됐다가 배설이나 호흡을 통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한다.
이론적으로 현재 인간이 마시는 물 한 컵 속에는 수억 년 전 공룡의 체내를 통과했거나 고대 식물의 광합성에 이용됐던 분자가 포함돼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물 분자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된 구조를 가지고 있어 극한의 환경 변화 속에서도 파괴되지 않고 형태만을 바꾸며 순환을 지속한다.
지구 수자원의 폐쇄적 시스템과 질량 보존의 원리
지구는 우주 공간과 물질을 거의 교환하지 않는 폐쇄적인 시스템에 가깝다. 대기권 상층부에서 극소량의 수소가 우주로 탈출하거나 혜성의 유입으로 미량의 물이 추가되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수자원의 총량은 지질학적 시간 규모에서 거의 변하지 않는다.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약 13억 8,600만 입방킬로미터의 물은 40억 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한 분자들의 집합체다. 이러한 불변성은 지구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는 근간이 되며, 물 분자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연구는 지구의 과거 기후 변화를 이해하고 미래의 수자원 분포를 예측하는 핵심적인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