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면 당연히 받던 향후치료비 지급 체계의 전면 개편과 경상환자 보상 합리화
금융감독원은 9월 10일 이후 발생하는 자동차 사고부터 경상환자가 8주를 초과하여 치료를 받고자 할 경우,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 내 전문의료인의 치료 필요성 검토 절차를 거치도록 표준약관을 개정했다. 이번 개정은 일부 환자의 과도한 진료로 인한 보험금 누수를 막고, 선량한 가입자들의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기 위함이다.
특히 사고 발생 시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지급되어 온 향후치료비(합의 후 장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치료비) 보상이 경상환자(상해 12~14급, 단순 타박상이나 염좌 등)에게는 원칙적으로 중단되며, 실제 발생한 치료비 위주로 보상이 이루어지는 구조로 전환된다.

8주 넘는 치료에는 왜 전문의의 심사가 필요하게 되었을까?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에 따라 경상환자의 장기 치료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 경상환자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에 따른 상해 구분 중 12~14급에 해당하는 이들을 말하며, 주로 척추 염좌(허리 삔 증상)나 단순 타박상(멍들거나 부은 상태)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이전까지는 진단서만 제출하면 기간에 제한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8주를 초과하는 치료가 필요할 경우 반드시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자배원)의 전문 심사를 거쳐야 한다. 심사 결과 치료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8주 이후의 치료비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지불 보증을 중단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자동차보험의 적자가 누적되면서 대다수 가입자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자배원 내 전문의료인은 환자가 제출한 진단서와 진료기록부, 그리고 필요 시 영상CD(X-ray, CT, MRI 등)를 면밀히 분석하여 해당 환자가 진정으로 장기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지 판정한다. 심사 신청은 사고일로부터 7주 이내에 보험사에 관련 서류를 제출함으로써 이루어지며, 자배원은 요청일로부터 7일 이내에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한편, 의료계, 특히 한의계와 일부 정형외과 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의 상태는 수치화된 영상 자료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주관적 통증이 핵심”이라며, “제3의 기관이 서류만으로 진료 적정성을 평가하는 것은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고, 자칫 조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방치해 만성 질환으로 악화시킬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향후치료비 지급이 제한되면 실제 환자가 받는 보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이른바 ‘향후치료비(합의 후 나중에 들 치료비)’ 지급 관행의 합리화다. 향후치료비는 사고 합의 시점에서 치료가 종결되지 않았음을 가정하고 장래에 들어갈 병원비를 미리 당겨 받는 보상금 형태를 띤다. 하지만 그간 경상환자들에게 명확한 의학적 근거 없이 합의를 서두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개정된 약관에 따르면 향후치료비는 골절이나 장기 손상 등 상해 등급 1~11급에 해당하는 중상환자에게만 장래 치료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될 때 지급된다. 반면 경상환자는 실제 발생한 치료비를 보장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장래 치료비 명목의 보상은 원칙적으로 배제된다.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가 정말 필요하다면 심사를 통해 충분한 치료 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으므로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 다만 ‘일단 눕고 보자’는 식의 나이롱환자(허위 및 과다 입원 환자)들의 보상금 챙기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감사원 역시 과거 감사를 통해 불명확한 향후치료비 지급 실태를 지적하며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에 기준 마련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향후치료비 배제’가 환자의 합리적인 치료 선택권을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즉, “교통사고 후유증은 사고 직후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향후치료비 지급을 원천 봉쇄하면 경제적 여유가 없는 서민 환자들은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서둘러 합의하게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보험사의 배만 불리고 환자의 고통은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보상 절차 변경에 따른 소비자의 이의제기 권리는 어떻게 보장될까?
제도 변화로 인해 자칫 정당하게 치료받아야 할 환자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이의제기 절차도 마련되었다. 만약 자배원의 심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 환자가 있다면, 결과를 통지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국토교통부 산하 ‘공제분쟁조정분과위원회’에 심의 및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이 위원회는 1차 검토 결과와 제출된 자료를 기초로 14일 이내에 최종 심의 결과를 환자와 보험사에 통보하게 된다. 또한, 심사 기간이 길어져 8주를 초과하게 될 경우, 검토가 완료될 때까지의 치료비는 보험사가 우선 부담(지불 보증)하여 환자의 치료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설계했다. 심사 수수료 등 검토에 소요되는 비용 역시 전액 보험사가 부담하며 환자는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은 소비자들이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지 못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안내 프로세스를 정비했다. 자동차보험 신규 가입이나 갱신 시에는 물론, 사고 접수 즉시 카카오 알림톡 등을 통해 장기 치료 심사 절차와 향후치료비 지급 기준을 상세히 안내한다. 사고 처리 중에도 3~4주차와 6~7주차에 걸쳐 추가 안내를 실시하여 검토 신청을 누락하지 않도록 돕는다. 단, 임산부와 영유아 환자의 경우에는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여 이번 장기 치료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어 기존처럼 계속해서 치료를 보장받을 수 있다. 개정된 장기 치료 심사 절차는 9월 10일 이후 발생하는 사고부터 즉시 적용되며, 향후치료비 지급 기준은 해당 시점 이후 체결된 보험 계약의 보장 기간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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