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수술 요양급여기준 확대, 환자 생명권 보호가 우선이다
국내 당뇨병 환자 수가 급증하며 사회적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당뇨병 팩트 시트 2022’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이 중 약물 치료나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 혈당 조절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비만대사수술, 즉 당뇨수술은 최후의 보루이자 새로운 희망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현행 건강보험 체계가 설정한 높은 문턱은 여전히 많은 환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당뇨수술 요양급여기준 확대 논의가 단순히 의료비 지원 차원을 넘어 국민 건강권 보장이라는 본질적 가치에서 재조명돼야 하는 이유다.

현행 급여 기준의 한계와 환자들의 고통
정부는 2019년 1월 1일부터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8-281호를 통해 비만대사수술의 건강보험 급여화를 시행했다. 현재 급여 대상은 체질량지수(BMI) 35kg/㎡ 이상이거나, 30kg/㎡ 이상이면서 고혈압, 수면무호흡증 등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로 제한된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BMI 27.5kg/㎡ 이상 30kg/㎡ 미만 구간에서 기존 치료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을 때 선별급여 형태로 수술이 가능하다. 문제는 BMI 수치라는 단일 잣대가 환자의 개별적인 건강 상태와 합병증의 심각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거나 신장 기능이 파괴되는 위기 속에서도 BMI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수술 기회를 박탈당하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의학적 근거와 전문가들의 일관된 목소리
비만대사수술의 효과는 이미 수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2021년 9월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국내 비만대사수술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수술 후 당뇨병 관해율은 60% 이상에 달하며 합병증 발생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11월 14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안수민 회장은 ‘당뇨 수술은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목적을 넘어 췌장 기능을 회복시키고 합병증 진행을 막는 치료적 접근이 핵심이다’라고 강조했다. 안 회장은 또한 ‘현행 급여 기준은 서구화된 기준을 따르고 있어 한국인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낮은 BMI에서도 당뇨병 등 대사 질환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의학적 사실을 고려할 때, 당뇨수술 요양급여기준 확대는 과학적 타당성을 갖춘 요구다.

경제적 실익과 장기적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일각에서는 급여 범위 확대가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줄 것이라 우려한다. 하지만 이는 단견이다. 당뇨병 합병증으로 인한 만성 신부전증 환자의 혈액 투석 비용이나 안과 질환 치료비, 심혈관 질환 수술비 등 장기적으로 투입되는 의료비는 수술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하다. 202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당뇨병 진료비는 연간 3조 원을 넘어섰다. 초기에 수술을 통해 당뇨병을 완치하거나 조절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당뇨수술 요양급여기준 확대는 당장의 지출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인식돼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전향적인 제도 개선 촉구
보건복지부는 이제 결단해야 한다. 의학적 필요성이 명확하고 환자들의 요구가 절실한 상황에서 과거의 기준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 BMI 수치에만 의존하는 경직된 기준에서 벗어나 합병증의 정도와 췌장 잔존 기능 등 다각적인 지표를 반영한 유연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당뇨수술 요양급여기준 확대는 단순히 수술비를 깎아주는 문제가 아니라,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에게 다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국가의 책무다. 복지부는 조속히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하고 실질적인 급여 범위 확대 방안을 검토하여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어야 한다. 환자의 생명이 수치 하나에 결정되는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잡는 것이 진정한 복지 행정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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