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가 원한 1인실이 병원엔 거액 환수금, 분만 의료 현실 외면한 획일적 병상 기준 적용 논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4일 열린 정례브리핑을 통해, 분만 산부인과 의원이 산모들의 실제 수요를 반영해 1~2인실 위주로 병상을 운영했다는 이유로 거액의 환수 처분을 받은 사례를 언급하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의협은 “이는 과거에 설정된 다인실 비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형식적인 이유에 근거한 것이며, 분만 의료 현장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행정 처분”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산모의 사생활 보호와 감염 관리라는 의료적 필요성보다 수치상의 기준 준수를 우선시한 이번 조치가 필수의료 현장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협, “분만 현장 특수성 무시한 병상 기준은 환자 인권 침해”
의협은 분만 의료가 일반적인 내과나 외과의 입원 진료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출산을 앞두거나 갓 마친 산모들은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이러한 시기에 다인실을 이용하며 타인의 시선이나 소음에 노출되는 것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의협 측은 “실제 현장에서는 사생활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산모들의 강력한 요구로 1인실 선호 현상이 뚜렷하며, 이는 단순한 편의를 넘어 환자의 인권과 직결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의협은 환자의 요구에 부응한 병실 운영 결과가 거액의 과징금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구조적 모순을 즉각 시정할 것을 촉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산부인과 개원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산모들이 출산 전후 겪는 심리적 불안감과 신체적 변화를 고려할 때 개인적인 공간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의 일환”이라 강조하며, “분만 직후의 산모는 감염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모유 수유와 신생아 케어를 위해 독립된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러한 수요를 무시한 채 과거의 병상 기준만을 강요하는 행정은 환자의 안전과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행정, 의료계 신뢰 무너뜨려”
의협은 보건복지부의 행정 처리 과정에 나타난 일관성 부재도 정면으로 겨냥했다. 환수 처분의 근거가 된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수용해 이후 분만전문병원의 기준을 변경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 개정 전의 사례에 대해 소급하여 처벌하는 것은 행정의 신뢰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것이다. 의협은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적응하려 노력하는 의료기관을 사후적인 제재 대상으로 삼는 것은 현장의 불안감을 확산시킬 뿐”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최근 복지부가 추진하려다 철회한 입원실 내 남녀 구별 기준 완화 방안을 예로 들며, 정부의 획일적 기준 적용이 초래하는 혼란을 비판했다. 의협은 환자의 인권과 의료 현장의 우려를 반영하지 못한 탁상행정이 결국 반발에 부딪혔던 것처럼, 분만 병상 기준 역시 형식적인 비율 준수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산모들의 실제 이용 행태와 요구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출산 위기 속 분만 인프라 보호 위한 실질적 대책 절실”
의협은 대한민국이 직면한 저출산 위기 속에서 분만 의료 인프라의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분만 건수 급감으로 많은 산부인과 의원이 폐업하는 극한 상황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로 과도한 금전적 책임을 묻는 것은 분만 인프라 붕괴를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필수의료인 분만 진료 유지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시점에 오히려 징벌적인 행정 처분이 내려진 것에 대해 의료계는 개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협은 정부가 제도적 유연성을 발휘해 분만 현장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규제 중심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임산부들이 분만 병원을 찾아 떠도는 상황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은 정부에 제도의 형식적 기준 준수 여부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의료 현장의 실태를 반영한 합리적인 개선안을 도출할 것을 요구했다. 의협은 “환자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노력이 처벌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불합리한 기준에 의한 환수 처분을 전면 재검토하고 지속 가능한 분만 의료 환경 조성을 위해 보건당국과 의료계가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놓치면 후회하는 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