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이드 연고 남용 부신 위기 초래와 치명적인 쇼크 발생 기전
피부 가려움증이나 염증을 완화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연고가 예기치 못한 전신 쇼크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전문의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피부 질환 치료의 필수 요소인 스테로이드제가 적절한 처방 없이 장기간 남용될 경우, 인체의 호르몬 조절 축이 무너져 생명을 위협하는 ‘부신 위기(Adrenal Crisis)’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신은 신장 위에 위치한 작은 기관으로, 우리 몸의 스트레스 대응과 대사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코르티솔 호르몬을 분비한다. 외부에서 강력한 스테로이드 성분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 우리 몸은 스스로 호르몬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여 부신 기능을 중단시킨다. 이 상태에서 갑자기 연고 사용을 중단하거나 신체적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호르몬 결핍으로 인해 전신 쇼크가 발생하는 구조다. 단순한 피부 관리의 실수가 치명적인 내분비계 질환으로 이어지는 실제 사례가 현재 임상 현장에서 꾸준히 보고되고 있어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무분별한 사용이 불러온 호르몬 조절 기능의 붕괴
스테로이드 연고는 ‘피부과의 만능약’으로 불릴 만큼 강력한 항염증 효과를 자랑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체의 정교한 호르몬 피드백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위험성이 숨어 있다. 정상적인 신체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HPA 축’을 통해 코르티솔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그러나 고농도의 스테로이드 연고를 넓은 부위에 장기간 바르면 성분이 혈류로 흡수되어 뇌는 이미 몸속에 코르티솔이 충분하다고 착각한다.
결과적으로 뇌는 부신에 호르몬 생산 중단 신호를 보내고,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신은 퇴화하여 스스로 호르몬을 만들 수 없는 상태인 ‘이차성 부신기능저하증’에 이르게 된다. 특히 전문의 처방 없이 임의로 강도가 높은 연고를 사용하거나, 화장품처럼 매일 전신에 바르는 습관은 부신 기능을 가장 빠르게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병원을 찾는 환자 중에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단순한 ‘보습제’나 ‘미백 크림’으로 오인하여 수개월간 사용하다가 무기력증과 식욕 부진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 민병원 김경래 내과 대표원장(내분비대사내과 전문의)은 “외부에서 들어온 스테로이드에 의해 부신 기능이 억제된 상태에서 갑자기 약을 끊으면 우리 몸은 극심한 코르티솔 결핍 상태에 직면한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이어 “이러한 상태에서 감기나 장염 같은 사소한 감염증이나 수술, 외상 등의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신체가 대응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쇼크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많은 환자가 피부 상태가 좋아졌다는 판단하에 자의적으로 연고 사용을 중지했다가 며칠 뒤 심한 구토와 저혈압으로 응급실을 찾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는 체내에 비축된 호르몬이 없는 상태에서 신체가 요구하는 호르몬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부신 기능 저하가 전신 쇼크로 이어지는 치명적 경로
‘부신 위기’는 내분비계의 가장 급박한 응급 상황 중 하나로 분류된다. 코르티솔은 혈압을 유지하고 포도당 대사를 조절하며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생존 필수 호르몬이다. 스테로이드 남용으로 부신이 기능을 멈춘 상태에서 신체적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며 전신 쇼크가 발생한다. 초기 증상으로는 심한 복통, 구역질, 발열, 전신 쇠약감 등이 나타나며, 이를 단순한 식중독이나 몸살로 오인하여 방치할 경우 의식 소실과 심정지에 이를 수도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부신 위기 환자의 치명률은 적절한 처치 없이는 매우 높은 편이며, 응급실 도착 즉시 고용량의 스테로이드 주사를 투여하지 않으면 생명을 구하기 어렵다. 현재 임상 보고에 따르면 피부 연고뿐만 아니라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된 ‘뼈 주사’나 경구 약제의 오남용도 동일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2021.05.12.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관리과에서 배포한 “스테로이드제, 전문의 지시에 따라 안전하게 사용하세요!” 보도자료에 따르면 스테로이드 제제는 반드시 정해진 용량과 용법을 지켜야 하며, 장기 사용 후 중단할 때는 전문의의 지도하에 서서히 용량을 줄이는 ‘테이퍼링(Tapering)’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자료를 통해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스테로이드 함유 화장품이나 출처 불명의 연고를 사용하는 것은 부신 기능을 영구적으로 손상시킬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갑작스러운 중단은 부신피질기능저하증과 같은 심각한 이탈 현상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투약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정부는 현재 스테로이드 연고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의약품 분류 체계를 엄격히 관리하고 있으나, 여전히 온라인을 통해 불법 유통되는 제품들이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제주 자연주의의원 신영태 원장은 피부염 치료를 위해 연고를 사용할 때 반드시 성분표를 확인하고, 장기간 사용 시에는 주기적인 혈액 검사를 통해 부신 기능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남용 방지를 위한 체계적인 약물 관리와 사회적 인식 개선
환자 개인의 주의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의료진과의 긴밀한 소통이다. 평소 스테로이드 연고를 자주 사용하던 환자가 다른 질환으로 수술을 받거나 중증 질환에 걸렸을 때는 반드시 자신의 스테로이드 사용 이력을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이는 의료진이 환자의 부신 기능을 예측하고 필요한 경우 선제적으로 스테로이드를 보충하여 부신 위기를 예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현재 피부과와 내분비대사내과 협진 시스템에서는 이러한 약물 유발성 부신기능저하증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프로토콜을 강화하고 있다. 환자들 사이에서도 ‘스테로이드는 무조건 나쁘다’는 공포심보다는 ‘정확한 용법이 생명이다’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스테로이드는 잘 쓰면 명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약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가 현재 의료 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교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장기간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하다 부신 기능 저하 판정을 받은 박정수(가명, 54세) 씨는 “처음에는 피부가 금방 매끈해져서 좋은 약인 줄만 알고 얼굴과 몸에 매일 발랐다”며 “약을 끊고 나서 갑자기 기운이 하나도 없고 식은땀이 나며 쓰러졌을 때 그게 연고 때문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밝혔다. 박 씨는 다행히 응급실에서 빠른 조치를 받아 고비를 넘겼으나, 현재 부신 기능이 회복될 때까지 소량의 호르몬제를 복용하며 장기적인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환자들의 생생한 경험담은 스테로이드 연고가 단순한 외용제가 아님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힘내라내과의원 이혁 원장은 “연고 사용 중 이유 없는 피로감, 체중 감소, 저혈압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내분비대사내과를 찾아 호르몬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종합하면 스테로이드 연고 남용에 의한 부신 위기는 충분히 예방 가능한 인재에 가깝다. 약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과 전문의의 엄격한 처방, 그리고 환자의 순응도가 삼박자를 이룰 때 피부 건강과 전신 건강을 동시에 지킬 수 있다. 현재 의료계는 스테로이드 오남용의 위험성을 알리는 대국민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약국과 병원에서도 복약 지도를 더욱 철저히 이행하고 있다. 피부 질환의 빠른 치유만을 쫓다가 더 큰 건강을 잃지 않도록 스테로이드제 사용에 대한 사회 전반의 경각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신 기능의 회복은 사용 기간과 양에 따라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처음부터 올바른 사용 습관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