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비타민D 부족 상태, 아동기 다중 감작 및 면역 항상성 좌우하는 핵심 변수 확인
임신 기간과 출생 초기 산모와 아이의 비타민D 상태가 아동기 면역 건강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출생 시 비타민D가 부족할 경우 아동기에 이르러 여러 알레르기 항원에 동시에 과민 반응하는 ‘다중 감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임신기 영양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2026년 4월 5일, 출생 시 비타민D 농도가 충분하지 않으면 아동기 성장 발달에 필수적인 비타민D 대사 기능과 면역 조절 능력이 크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소아 알레르기 질환의 발생 기전을 다중오믹스(Multi-omics) 기술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소아 알레르기 3가지 유형… ‘다중 감작형’ 가장 위험
국립보건연구원이 지원하는 호흡기알레르기질환 출생코호트(COCOA) 연구팀은 출생부터 아동기까지 총 322명의 아동을 장기 추적 조사했다. 연구팀이 군집 기반 다중 궤적 모형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 소아기 알레르기 반응은 크게 집먼지진드기형, 꽃가루형, 그리고 여러 항원에 동시에 반응하는 다중 감작형의 세 가지 패턴으로 분류됐다.
이 중 다중 감작 아동은 일반 아동에 비해 알레르기 비염, 천식, 아토피 피부염 등 동반 질환을 겪을 확률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연구팀은 다중오믹스 통합 분석을 통해 이러한 다중 감작 아동의 혈액에서 알레르기 관련 면역 반응 물질과 산화 스트레스 관련 단백질이 급증해 있는 사실을 포착했다.
비활성 비타민D 증가와 면역 불균형의 상관관계
이번 연구의 핵심은 체내 비타민D의 ‘활성 상태’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분석 결과 다중 감작 아동의 혈액에서는 비활성형 비타민D 대사물질이 유의하게 증가해 있었다. 비활성형 비타민D는 체내에서 즉각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로, 이것이 높다는 것은 비타민D가 면역 조절에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다중 감작 아동군에서는 총 IgE 수준과 호산구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KEAP1-NFE2L2 산화 스트레스 경로 관련 단백질 발현이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 분석에서 특정 비활성 대사체인 1α,11α,25(OH)3D3는 6세 시점의 IgE 농도 및 7세 시점의 염증 지표인 IL-17A와 정비례하는 양의 연관성을 보였다.

제대혈 비타민D 수치가 아동기 대사 결정
출생 당시의 영양 상태는 수년 뒤 아동기까지 영향을 미쳤다. 연구진은 제대혈(탯줄 혈액) 내 비타민D 농도가 낮을수록 아동기에 비활성 비타민D 대사물질이 크게 증가한다는 ‘음의 연관성’을 증명했다. 이는 태아기에 형성된 비타민D 환경이 출생 후 아동기까지 이어지는 면역 항상성 유지의 기초가 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알레르기 및 면역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Allergy’ (Impact Factor: 12.0) 2026년 1월호에 온라인 게재되어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연구를 주도한 국립중앙의료원 홍수종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중 감작 아동에게서 면역 염증 반응과 비타민D 대사 이상이 병행된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며 “출생 시 비타민D 상태가 아동기 면역 건강의 ‘조기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오혜영 연구교수 역시 “다중오믹스 분석을 통해 단순한 수치를 넘어 생물학적 기전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알레르기 질환 예방을 위한 정밀 의료의 기초 자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모의 영양 관리, 주 2회 햇빛 노출 필수
전문가들은 아이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임신 단계부터 체계적인 비타민D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립보건연구원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 김원호 부장은 “성장기 아동의 면역체계는 임신 단계부터 형성되는 만큼 산모의 적정 비타민D 농도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장은 구체적인 관리 방안으로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기준에 따라 주 2회 이상, 하루 5~30분가량의 적절한 햇빛 노출과 함께 비타민D 보충제 섭취를 통한 균형 잡힌 영양 관리를 권고했다. 임신 중 적절한 영양 관리가 향후 자녀의 다중 알레르기 발생 위험을 낮추는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라는 제언이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아이의 면역 건강은 증상이 나타난 후가 아니라 임신기와 영유아기부터 미리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를 계기로 임신 중 영양과 면역 관리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실천 가능한 예방·관리 전략 마련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